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배분을 둘러싼 시장과 정부의 경쟁과 협력(2)

2023.06.09 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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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국가는 풍부한 자원에도 실패할까? 자원 빈국은 어떻게 성공한 국가가 됐을까?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느냐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원배분을 잘하는 국가가 공동체의 번영을 일구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혼합경제 체제에서 자원배분의 두 주체는 시장과 정부라고 할 수 있는데, 둘의 자원배분 방식은 상이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 배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장과 정부의 경쟁과 협력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경제적 성과와 공동체 구성원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불완전한 시장과 불완전한 정부

찰스 울프는 완전한 시장이 없듯이 완전한 정부도 없다고 했다. 시장의 자율 조정기능은 사익과 공익의 조화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때는 보이지 않는 손이 공익을 해치기도 한다. 불완전 정보와 불확실성이 각종 투자 실패를 초래하며, 정보 비대칭이 역선택이나 지대추구의 원인이 된다. 때로는 소수 주주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공적 자원을 파괴하기도 하며, 힘없는 하청기업이나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 이뿐인가? 금전적 가치가 일상을 지배하면 많은 비시장적 가치들은 파괴되고 시장적 인간만 남게 된다.

 

정부는 어떤가? 주인 없는 공유자원은 눈먼 돈으로 전락하기 쉽다. 불과 4년이 임기인 대리인들에게 임기를 초월한 합리적 자원배분을 기대할 수 있을까? 투표권을 보유한 현세대의 수요가 항상 과잉 대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뿐인가?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이익집단과의 결탁과 지대추구가 일상화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공유지는 점차 사라지고 말 것이다. 여기에 공공서비스의 독점적 공급체계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며, X-비효율의 원인을 제공한다. 이런데도 착하고 능력 있는 정부를 기대할 수나 있을까?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시장이냐 정부냐의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시장 중심의 선진국도 있고 큰 정부인 선진국도 있다. 각국이 처한 현실에 따라 스펙트럼은 다양하게 형성되는 것이며, 어떤 스펙트럼의 정부를 선택하는가는 전적으로 그 나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시장과 정부는 국가적 자원배분에 있어 상대적인 효율성과 공정성의 성패에 따라 그 역할과 기능이 달라져왔다. 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정부의 역할이, 반대로 정부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시장의 역할이 강조됐다.1 (큰 정부의 시기는 대체로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공기업과 공무원 수가 증가하며, 세율 인상과 GDP 대비 재정지출이 증가하는 특징을 갖는다. 반대로 작은 정부의 시기에는 규제가 완화되고 세율을 인하하고 민영화 등을 통해 정부 재정의 역할이 약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시대별로 보자. 19세기에는 자유방임주의에 따라 정부 기능이 최소화되고 자본주의 시장의 역할이 강조됐다. 그런데 20세기 초에 세계적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큰 정부의 시기가 도래하게 된다. 그렇게 등장한 큰 정부는 1970년대 스테그플레이션을 겪게 되면서 다시 시장에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이때 비대해진 정부는 시장보다 생산성이 떨어짐은 물론, 강화된 조세와 규제가 시장의 자율과 창의를 하락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 결과로써 다시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작은 정부 시기가 찾아왔다.

 

시장과 정부는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공정성, 공동체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관계다. 민주주의의 과잉이라 판단되거나 정부의 비효율이 누적되면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자유시장의 위험성이 증가하거나 공동체 문제의 적극적 해결을 강조하면 큰 정부를 찾는다. 정부는 언제든 시장 실패에 대해 개입할 수 있듯이, 정부가 실패하면 다시 시장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헌법이 말하는 시장과 정부의 역할

보충성의 원리(subsidiarity principle)에 따르면 자유시장의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에서는 정부가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시장이 자원배분에 실패할 경우 정부는 규제나 재정적 개입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보충성의 원리 : 국가의 개입이나 지원은 개인, 가족, 지역사회, 시장 등 민간 영역이 1차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에 한하여 2차적으로 개입하되, 필요 최소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히 적절한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한 민간의 여유 재원이 있다면, 정부가 이를 차입하거나 민간투자를 통해 정부 사업에 흡수함으로써 국가 전체 자원배분의 효율성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을까? 우선 헌법은 시장에 맡길 수 없는 정부의 고유기능에 대해 나열하고 있다. 통일, 국방, 문화, 교육, 노동, 사회보장, 환경 및 주거, 가족 및 보건 등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에 대해서는 보충성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제119조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시장적 방식을 기본적 경제질서로 하되, 경제의 안정과 성장, 적정한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를 위한 국가의 개입은 허용한다. 나아가 공유자원인 국토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산업 간,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농어업·중소기업 보호, 지역경제·대외무역 육성, 과학기술 혁신, 인력개발 등)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자원배분에 있어 시장과 정부는 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성공한 국가가 되려면 자국 현실에 맞는 시장과 정부의 적절한 역할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의한 자원배분과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은 국가 전체 자원배분에 있어서 상호보완 또는 경쟁 관계에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국가 전체의 시각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분배의 공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장과 협력하여 공공 재정의 적절한 역할과 범위를 찾아내는 것이지 않을까.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필자의 《대한민국 공공재정론》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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