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2.0 시대 : 헌법정신에 부합한 지방자치를 하자는 것

2022.03.30 16:48:18

 

2022년 1월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하여 마침내 자치분권2.0 시대가 열렸다. 

자치분권2.0이 강조하는 부분은 딱 한가지다. 우리 헌법에 부합한 지방자치제도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화국(the Republic)이란 여럿이 함께 통치하는 체제를 가리킨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는 국민 모두가 통치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자치분권2.0은 국민이 직접 통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치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임시정부도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했고, 1948년 8월 15일 수립된 대한민국 역시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했다. 민주공화국은 일인에게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헌법에 민주공화국임을 강조하는 단방국가 중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집행부를 맡고 있는 대통령에게 지나친 권한과 책임이 부여될 경우 자칫 군주제와 같은 일인 통치방식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남북한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여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줄곧 대통령제를 채택해왔으며, 이는 조선왕조로부터 이어져 온 중앙집권적 정치행정문화를 고착화시키는데 일조한 것임에 틀림없다. 민주공화국은 군주의 권한이 국회로, 국회의 권한이 국민에게로 이전되는 과정과 내용을 중시한다. 현행 대통령제는 우리의 헌법 가치가 표방한 공화제와 줄곧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국회와의 관계에서 대통령이 늘 우위에 있는 것은 단지 제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잔존하는 왕조 문화와 대통령제의 상호교호 작용이 악순환을 낳아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파행적인 악순환의 고리는 지역에도 전파되어 지방자치단체의 집행부를 맡고 있는 수장이 제왕적 단체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결과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지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단체장 중심의 지방자치가 보편적인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치분권2.0은 헌법정신에 부합하도록 자치의 주도권을 지방의회와 주민에게 넘기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지방자치법 제106조에 명시된 바대로 지방자치단체장을 별도의 조건을 붙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개정법 제4조는 주민이 원하면 다양한 방식의 기관구성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주민들이 기관통합형을 채택하면 서구의 많은 나라의 예처럼 지방의회 의장이 지방자치단체장이 될 것이다. 이는 단지 제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을 무의식적으로 자치단체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문제의 핵심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와 집행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누구로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별도로 고민해야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집행부 장을 단체장으로 부르고 있다. 이와 관련된 헌법재판소 판례, 2014헌마797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은 선거로 해야 한다는 점인데, 요지는 집행부 장이 곧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것이다. 판시 사유를 몇 가지 제시하고 있는데, 핵심은 역사성과 우리의 문화의식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헌법에 의하면 집행부장의 선임은 별도의 법률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위 판결은 모순적일 수 있다. 지방의회 의장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여기는 주요 선진국들이 많다는 것은 지방정부의 기관구성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지방자치가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4조에도 불구하고 시·도지사를 위시한 시장·군수·구청장만을 획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간주하는 우리의 지방자치법은 헌법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공화국 헌법에 더 부합한 통치구조가 의원내각제인 것처럼 지역에서도 지방의회 중심 기관통합형이 헌법정신에 더 부합하다고 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결정하고, 집행부는 집행에 집중하는 구조가 더 헌법정신에 부합하다. 처방은 의회가 담당하고 조제는 집행부가 담당한다는 분업 정신이야말로 민주공화국 헌법정신에 더 부합하는 것이다. 집행부의 장을 선임하는 방식 또한 다양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기관구성의 다양화 논의와 깊은 관련이 있다. 헌법정신을 교조적으로 반영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집행부 장에게 일정 부분 재량권을 부여하거나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의 임시방편 강시장형 기관대립형을 더 이상 허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 대치 등 특수한 상황이 지역사회에도 존재하는지 등을 깊이 고민해야할 시점으로 보인다.

 

둘째, 헌법정신을 더 강조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주민의 직접 참여와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역 차원에서의 통치의 중심이 집행부에서 지방의회로 옮겨갈 것을 주문하는 내용(지방의회 인사권독립, 정책지원전문인력 제도 등)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집행부와 지방의회로부터 권한과 책임이 주민에게 옮겨가도록 권유하는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우선 제1조에 주민자치원리를 강화하자는 점을 명시했고, 제17조에 주민의 권리를 확대하자는 제19조의 주민조례 발안제의 도입도 중요하다. 제21조에는 청구권 기준 연령을 낮추고 주민감사 청구인수도 시·도, 시·군·구별 낮추어 주민의 참여와 감시가 더 쉽게 조정했다. 지방자치법 제4장에는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와 활용 등에 관하여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제4조의 기관구성 다양성 조항과 함께 “주민이 만드는 정부”라는 자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집행부보다는 지방의회에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과 지방자치단체보다는 주민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큰 흐름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우리의 지방자치가 과거에 비하여 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들과 집행부 장 등 선출직에 대한 주민소환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결국 헌법정신에 부합한 지방자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민이 직접 자치할 수 있는 더 유효하고 실천 가능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점은 숙제로 보인다. 예컨대,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적인 타운 홀 미팅 등의 활성화를 온라인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소위 플랫폼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적 설계 등은 추후 과제로 남게 되었다. 어쨌거나 자치분권2.0 시대가 지향하는 바는 과거 중앙집권적 정치행정문화에 기초한 수동적 무늬만 자치로부터 탈피하여 주민 스스로 통치하는 적극적 생활자치 시대로 나아가자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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