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언제 어떻게 작동하는가

2022.11.28 15:46:40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 중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은 행운이고 또 어느 정도 일상이 예측되기 때문에 그것을 너무 당연시한다.

 

생각해보면 민주주의는 이상한 현상이다. 선거를 보면 대부분의 선거에서 유권자의 거의 절반이 결과에 불만족이다. 왜냐하면 절반 정도는 자신이 투표한 사람이 당선 안 됐기 때문이다. 승자라고 해도 과반 이상을 확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또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공직을 수행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면 실망한다. 이처럼 대다수가 불만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는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돼 다시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계속해서 희망과 실망, 희망과 실망이 반복되는 것이다.

 

우리는 왜 민주주의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민주주의가 실현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치적인 자유, 정치적인 억압, 또는 방해받지 않고 살 자유, 그리고 정치적 평등권을 가진다. 민주주의의 내재적인 가치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인데 인간이라는 집단으로서 사람으로서 우리를 이끌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를 이끌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는 누가 우리를 이끌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흔치 않은지 그리고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도 권력은 수시로 이동했다. 쿠데타 그리고 폭력을 통해 더 많은 권력이 이동했다. 선거보다는 쿠데타가 더 많았다. 1788년 이후 607번의 쿠데타가 있었고 570번의 선거가 있었다.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68개국에서 정당 간의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이뤄진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흔치않고 굉장히 취약하다. 19세기 들어 전체적으로 국가의 수는 증가하고 탈식민지화가 나타났다. 200개국이 독립국가가 됐다. 독재였다가 또 민주주의 체제로 들어선 국가들도 있다. 이제 60% 이상이 민주주의 제도를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해당 국가에서 얼마 동안 유지되는가? 많은 국가의 경우 민주주의하에 있었다가 다시 독재 정권으로 바뀌었다. 가령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 8차례의 민주주의 제도가 있었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되지 않았다. 한국 같은 경우 1988년 이후 34년째이다. 미국의 기간이 가장 길다.

 

연도별로 현 집권당이 패배한 선거의 비율과 집권당이 선거 패배 후 패배를 인정했던 비율을 보면 선거를 통한 권력의 이양 그리고 평화적인 정권의 이양이 최근 들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은 과연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모든 시대에 갈등이 존재한다. 이런 갈등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처리할 수 있는가? 갈등이 폭력적 반대나 군사 개입을 통해 다뤄질 때도 있다. 선거라는 것은 유일하게 모두가 다 참여할 수 있고 모두가 다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선거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에서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자가 된다. 이때 패자보다 승자가 더 많은 가치 등을 가져간다. 패자가 얼마나 잃느냐도 중요하다. 선거로 너무 많은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 향후에 승리할 기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승자가 패자의 삶을 참담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고 다음에 패자가 승리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1997년 그 어떤 민주국가도 1인당 소득이 1976년 아르헨티나보다 높았던 나라가 많지 않았다. 한국과 같은 사회를 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부유한 나라에서는 민주주의가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과거 경험을 통해 배운다.

 

여러 번 선거를 통해 정권이 이양됐다면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잘 작동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도 몇 차례에 걸쳐 정권이 평화롭게 이양됐기 때문에 그런 안정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2가지 위험에 취약하다. 30년 전에는 가장 큰 위험이 군대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인식은 많이 사라졌다. 오늘날 직면하는 위험은 더 점진적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데, 바로 포퓰리즘이다. 새롭게 정부가 들어서 집권당이 생기고, 그리고 사람들한테 어필한다. 이데올로기, 종교, 인종, 민족주의 이런 모든 것을 기반으로 어필 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위를 점한다. 그런데 민주주의 규칙을 위반하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제도를 붕괴시킨다. 그리고 상대가 절대 이기지 못하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충성을 유도한다. 베네수엘라, 헝가리, 튀르키예 등이 사례가 될 수 있다.

 

양극화의 위험도 있다. 양극화는 당파적인 노선에 따라 일단 무조건 분열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반대 진영에서 무엇을 하는지와 무관하게 그냥 내가 어느 쪽에 붙어버리는 거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당 간의 적대감이 급증했고, 진영화가 우리 사회에 너무 깊게 뿌리 박혔다.

 

그래서 가족이 됐건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사회가 분열되고 있고 나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진영화가 나타나고 있다. 포퓰리즘과 양극화 이 2가지 주의해야 한다.

 

어떻게 민주주의를 재고할 수 있을까?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조작가능해 이를 통해 정치적인 대표성을 높일 수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다수의 의견이 묵살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반대당을 위해서도 그리고 패자를 위해서도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야당의 역할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특정 당은 선거에서 진다. 그러나 여기서 승자는 결국 우리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민주주의는 완결된 게 아니다.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코 완성형이 없다.

 

* 이 글은 아담 셰보르스키 교수가 SDF2022(다시 쓰는 민주주의)에서 행한 기조연설 ‘민주주의: 언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요약, 정리했다. 

박공식 대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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