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맞는 방법 (이동권 전 울산광역시 북구청장)

2022.12.20 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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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바른 행정’, 북구의 첫 번째 구정 지표였다. 오늘은 구청장실을 찾는 많은 북구의 주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한다. 구청장실을 찾는 이들 중에는 북구 발전을 염원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오거나 크고 작은 민원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

 

그중에서 민원 해결 때문에 구청장실을 찾는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구청장실까지 온 민원은 해결 난망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미 담당 직원과 많은 협의를 했고, 민원사이다데이 등을 통해 현장을 확인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2020년 북구에서는 도로와 공원 등 240여 건의 도시계획이 일몰되어 규제에서 해제됐다. 일부 주민은 왜 도로를 해제했느냐 민원을 제기하고, 또 일부는 도시계획 조기 해제를 주장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기에 장기적 해결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민원이 접수되면 우선 민원내용에 대해 법령과 각종 고시, 지침을 확인한다. 그리고 선배들의 업무처리를 참고해 내용을 검토하게 되는데 감사 지적 등을 의식해 엄격한 법령해석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결론이 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민들은 구청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구청장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한번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법령 내에서 결정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해결은 쉽지 않다.

 

다만 민원의 전후 과정을 듣는 것만으로도 민원내용 상당 부분이 해소되기도 하므로 그동안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민원업무 처리를 전담한 경험을 충분히 살려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함께 전화하였다.

 

그다음에는 직원들이 적용한 법이나 규정에는 문제가 없는지 법원판례까지 검토해 살핀다. 필자도 법 전공자지만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최종 판단은 재판관의 판결문이 말하겠지만 그래도 쟁점이 있어 판단이 어려우면 구청 자문변호사에게 내용 검토를 요청해 결정하였다. 여기서 대부분 가부가 결정 나지만 혹 공무원들이 민원 내용에 대해 과거 선례를 생각 없이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자치단체의 유사사례를 찾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법이나 규정이 잘못 적용된 것을 찾기도 하고, 또 시대가 변했음에도 바뀌지 않은 규정에 대해서는 개선안을 광역시나 소관부처인 중앙정부에 건의한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민원조정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결정을 거친다. 최근 북구는 조례 제정해 공공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크고 작은 공공갈등을 객관적으로 풀어 보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또 그간의 민원 갈등과 그 해결 과정을 담은 민원사례집을 발간해 쟁점과 논란, 교훈 등을 정리했다. 앞으로 전 공무원이 공유해 민원해결 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마지막으로 예산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사안의 긴급성과 공익성 등을 따져 단기간에 해결하기도 하지만 장기검토로 넘기기도 한다. 민원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으로 하나의 민원이 마무리된다.

 

가끔은 약속도 없이 무작정 들이닥치는 민원인도 있다. 어떤 얘기도 들으려 하지 않고 소리만 지르는가 하면 집단으로 찾아와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필자를 욕하며 변수를 유발하려 하기도 한다. 난감한 상황이지만 십수 년 민원인을 응대한 나름의 노하우로 큰 걱정 없이 담담하게 주인 맞이를 한다. 어떤 유형의 민원인이건 모두가 북구의 주인이기에 최선을 다해 경청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십수 년 전 서울시청 재직 때다. 어느 오후 붉은 머리띠를 한 남성이 LPG 가스통을 짊어지고 기관장 이름을 부르며 불을 붙이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필자가 라이터를 주며 같이 죽자고 끌어안으니 오히려 놀라 도망가며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가스통은 일정한 압력이 있어야 폭발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을 것이다.

 

이런 민원인뿐만 아니라 북구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구청장실을 찾는 자생단체장과 회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최근 송정역 광역전철 연장 추진위원회 위원들의 경우 회사에 휴가를 내면서까지 서명운동을 하고, 대가 없이 서울까지 오르내리며 북구 발전에 앞장섰다. 이분들의 조건 없는 희생과 봉사에 큰절이라도 드리고 싶다. 지난해 6월 구청장임무를 수행하고 퇴직자지만 송정역 광역철도 연장에 큰 역할을 해 주신 위원회 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여러 이유로 구청장실을 찾을 것이다. 그분들은 단순한 손님이 아닌 우리의 주인이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헌법 규정을 마음에 새기고 올해도 최선을 다해 주인님을 모셔 주었으면 좋겠다.

 

최근 지방자치법이 개정됐다. 작년 하반기가 되면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8개 전 동에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었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주민 스스로 지역발전을 결정하고 집행하도록 구청에서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주민들도 주인의식으로 구정에 더욱 큰 관심을 두고 참여하고 응원해준다면 지방자치가 울산 북구에서 먼저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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