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핵심을 담아 보고하라”

2020.05.21 18:27:13

 

경기도 행정1부지사실에 들어서니 훤칠한 키에 불그스레한 뺨, 깔끔하게 빗어 올린 헤어스타일의 김희겸 부지사가 맞아주었다. 경기도 최초 3선 부지사인 그는 철두철미한 공직관의 소유자다.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김희겸 행정1부지사를 만나보자.

 

Q_  중앙부처는 물론,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행정2부지사, 행정1부지사를 두루 맡으셨습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공직자로서, 경기도 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_ 32년간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부지사도 이번이 세 번째죠. 경제·복지·재난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접했어요. 그동안의 공직을 뒤돌아보면 보람된 일도 많았고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만, 공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공직자로서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고요. 공직에 있으면서 경험한 것을 우리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지난해에는 신규 임용자들을 대상으로 공무원이 사기업 근무자들과 무엇이 다르고,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도 했습니다. 

 

Q_ 반응이 어땠나요?
김희겸_ 강의를 또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미뤄보아,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Q_ 저희도 한번 모셔야겠습니다. 공직생활 하면서 ‘참 보람이 있었다’라고 할 만한 기억이 많을 텐데요, 사례를 들어 말씀해 주신다면요?
김희겸_ 경기도 민선 1기부터 7기까지 추진한 정책사례집이 없어 백서로 정리하라고 했어요. 32년간 공직생활 하면서 여러 분야를 경험했어요. 지금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4개월간 토·일요일 없이 일하고 있고요.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IMF 당시 민선 2기 임창렬 도지사를 모시고 외자유치과장으로 근무할 때 매일 밤 12시 넘어 퇴근하면서 “이따 봅시다”가 인사가 될 정도로 ‘나라를 구한다’는 심정으로 일했던 기억이 남네요. 

 

Q_ 자정 넘어까지 일하면서 느끼는 바가 컸을 것 같습니다. 
김희겸_ 그 당시 지방 공무원들은 외국인 투자유치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정을 갖고 하나가 되어 일했습니다. 역량이 다소 부족해도 같이 하면 못 할 게 없었죠. 파주 LG-필립스 투자유치 건은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었죠. 
그리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읍·면·동의 복지 전달체계개편 업무를 담당하면서 동사무소의 명칭을 ‘주민센터’로 바꾸는 일을 했습니다. 1995년 경기개발연구원을 발족하는 실무책임도 제가 맡았고요.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으로 근무할 때는 3개월에 한 번밖에 집에 못 갔습니다. 토·일요일에도 근무지로부터 30분 넘는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죠. 경주 지진이 났을 때는, 처음으로 지진으로 인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꾸려졌었고요. 각종 재난과 사건·사고를 수습하며 거의 매일 긴장의 연속 상태로 지냈습니다. 

 

Q_ 그만큼 나라가 격동의 시기였죠. 부지사님이 열정, 절도, 책임, 청렴의 아이콘이라고 들었습니다. 업무 추진 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는지요. 
김희겸_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대충대충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열정이 있다고도 생각해요. 어떤 일을 대할 때 ‘왜 필요한가?’, ‘누구를 위함인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고민합니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필요성과 목적성),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지(효과성)를 따져보며, 현실에 적합한 실현 가능한(현실 적합성) 정책을 결정하고 이에 맞는 수단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이처럼 일을 할 때는 여러 측면을 균형 있게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Q_ 매우 중요한 말씀입니다. 어려운 업무는 어떻게 풀어가세요? 
김희겸_ 딱히 비법이 있기보다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려고 하죠. 
공직 초기 사무관 시절에 담당했던 업무가 행정심판업무였어요. 개개인의 권리 구제와 행정의 안정성의 가치를 균형 있게 판단해야 하는데, 행정심판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다 잘 봐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럴 때는 지금까지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를 살피고, 해당 사건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하면서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게 되죠. 일을 할 때는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하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행정 업무는 상식적인 판단과 열정이 있으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 내에 동료, 상사, 부하가 있고 외부에는 전문가가 있어요.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일을 두고 누가 더 잘 할 수 있을까, 기존에는 어떻게 했는가를 생각하면 시간 낭비하지 않으면서 일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죠. 

 

Q_ 위로 올라갈수록 무게감이 커지고 그에 비례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텐데, 어떻게 푸세요? 피부가 좋아 스트레스를 안 받으실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김희겸_ 가끔 피부 관리를 받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안 좋아졌어요. 스트레스는 자신의 기준과 욕심에 달린 것 같아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면 그 일을 즐기면서 하면 좋은데 그러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죠. 저 역시 저만의 틀이 있어요. 통상 이 범위를 벗어나면 저항이 따르거든요. 타인의 요구와 나의 가치관, 역량이 충돌하는 거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상대방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려고 노력해요. 또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입니다. 제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으면, “지축이 흔들리는 일이 아니면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며 “소신대로 하라”고 용기도 주고 그래요. 저는 깐깐한 편인데 아내는 이해심이 커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그렇게 대화하며 풀어요. 

