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이라는 골리앗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21.05.04 15:53:10

 

지방소멸 위기의 심각성 
근래에 이르러 도심 내 아생동물이 출현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의 단면이다. 거주지역의 경계가 점차 도심과 가까워 지면서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서울 광화문, 성남 분당 등과 같은 도시지역에서도 심심치 않게 모습을 보 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 2013년 53% 에서 2040년에는 61%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앞으로 30년 내 84곳 의 시·군·구와 1383곳의 읍·면·동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예측하기도 하였다. 


현재의 ‘지방소멸’의 위기는 지속적인 인구유출의 결과라 고 할 수 있다. 6·25 전쟁 이후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이 동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최근 들어 수도권 인구가 지방으로 순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 폭은 2012년부터 2016년간 총 5만 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인구의 유출은 우선 지방의 고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고령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 고령사회에 접어든 곳은 모두 86개(37.6%)다. 고령화의 끝은 지방에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공동화가 될 것이다. 예컨대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에는 55가구 109명이 살고 있다. 면적은 23.73㎢다. 9.9㎢의 면적에 12만 4312 명이 살고 있는 서울특별시 중구에 비하면 면적은 2.4배 나 되면서도 인구는 114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 이다. 서울시 중구는 과밀화로 인한 갖가지 문제에 시달리 지만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은 당장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 로 공동화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구가 급격하게 유출되는 곳에서는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 워진다. 학생 수가 부족하여 폐교가 되면 인근 마을의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데 대중교통마저 부족하여 등·하교의 문제가 발생한다. 마을 상점이 없어져 멀리까지 쇼핑하러 다니는 ‘쇼핑난민’이 발생한다. 병원, 약국이 없어 기초 진료를 받을 수도 없는 ‘생활사막’이 늘어난다. 빈집, 빈 상점, 빈 땅이 늘어날수록 범죄 위험은 높아지고 지역공동체의 활력 도 떨어져 지역사회의 붕괴 가능성은 시시각각 커져간다.

 

정부도 적극 정책적 노력을 했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한 것을 비롯하여 세종시와 혁신도시로의 대대적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추진되었다. 또한 2016년 기준으로 30조 원이 넘는 균형발전 관련 예산을 활용하여 지역의 생활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노력, ‘지방소멸’의 위험을 경고하는 연구결과와 언론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의 인구 이동은 크게 늘지 않고 있고, 2001년 출산율이 1.3 명 아래인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한 뒤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소멸 막으려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젊은 층이 삶을 충만하게 즐기고 지방에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압축도시 (Compact City) 전략에 입각한 정주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복지, 교육·문화, 상업 등 주요기능을 소멸이 우려되는 읍·면이나 시·군의 ‘거점지역’에 집중배치하여 인구유출을 막는 ‘댐’으로 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강화군의 교동도에는 IoT 기술을 적용한 관정통제 시스템이 가동 중에 있다. 교동면은 인구감소로 인해 군에 서면으로 강등된 지역이다. 넓은 농경지를 더 적은 인구가 관리해야 하는 만큼 원격으로 관정을 통제할 필요성이 더 커진 사실에 주목한 한 기업이 교동도를 IoT 시스템의 테스트베드로 삼은 것이다. 이 밖에도 드론을 활용한 물품 배달, 원격의료·교육시스템, 농기계 O2O 공유·대여 등 인 구감소지역에 필요한 기술이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첨단기 술을 적용한 ‘스마트 거점마을’을 다수 조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민간과 협업하여 생활서비스 전달체계를 새롭게 구축 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은 절대적인 수요의 부족으로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화, 복지, 보육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 렵다.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한 서비스 공급 경로의 다변화다. 일본의 경우 쇼핑난민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식 편의점인 트럭이 과소지역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육류, 생선을 비롯한 신선식품은 물론 다양한 생활필수품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선도적으로 도입 가능한 모델이다. 또한 공공서비스 공급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간 협업을 유도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예컨대 화장장, 상하수도 시설 등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휘되는 공공시설의 경우 인근 지자체가 공동으로 설치·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협력사업을 추진한 지자체에는 기구와 인력상의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지역 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활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우선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하는 기업에 보조금 지원,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의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주민과 공동체 중심의 작은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지역의 자생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향토자원 등을 활용하여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 공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또한 청년을 대상으로 빈 점포·빈집을 활용한 이색 창업, 고향에서의 농축 수산업 종사 지원(환농환촌), 공동체 활성화 사업 등 일자리 와 연계한 다양한 지역정착 유도 전략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더 이상 감소할 인구도 없습니다” 지난 2월 말 워크숍에 서 경북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더 이상 손쓸 방도가 없습니다”라고 되뇌어야 할지도 모른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소멸 대응 신발전정책’ 을 만들고 포럼, 세미나를 통해 주민, 지자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내 특별법 과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메가트렌드》의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은 한 인터뷰에서 “미래는 현재에 내포되어 있으며, 한국의 미래는 한국의 응전 (Response)에 달려 있다”고 말하였다. 인구감소, 그리고 지방소멸은 자칫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많은 주민, 공동체, 공무원, 바로 우리가 지혜를 모은다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우리의 힘이 필요한 때 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김성렬 전 행정자치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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