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정,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2022.09.30 15:25:40

*이 코너(칼럼)는 공공재정 관리와 관련한 저자의 20년 노하우를 듣기 위해 기획됐으며 시리즈로 1년간 연재 예정이다.

 

재정관리의 성패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재정이 미래다.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필자가 20년간 국회에서 국가재정을 연구해온 나름의 결론이다. 시장이 커지고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짐을 의미한다. 국가는 그 많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규제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재정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경제·사회의 전 영역에서 공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으며, 재정의 규모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공공 부문의 총지출은 무려 934조 원(발생주 의 기준)으로 명목 GDP의 48.3%에 달한다. 

그런데 현대국가들은 그 방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까? 상당 부분은 조세로 채워지겠지만 부채의 비중이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채 위에 세워진 정책들은 괜찮은 것일까? 자크 아탈리의 표현을 빌리면, 부채 위기가 모든 국가에 퍼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미 여러 국가가 재정 운용에 실패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강력한 지출조정으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 에 없었으며, 이렇게 해서도 해결하지 못하면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까지 각오해야 했다.


현대국가는 어느새 재정 국가가 됐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재정 관리의 성패가 그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예산 낭비나 비효율, 재정 관리의 실패는 더 뼈아픈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재정 관리와 재정성의 핵심은 돈을 잘 돌게 하는 데 있다. ‘좋은 예산 (Better Budgets)’은 돈의 흐름을 개선해 사회의 공정성과 통합력을 높이고, 시장에서 경쟁과 혁신이 더 잘 작동하도록 하는 예산이다. 정부는 공적 자원을 투입해 막힌 물꼬도 터야 하며, 미래 재정수요에 대응해 재정 투입의 방향도 부지런히 살펴야 한다. 성장과 복지의 조화, 시장 임금과 사회임금의 균형,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 최적 배분, 부채와 성장의 선순환, 민주성·효율성·건전성의 균형을 만들어내야 한다. 

 

재정관리 전문역량을 키워야 하는 이유
조지프 A. 슘페터는 “재정을 알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재정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재정은 정치와 분석, 여러 학문 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 얼핏 단순한 기술(technic)로 보이지만, 극도로 정치적이며 다양한 분야와 정책 사이에 최적의 배분 조합을 찾아야 하는 정교한 아트(art)의 영역이다. 공유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정치 과정 속에서 최적의 황금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종합적·다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다양한 가치 간의 조화는 물론 이상과 현실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춰가야 겨우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재정의 구조와 운용체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공적 과제의 수행 주체는 국가만이 아니다. 

 

260개의 지방자치단체(교육단체 포함)와 1,580개의 공공 기관(지방 포함)이 재정을 다룬다. 민간기업도 수많은 사회 기반 시설의 재정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정부가 관리하는 회계·기금 수만 해도 중앙정부가 88개, 지방정 부가 3,500여 개에 달한다. 거기에 회계·기금 간 내부 거 래는 물론, 재정 주체들 간 외부 거래가 빈번이 발생한다. 부채관리도 말처럼 쉽지 않다. 재정위험을 초래하는 요인이 너무 많고 복잡해 누구도 자신 있게 현재의 부채가 적정 수준인지 위험 수준인지 말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정부 재정이 잘 관리될 거라 기대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재정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에 재정전문가는 몇이나 될까? 필자 생각으로 우리나라의 재정 관리는 50점이다. 소위 ‘좋은 예산’을 만들기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이 너 무 많다. 새로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에는 맞지 않는 과거의 틀과 잣대, 제도는 과감하게 버리고, 한국적 현실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전문적 관리 역량도 키워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재정 관리는 ‘잘 모으고 잘 쓰는 것’
개인이든 국가든 돈을 잘 모으고 잘 써야 잘 산다. 현대 재정 국가들은 소위 ‘좋은 예산’을 만들기 위해 성공적인 재정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시각에서 재정을 성공적으로 잘 관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면 재정은 국민들이 혈세를 모아 대리인인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운용책임을 맡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볼 수 있다. 납세자인 국민은 정부가 재정을 어떻게 관리하기를 바랄까? 다른 말로 바꾸면, 재정을 맡은 청지기로서 정부는 재정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먼저 혈세라는 재정을 창고지기 혹은 선한 청지기가 돼 잘 관리하길 바랄 것이다. 재정은 비용부담자(납세자)와 편익수혜자가 분리된 일종의 공유자원으로서, 국민인 주인과 대리인인 정부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작동하면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조그마한 관리상 허점만 보여도 좀을 먹거나 쥐가 꼬인다. 내부의 창고지기뿐만 아니라, 외부의 이익집단이나 수급자 등이 호시탐탐 지대와 불로소득을 노린다. 흥청망청 쓰고 자꾸 빚을 내다가는 끝내 재정 파탄이 날 수도 있다. 
국민이 재정 관리자에게 바라는 사항이 하나 더 있다. 한정된 재원을 잘 분배해 공동체가 안고 있는 숱한 문제를 가급적 더 많이 효과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에런 윌더브스키의 표현을 빌리면, 정치는 공동체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잘 결정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필요한 자원(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데, 어떤 자원을 동원할지, 동원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곧 정치인 것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문제는 규제나 재정으로 혹은 규제와 재정의 혼합으로 해결된다. 국회의 입법과 예산 결정은 규제와 재정을 담은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책 수단으로서의 재정은 국가 전체 자원배분의 한 축으로서 중요한 경제정책의 수단이기도 하며 각종 사회문제의 유용한 해결책으로 활용된다. 물론 대부분의 문제는 시장의 자율적 거래를 통해 해결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시장이 형성되고 거래를 통해 그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어떤 문제는 시장 형성에 실패하거나 시장 형성에는 성공했더라도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불만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시민사회는 국가에 손을 내밀어 시장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한다. 시장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경제의 효율과 사회의 공정을 개선하는 것으로 국가 재정 개입은 정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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