 

Q_ 다들 부러워하시겠어요(웃음). 새내기 공직자가 많잖아요. 기성 공직자들과 좀 다르다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김희겸_ 선배들을 보면 공무원으로서 열정을 갖고 대한민국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지금은 공무원이 됐다고 하면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다며 칭찬해주고 좋아하는데, 막상 공무원에 대한 존경심을 찾아보면 그렇지 않아 안타깝죠. 그래서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여러분이 직업 선택의 자유로 공직에 들어왔어도, 적어도 공무원이라면 일반 기업의 직원과는 다른 공직관을 가져야 한다”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Q_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하셨다고 했는데, 강의 내용을 조금만 들려주세요.
김희겸 _ 정약용 선생님의 《목민심서》를 나름대로 해석해서 이야기하기도 해요. 공무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잘 해내야 하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정약용 선생님은 율기(律己), 즉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했어요. 또한 공무원에게는 ‘공(公)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 즉 봉공(奉公)의 마음이 요구됩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이 필요하며 깨끗하고 맑아야 합니다. 청렴하고 성실해야 하며, 의로움과 법에 어긋나지는 않는지를 생각하고 삼가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약용 선생은 애민(愛民)이라고 이야기하셨어요. 역량을 갖추고, 공직자로서의 마음 자세를 지니며,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이 세 가지를 특별히 강조합니다. 

 

Q _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나요?  
김희겸 _ 한 공직자가 “성공한 공직자로 부지사 자리까지 올랐는데,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라고 묻더라고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높이 날고 멀리 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죠. 저 역시 ‘부지사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의 부지사인데 이 정도로 되겠는가’ 생각하며 많이 노력합니다. 마찬가지로 후배들에게도 어디까지 갈 것인지,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평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Q_ 후배 공직자들이 ‘이런 것만은 꼭 지켜주면 좋겠다’는 게 있으신가요? 
김희겸_ 공직자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일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다’,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며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의견도 체계적으로 잘 표현하면 좋겠고요. 말로 이야기한 것이 보고서에 담겨야 하는데, ‘이 보고서는 왜 만든 것인가?’ 싶을 정도로 보고서의 장수는 많은데 핵심이 없을 때가 있어요. 경기도 공무원이 1만4,000명이 넘어요. 직원 각자 자신의 업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윗선에 보고하고 싶겠지만, 상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은 다를 수 있으며 시간도 한정되어 있어요. 따라서 실무자는 상급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어떤 안이 최선이라고 건의를 해줘야 해요. 상급자 판단이 잘못됐다면 싫은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하고요. 그만큼 자기 업무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Q_ 부지사님께서 집중하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요?
김희겸_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경제예요. 대통령께서 한국판 뉴딜을 말씀하셨는데,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어요. 경기도 인구가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입니다. 지금 당장이야 코로나19 업무에 집중하고 있지만, 점차 경제 살리기로 방향을 전환해 가고 있어요. 대한민국의 발전에 경기도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 후배들과 함께 제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려 해요. 특히 국무총리님과 함께 하는 화상회의를 통해 모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Q_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신데요, 2020년 반드시 해내고 싶고 꼭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희겸_ 이제는 방역에서 경제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경기도에서도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어요. 
(현황판을 가리키며) 여기 보시면 경기도의 고용 지표나 도세 징수 현황이 나와 있어요. 몇 년 치를 표기 했는데, 외형적으로 도세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실질적 증가율은 떨어지고 있어요. 경기도의 경기 부양책과 일자리 정책 분야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_ 네, 누구보다 경기도의 경제를 꼼꼼히 확인하시고 챙겨 도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돼주시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전하는 공직 노하우

● 공직자로서 자존심을 지켜라

●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

● 일을 대할 때 ‘왜 필요한가?’, ‘누구를 위함인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라

● 일반 기업의 직원과는 다른 공직관을 가져라

● 선공후사의 정신을 가져라

● 역지사지 하라

● 역량을 높이도록 스스로를 채우라

● 일에서만큼 ‘내가 최고다’, ‘우리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라

● 여러 대안의 장단점을 상사에게 잘 표현하라

김자현 기자 nlncm@naver.com
tvU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지방정부 tvU(티비유)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영애 | (본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1, (분원) 서울 종로구 경희궁3나길 15-4 | Tel : 02-737-8266, 02-739-4600| E-mail nlncm@naver.com 등록번호 : 서울, 아04111 | 등록일ㆍ발행일 : 2016.07.19 | 사업자정보 : 101-86-87833 청소년 보호 관리 담당자: 편집부 차장 /청소년 보호 관리 책임자: 발행인 지방정부 tvU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