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기본소득제, 농민수당 등 도입 지자체, 대응책 마련 나서

2020.01.10 09:51:47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에 대응해 충남도가 내년 농어민 수당제를 도입하고, 경기도가 농민 기본소득제 시행키로 하는 등 지자체마다 대책 수립에 나섰다.

 

쌀 관세율 513%에서 153%로 낮아져 그동안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쌀, 마늘, 고추 등 민감 품목에 대해 300~500%의 높은 관세로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고, 1조 5,000억 원 규모의 농업 분야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 포기로 앞으로 상황은 달라진다.

 

농업에서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누리던 혜택이 없어진다. 관세와 보조금이 선진국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면 쌀 관세율은 현행 513%에서 154%로, 농업 분야 보조금은 8,000억원 규모로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한다.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앞으로 농산물관세는 지금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가고 정책
보조금도 큰 폭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를 대안으로 내년 예산에 2조 4,000억 원을 배정했다. 쌀 중심으로 설계된 농업 보조금 체계를 모든 작물로 확대하고 소규모 농가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다.

 

충청남도
충남도는 이르면 2020년부터 농어민 수당제 시행 등 농어민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충남도의 대응방안은 △ 농어민 수당제 시행 △ 가격안정제 품목·지원 확대 △ 농산물 수요 확대 △ 해외마케팅 지원 등이 뼈대다. 양승조 지사는 “농어민 수당제는 농어업·농어촌의 공익 가치를 보상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세계무역기구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충남형 농어민수당’을 지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이 수당을 2020년에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조례를 먼저 제정하고 지원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는 여성농업인 대상 바우처 사업 대상을 만 72세에서 만 75세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또 가격안정세 품목과 지원 한도를 넓히고 농산물에 대한 국내 수요를 확대, 수출물류비 대신 해외
마케팅 지원 사업 등을 새로 추진한다.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지원 대상 농산물을 확대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충남도는 현재 시·군당 2개씩인 대상 농산물을 30개로 늘리고, 지원 한도도 0.5㏊당 200만 원에서 1㏊당 300만~400만 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쌀과 정부가 가격안정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무·배추·고추·마늘·양파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쌀 중심의 직접보조금 지원 정책을 밭 식량 작물 중심으로 개편해 쌀 적정 생산과 밭 식량 작물 자급률을 높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충남도는 농산물 판매 확대를 위해 학교급식에 어린이집을 포함하고 공공기업·기업급식에도 로컬푸드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과 취약계층에도 로컬푸드를 현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 지원해온 농산물 수출물류비는 세계무역기구의 규정에 따라 연구, 해외마케팅, 농산물 안전성 검사비 등으로 전환된다. 도는 공동급식 도우미 지원, 공동 아이 돌봄센터와 농작업지원단 설치 등 농어촌복지, 중소·고령농 지원 정책도 강화한다.

 

경기도
경기도는 2020년 농정·해양 분야 예산을 전년대비 590억 원(7.5%) 증가한 8408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농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초고령화 진행,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등 대내외 농업농촌의 위기 상황에서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경기도는 내년에 전국 최초로 농민기본소득 도입작업을 시작한다. 경기도는 2020년 예산에 농민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한 조사와 운영체계 구축관련 예산 27억 5,000만 원을 반영했다.
농민 기본소득은 다른 지자체의 농가 소득지원과 달리 농민 개인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경기도가 시행하는 ‘청년 기본소득’을 ‘UN 농민 및 농촌 노동자 권리 선언(2018.10)’에 기초해 농촌으로 확대한 정책이다. 경기도는 2020년 상반기 중 조례 제정, 보건복지부와의 사회보장 협의 등 준비 절차를 거쳐 준비된 시·군부터 2020년 하반기에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농민수당이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보상 성격이라면 ‘농민기본수당’은 공익 가치와 농민 생존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민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농민을 식별하는 기준이 문제인데, 지역자치 방식으로 주민들이 해낼 수 있도록 교육, 조직화해 풀어갈 예정”이라며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면 2020년 하반기에는 시범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
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경북도청에서 연 전국순회타운홀미팅에서 경상북도의 도지사 자문기구인 농식품유통혁신위원회의 박진도 위원장은 “지족가능한 농어업 농어촌을 위해서는 본래 가지고 있는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농정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WTO 개도국 지위 특혜 철회, 기후변화, 농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이지만,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농어업의 발전을 위해 경북도가 앞장서 나가겠다고”고 말했다.

