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의 교과서, 한국은?

2020.03.06 08:38:01

 

대한민국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오스카에서 금메달 격인 작품상 등 각종 메달을 휩쓸며 세계 1등이 되었다. 정말 영화 <기생충>의 파급력과 그 전파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진짜 기생충인 코로나19 바이러스 또한 엄청난 감염력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을 포함해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한 번쯤 영화 주제로 나올 법한 이 무서운 질병은 한동안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국민이 또 한 번 정부에 실망하며 “우리나라 왜 이래?!”를 외치고 있다. 과연 정말 우리는 잘못한 것일까? 다른 나라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 어떤 대응책을 내고 있을까? 우리는 과연 잘하고 있을까, 아니면 못하고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의 교과서라고 찬사를 받은 싱가포르와 비교해보려 한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얼마 전 경보 단계를 ‘주황’으로 격상시키고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와 일본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은 싱가포르는 리셴룽 총리의 솔직하고 통쾌한 담화로 자국 국민을 비롯해 외신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월 8일 리셴룽 총리는 영어·중국어·말레이어 등 3개어 담화문을 발표하며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이 지역사회 감염 단계까지 왔음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털
어놓았다. 담화문 발표 하루 전인 7일, 확진자 33명 중 감염원을 파악 불가한 환자가 나오자 그다음 날 바로 “확산을 막기가 더는 어렵다”고 숨김없이 말했다.

 

리 총리는 국민들에게 “두려움과 불안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이해와 공감의 메시지를 솔직하게 전했다. 실제로 이 메시지를 들은 싱가포르 시민들은 총리의 담화 이후 생필품을 사려는 인파로 붐비던 상점들이 다시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 이에 미국의 유명 외신 중 하나인 블룸버그는 리 총리와 장관의 소통 노력으로 혼란을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고 말했고,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리 총리의 담화가 “위기 상황 속 커뮤니케이션의 모범 사례”라고 칭찬했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 확산 초기에는 모두가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감염자 수도 적었고, 바이러스는 이전 사스 때처럼 우리를 비켜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신천지’라는 메가톤급 감염 경로가 확인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사태는 심각해졌다. 많은 전문가가 확산 초기부터 정부와 방역 당국의 대국민 소통에 문제가 생겨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총리처럼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오히려 위기 상황 속에는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통령의 발표도 국민의 신뢰를 거스르는 데 한몫했다. 1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은 갖지 말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국민들은 이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의 공식 발표가 사실과 다르게 나
타나면 사회적 불신은 커지기 마련인데, 정부와 방역 당국은 이 사태를 자초한 것이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싱가포르에게 배울 점이 있어 보인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싱가포르는 지난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후 위기관리 대응에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하였다. 그 노력이 이번 코로나19 대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2월 14일 싱가포르는 중국인 및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중단했다. 싱가포르 국민의 20%가 중국인이고, 또 싱가포르 거주 중국인이 국가 내에서 가장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면 이는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실제로 WHO는 2월 18일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대응은 교과서적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따라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보면 분명 한국은 싱가포르에 비해 여러 면으로 이번 사태에 뒤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싱가로프의 정치·경제·지리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변명의 여지는 있다. 실제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2월25일부터 코로나19의 성지인 대구에 직접 내려가 진두지휘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정 총리는 “(코로나19는)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 문제”라며 “세종과 서울로 출장을 오갈 수는 있지만 일단 대구에 주재하면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한가운데서 발생 상황들을 직접 챙긴다는 총리의 메시지는 분명 국민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로 들린다. 더불어 “코로나19가 극복된 이후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매우 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미리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솔직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태도가 마치 싱가포르에 리셴룽 총리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분명 국가적 재난이다. 그리고 우리는 초기 제압에 실패했다. 하지만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말처럼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시간에도 죽음을 무릅쓰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계 용사들이 있으며, 남에게 피해가 가면 어쩌나 하며 자신의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국민이 있다. 이러한 용기에 국가는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보다 신뢰를 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고, 이번 사태를 통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기지를 발휘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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