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업의 미래와 ESG

2022.06.14 14:08:17

이강오

/ 한국임업진흥원 원장

 

산림을 기반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가공·유통하는 임업은 전체 산업에서 6조 7,000억 원을 차지합니다.임업은 곧 ESG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가치 둘째, 친환경 먹거리의 가치 셋째, 일상생활과 건축 등에서 쓰이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거버넌스 관점에서 정부와 지자체, 민간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합니다.

 

대량생산되는 상품들은 아니지만, 비건 시장(완전 채식)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 산지에서 나는 임산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허핑턴 포스트에서 ‘죽기 전에 먹어야 할 25가지 음식’에 돌솥비빔밥이 13번째에 선정됐습니다. 돌솥비빔밥 자체도 맛있지만, 돌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 맛이 대단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돌솥비빔밥은 임산물도 상징합니다. 돌솥이 석재로 제조됐고 이를 받치는 받침이 목재이며 돌솥비빔밥 안에 들어가는 밤, 대추, 더덕, 고사리, 도라지 등이 전부 임산물이죠. 숲이 가진 먹거리 체계가 향후 미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임업이 독특한 콘텐츠로서 발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목재는 친환경 재료로 목조 건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목조 건축은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석조 건축에 쓰이는 석재도 탄소 배출량이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자연 재료들을 지속 가능하게 생산해 이용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용기나 제품들을 대체할 수 있는 나노셀룰로오스(나무 조직 내 섬유소를 잘게 자른 고분자 물질) 기술도 개발돼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도 나무와 나무가 갖는 원료 적 성격이 매우 중요한 시대입니다.

 

해안이나 강에서 채취한 모래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산에서 생산되는 석재를 사용하는 일도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석재 산업도 우리가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는 재료이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관점에서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업을 소셜(Social)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인구 소멸 위기 지역으로 지정한 전국 89개의 시·군 중 75곳이 산촌입니다. ‘지역이 소멸한다’는 의미에 여러 가지가 담겨있겠지만, 국토 관리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산불이 나면 산림 당국과 소방 당국이 협력해야 진화할 수 있는데, 인구가 소멸해 시·군이 사라지면 그 지역의 산림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게 됩니다. 소멸 위기 지역의 산림 자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며, 이를 활용해 임산물을 생산하고, 산림 휴양 서비스를 통해 산림 관광을 활성화하며 나아가 복합적인 6차 산업으로 나가는 것이 지역 사회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간 6만 명가량이 귀산촌을 합니다. 최근 농어촌 총조사 통계를 보면 농가 수와 어가 수는 줄어드는 반면 임가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풀어가는 데 더 이상 국가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역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자원은 환경이자 곧 생태 자본입니다. 산림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독특한 산림 생태 환경을 기반으로 그 지역이 갖는 고유한 문화·경제적 시스템을 결합해 지역의 인적 자원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산림을 복원하는 데 국가가 주도하는 게 유리했지만, 이를 자원으로 이용하는 데는 지역 중심으로 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지역 단위의 산림 경영, 지역 단위의 임업을 만들어내는 게 과제이며, 임업인과 산주의 소득 증진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지역사회와 환경단체, 전문가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 또 하나의 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벌채할 시기가 도래하는 것을 ‘벌기령’이라고 합니다. 이 벌기령을 관리해 숲을 어느 상태로 만들 것인지, 목재 공급을 얼마나 할 것인지 결정하는 정책 수단인데요. 벌기령은 국가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40년 정도면 탄소 흡수 측면에서 가장 왕성한 때이고요, 목재의 입장에서 보면 B 지점 정도, 즉 50년이 넘어갔을 때 목재의 물리적 총량을 가장 많이 획득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C 지점(70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고급재를 생산할 수 있는 시기이고, D 지점 정도면 문화재급 나무를 생산할 수 있는 시기가 됩니다. E 지점은 최근 독일이나 핀란드 등지에서 찾는 벌채시기입니다.

 

우리 숲의 연령은 현재 평균 40~50년 됐는데, 이를 100년 숲으로 환경과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이 우리 세대의 과제라고 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도 벌채 논쟁을 거쳤습니다. 벌채 논쟁 이후 미국은 국유림에서의 목재 생산을 거의 중단했지만, 독일에서는 오히려 목재 성장이 늘었습니다. 현재 독일에서는 아주 적극적인 벌채는 하지 않고 돌풍의 피해목들만 생산하고 있음에도 높은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생태계 보전과 함께 물질적·경제적 가치까지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갈 것이냐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간벌 시대에 온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간벌해서 더 큰 나무로, 더 큰 숲으로 키워내는 일이 현시대의 숙제이자 다음 세대에 산림자원을 어떻게 넘겨줄 건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근 동해안에 산불이 났었죠. 산불의 면적도 크지만, 그 산불에 피해 본 나무의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1년간 벌채하는 양에 맞먹는 산림이 불에 탔습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약 3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그중 25%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시 쓸 수 있는 나무입니다.

 

불이 난 지역은 우리나라 산림 중 가장 좋은 산림입니다. 그래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또 우리가 가진 좋은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피해목의 한 25%라도 제대로 쓸 수 있으면 23평짜리 한옥을 약 1만 개 정도 지을 만큼의 양입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고요.

 

산림 경영은 이어달리기와 같습니다. 할아버지 세대가 나무를 심었고, 부모 세대가 숲을 가꿔왔다면 젊은 세대가 숲을 지속 가능하게 보존하고 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다음 세대는 독일이나 서구 유럽이 보여줬던 것처럼 지속 가능한 숲을 만들어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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