농민수당은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지자체가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대응책으로 부족한 농업 소득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농촌 지자체들이 농민수당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봉화군이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청송군이 두 번째로 2020년부터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경북도는 농촌, 산촌, 어촌 등 3촌의 고부가가치화로 활력 넘치는 농산어촌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청년농 육성을 위한 월급 받는 청년농부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농어가 도우미 사업시행으로 농촌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고 설립과 농수산대 멀티 캠퍼스 유치로 미래농업인재를 양성한다.
이와 더불어 110억 원 규모의 농식품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농식품 유통혁신과 농업 융복합화를 추진하고 공익형 직불금과 농어촌 진흥기금 확대를 통해 세계무역기구 개도둑 지위 포기로 실의에 빠
져 있는 농민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식품 모태펀드는 아이디어를 가진 농업 관련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경북도는 2011년부터 약 1만 명의 강소농을 육성 했고 경영개선 실천을 위한 강소농 자율모임체 76
개소에서 1,800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도는 강소농 기술지원단을 운영해 분야별 컨설팅 지
원, 강소농 우수 사례집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강원도도 충남도와 마찬가지로 ‘농민수당’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마치고 2020년부터 지원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농민수당을 누구에게, 얼마씩 지급할지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농민단체들은 최소 월10만 원씩 연간 120만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재정 여건과 타 지역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미 ‘농민수당’을 도입한 일부 지자체들처럼 농업경영주로 등록된 농업인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농가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이나 청년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여성
농민총연합은 성명을 내고 “농민수당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생색내기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자체들이 모든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농가수당’을 지급, 여성·청년 농민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라남도 
국내 농업의 중요 작물인 쌀 생산량에서 호남지역의 비중은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예상 쌀 생산량은 모두 377만 9,000톤인데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라남도의 예상 쌀 생산량이 74만 7,000톤으로 전체 쌀 생산량의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전라북도의 예상 쌀 생산량도 60만 6,000톤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전라남도, 충청남도에 이어 세번째로 비중이 크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서만 국내 쌀 가운데 3분의 1이 넘게 생산되는 셈이다.
광역단체인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모두 2020년부터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전남도는 정부가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차기 WTO협상에 대비해 농업 전문가, 농업인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건의 내용은 총 15건이다. 농업인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 쌀 ‘예외 품목’ 지정 ▲ ‘공익형 직불제’ 신속한 도입과 예산 확대 ▲ 품목 불특정 최소 허용보조를 활용한 ‘가격변동대응 직불제’ 도입 ▲노지 채소류 근본적 수급안정 대책 마련 ▲ ‘자유무역협정 농어업법’ 적용 범위 확대 ▲ 농업·농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안정적 재정 지원 등을 건의했다.
또한 ▲ 청년·후계농 육성대책 마련 ▲ 농가 경영안정대책 시행 ▲ 수출농업 육성 ▲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보장과 국산 농산물 수요 확대 ▲ ‘농어민 공익수당 제도’를 정부정책으로 추진 ▲ ‘고향세’ 도입을 통한 지방 재정 확충 ▲ 농업의 ‘무역조정지원제’ 도입 ▲ 식량자급률 제고 방안 마련▲ ‘농사용 전기요금’ 할인 및 유지도 포함됐다.
전남도는 정부가 발표한 대응 방향과 공익형 직불제의 조속한 도입만으로는 시장 개방에 대처하기어려울 뿐 아니라 관세와 농업보조금이 축소되면 농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전라남도가 마련한 건의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기를 주문했다.
김영록 도지사는 “미래 WTO 협상이 타결되면 선진국 적용에 따른 관세 하락으로 전남이 주산지인 쌀, 마늘, 양파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차기 WTO 협상 타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있지만 지금부터 좋은 대안을 마련해 대한민국 농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도록 정부에 다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개도국 지위 포기로 지금 당장 농업에 불이익이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쌀을 비롯해 마늘, 양파 등 주요 식량자원 생산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전남의 입장에선 지금부터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광주전남연구원을 비롯한 학계, 연구기관 등과 협업해 장·단기 농업대책을 면밀히 세워나가자”고 말했다.

양태석 기자 durey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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