협치(協治) 모범 과천시의회 탐방기

2023.04.06 17:50:49

 

올 1월 설 연휴를 전후해 “과천 시민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에 여야 의원의 사진이 같이 올려져 화제가 됐다(2023년 1월 21일자 조선일보 참조). 자화자찬이나 상대방을 비방하는 정치 현수막이 아닌 협치현수막이 중앙 정치인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지난 3월 23일 임시회 첫날 6시간 동안 과천시의회 본회의와 특별위원회 진행 현장을 취재했다. 과천시의회는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6명이 여성이고 6명이 초선의원이다. 이날은 조례 제·개정안 3건과, 5개 부서의 2023년 제1차 추경안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

 

10시에 개최된 본회의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과천시 이전촉구결의안’과 ‘국기원의 과천시 유치건의안’을 채택했다. 서울 인접과 공항 근접 등 지리적 장점, 아름다운 자연환경, 우수한 교통여건 등을 고려하면, 과천시가 두 기관 입지의 최적지임을 어필했다. 과천시는 정부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후 거주 외에 특별한 도시기능이 없어 일자리창출과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산업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실정에 놓여있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예산 및 조례심사 특위에서는 차분하고 격조 있는 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선, 의원의 스피치 수준이 높았다. 말의 속도·톤·발음,얼굴 표정, 손짓 등 모든 요소가 바람직했다. 특히 가벼운 미소를 짓는 때가 잦았다. 기자가 공직에 있으면서 경기도나 국회, 의회에 참석하거나 매체를 통해 본 바에 의하면, 목소리는 불필요하게 높거나 (때로는 격앙되고), 대체로 따지거나 비판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와 같은 시의원들의 겸손하고 호의적인 발언 자세에 집행부 공무원들은 의원들의 제안이나 지적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표정)이 55%, 청각(목소리)이 38%, 언어(내용)가 7%에 이른다는 ‘메라비언 법칙’이 잘 적용되고 있는 현장으로 보였다.

 

 

둘째, 의원들은 수시로 격려의 말을 통해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황선희 의원은 지난해 11월 신설된 적극행정담당관에게 “시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쳐주십시오. 응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애명문 둘레길 자재인 데크가 쉽게 훼손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는 박주리 의원의 지적에 대해, 문화체육과장이 돌다리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제 의견에 동의해 주어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셋째, 의원들이 수시로 사용하는 호칭이 기자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수십 년 동안 지방의원, 국회의원 할 것 없이 자기 자신을 권위주의 색채를 띤 “본의원”이라고 칭하는 데 반해, 과천시 의원들은 “저는”, “제가”라고 바꿨다. 다른 의원을 가리킬 때 쓰는 “존경하는 000 의원” 대신 “동료의원 000 의원”이라고 불러서 의원 간의 친밀감이 느껴졌다.

 

 

따끔하지만 진심어린 지적도 있었다. 박주리 의원은 야외스케이트장 운영사업(8억 5,000만 원)이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동절기 두 달여 간 빙상을 얼리는 데 다량의 전기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이 중요하다. 10년 동안 적극적으로 기후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기후위기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어 더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라고 강력히 경고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 6차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과천시가 추진하는 사업에는 기후변화 영향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연 의원은 본예산에 반영돼야 할 사업 다수가 추경예산에 계상됐다고 지적하고, 그동안 과천시의 평균 추경예산 편성회수(5~6회)가 다른 기초지자체(3~4회)에 비해 많고, 중기재정계획 수립도 미흡한바, 재정건전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밖에 공통적으로 관문체육공원물놀이터 소음민원 해소,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기원 이전유치, 과천시 공무원의 청렴도 제고를 위한 특별대책을 주문했다.

 

과천시 의원 7명 중 6명이 초선의원이다. 초선의원은 행정에 관한 전문지식은 미약할 수 있으나, 오히려 비전문가로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참신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에 행정개정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이승조 외 2, 지방자치론 참조). 더욱이 6명이 여성의원이라서 모성애적이고 세밀하게 민심을 살필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의원들은 능력발전과 정보공유를 위해 비회기 중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례모임을 갖는다. 공무원들이 수시로 의회와 소통하면 정책의 기반인 여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무원과 의회가 긴밀히 공조하고 협치함으로써 의원, 공무원, 시민 모두에게 이득이 되리라는 확신이 든다.

 

 

과천시의 랜드마크산업 조성에 대한 기자의 소견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기원의 유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과천시 경제를 도약시킬 산업기반을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기자와 윤미현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윤위원장은 의료·바이오 산업클러스터설립 구상을 밝힌 바 있는데, 이 종목이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미래 유망산업이므로 공모, 지역발전 투자협약, 정책건의 등 여러 기회를 통해 정부로부터의 행·재정지원 방법을 모색해봄직하다.

이세정 객원기자(전 경기도 실장) bodani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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