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내정치,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유

2022.04.29 16:13:26

김경수

/ 우리글진흥원 전임교수

/ 전 강북구 마을협치과장

/ 31회 청백봉사상 수상자

 

공직생활이 힘든 건 일보다 사람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인맥과 사내정치도 한몫한다. 사내정치라고 특정 인맥을 잡으라거나 상사의 비위를 맞추라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직원을 험담하라는 말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모인 데는 어김없이 사내정치가 존재해왔다. 대한민국 어느 조직에든 사내정치가 없는 곳은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공직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당신은 본래 사내정치를 좋아하지도 능숙하지도 않다. 물론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무시하고 독불장군으로 살겠다면, 승진을 포기하고 지금 수준에 만족하며 살면 된다. 그런데 동료에게 미움 사지 않고, 관계의 질을 현격히 높일 수 있다면? 약간의 관심과 투자로 가성비 최고의 사내정치 하는 방법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볼 의향이 있는지.

 

말하고 행동해라

혹시 직장에서 하루 종일 동료와 말 한마디, 심지어 눈인사도 없이 퇴근하지는 않는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그냥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저절로 관계의 질이 깊어지진 않는다. 뭔가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서로는 각자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직장의 동료일 뿐 각자 하는 일 외에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그저 그런 사이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사발령이 나서 헤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인맥을 멀리서 찾으려 애쓸 필요 없다. 지금 가까이 있는 동료와 서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말하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동료 직원과 관계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친밀감과 유대감은 자연스레 쌓이게 돼 있다.

 

말하되 질문해라

혹시 술자리든 회의에서든 당신이 주로 말을 많이 하고, 분위기를 끌어가는 성격인지? 인간은 대개 음식을 먹거나 성과상여금을 받거나 사랑을 나눌 때 즐거움과 쾌락을 느낀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쾌락은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진지하게 들어주고, 반응을 보일 때이다. 연예인, 강사, 가수가 무대에서 보이는 반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니 대화할 때 자기 말만 열심히 떠드는 습관이 있다면, 앞으로는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거다. 근황이나 의견을 나눌 때 주로 질문하는 입장을 취하라는 뜻이다. 물론 상대방 말에 아부나 과한 칭찬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듣고 느낀 솔직한 심정 정도의 반응을 보이면 된다. 짧은 시간, 짧은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줘라. 그 사람은 더 신나 하고, 깊은 유대감이 쌓이는 것은 분명하다.

 

물질 가는 데 마음도 간다

혹시 출장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동료를 위해 꽈배기나 순대 같은 간식을 사 들고 들어가본 적이 있는지? 굳이 출장길이 아니더라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직원들과 나누어 먹는 거다. 출출한 시간대라면 더욱 좋다. 어떤 대가나 조건 없이 그냥 베푸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이런 깜짝 이벤트가 일 년에 몇 번이나 있었을까?

 

동료에게 차 한 잔, 밥 한 끼 사는 것에 인색하지 마라. 그렇다고 매번 자신만 살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먼저 계산하는 것과 빚진 마음으로 헤어지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이 정도는 큰돈 드는 일이 아니다. 관심과 성의의 문제다. 집 나간 암퇘지가 새끼들을 몰고 들어오듯 베풀면 되돌아오는 것이 세상 이치다.

 

한 사무실의 동료와 그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것에 위안 삼지 마라.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직원들과 인사하고, 말을 섞고, 가끔 맛난 간식도 쏘는 의식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동료 직원과 관계의 질을 높여보길 권한다. 현실에 부합하는 이 정도 행동이 사내정치라면… 정말 쉽지 않은가?

 

사내정치! 공직생활의 성공 가도를 보장해주지는 않더라도 동료를 내 편으로 만드는 데 확실한 효과는 볼 수 있다. 이게 세상 사는 처세이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가 하신 말씀이 있다. “승진을 원하는 사람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사내정치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김경수 객원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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