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재선 국회의원(국민의힘, 경북 안동·예천). 유명 정치인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아는 사람은 꽤 깊숙이 그를 안다. 한국노총에서 월급 받는 변호사 1호로 15년 근무했으니 노동계에 발이 넓다 할 수 있다. 노동운동 변호사라고 부르자 고개를 젓는다. 기라성 같은 선배가 얼마나 많은데 한다. 그래도 국회 환경노동위 간사를 하고 있어 그의 목소리는 여의도를 넘어간다.
인터뷰 답변에서도 노동운동의 뒷모습을 두루 꿸 때는 ‘붓을 든 노조원’ 같아 사관(史官)의 모습이었고 노조의 불합리를 짚는 한마디 한마디는 판관(判官)의 준열한 음성이었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주택을 짓고 사는 그는 조선 말기 세도가 안동 김씨 가운데서도 중심인 이른바 장동 김씨 가문 후손이다. 독립운동가 이름이 족보에 즐비하다. 퇴계의 도산서원 뒤편에서 태어난 그는 안동과 예천 200리 가로지르는 낙동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때로 연민에 젖는다.
교육 의료 교통 등 쏟아지는 민원은 안동과 예천의 참을성 많은 ‘양반 품격’을 압도한다. 김형동에게 어르신들의 불평 불만이 숙명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런 김 의원에게 얼마전 새로운 도전이 생겼다. 외교를 모르고는 내치도 없다는 것. 글로벌이라고 하기엔 스스로 초보라고 하지만 국제경제 외교 방산 등을 고시 공부하듯 하고 있다. 조상들 독립운동 정신이 대를 훌쩍 넘어 글로벌로 향하고 있다.
장소 지방자치연구소 / 대담 이영애 발행인 / 정리 엄정권 대기자 / 사진 이경엽 기자 / 영상 제갈욱PD |
김형동 국회의원 약력
/ 법무법인 중앙법률원 대표변호사
/ 천태종 중앙신도회 회장
/ 국민의힘 노동위원장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 이영애_ 의원님 관련 영상을 쇼츠로 만들었습니다. 핸드폰으로 QR코드 찍어보시고 소감 말씀 부탁합니다. 그리고 저희 월간 지방정부가 2월로 창간 4주년을 맞았습니다. 축하의 말씀도 부탁합니다.
김형동 국회의원_ 아, 제가 상임위에서 질의하던 모습이군요. 짧게 잘 정리하셨습니다. 사건의 요체가 바로 드러나는군요. 월간 지방정부가 그동안 이 대표님과 관계자 여러분이 함께 지방 발전을 위한 헌신했음은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사명감의 묵묵한 실천 또한 귀감이 됩니다. 지역균형발전은 오늘날 대한민국기 갖고 있는 큰 명제입니다.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또 월간 지방정부 발전을 위한 기회가 저에게 오기를 기대합니다.
이영애_ 의원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하실까 궁금합니다.
김형동_ 처음 국회에 왔을 때는 아침이면 오늘 무슨 일을 할까 무엇을 해야겠다 하면서 밤늦게까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리고 당으로서도 희망이 있었죠. 당 지지율도 올라가고 서울시장 되찾아오면서 사실상 지방선거 이겼고요. 대통령도 당선시켰고, 그러면서 노동정책 등 희망이 있었거든요. (옅은 한숨) 그런데 요즘은 머리가 무거워요. 고민이 많이 되는 것도 있고요. 술 한잔 해야 잠이 옵니다.
이영애_ 그러실 것 같기도 하네요. 좀 불편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계엄, 탄핵, 재판 그리고 더욱 진영 갈등이 노골화되는 대중집회 등 일련의 흐름이 걱정됩니다. 여당 의원으로서 심경이 어떤가요?
김형동_ 헌재 결과를 어떻게 보느냐는 직설적 질문도 더러 받습니다만…. 요즘 국민이 너무 양극단적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어떤 (헌재) 결과가 나오든 갈라진 국민을 한 마음으로 최대한 좁히기 위해 정치인들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국민 통합 역할은 버리고 요즘 정치인들은 세 치 혀로 국민을 현혹하고 제 편으로 끌고 오는 얄팍한 술수에만 신경쓰는 상황이라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영애_ 야당에게 무엇을 주문할 수 있나요?
김형동_ 탄핵은 법적으로 보장된 수단이라해도 너무 오용 남용됐다는 비판은 야당으로서 면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권한을 갖고 있는 이 야당이 국회를 어느 순간 이재명 대표를 위한 민주당 의원총회로 변질시킨 면이 있습니다. 좀 격을 갖추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정책을 연구해 주었으 면 합니다.
이영애_ 이번엔 여당을 위해서 한 말씀을...
김형동_ 우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부분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직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탄핵시키고 소추 사유도 충분하지 않은데도 헌재로 보냈다는 비판을 받는데 이는 당내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우리 손으로 뽑은 대표를 두 분이나 사실상 우리가 탄핵을 시켰거든요, 그래놓고 누구를 욕하겠습니까?
(김 의원은 이 대목에서 말이 길어진다. 당내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당내 역학구도가 요동친다는 설명이다. 이벤트를 기회 삼아 당내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것. 대통령이 이 지경에 처한 것도 이 같은 다툼의 연장이라는 시각이다. 임기 보장된 당 대표를 몰아내고선 무슨 민주주의를 논하냐 라고 말한다,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거듭 주장한다.)
이영애_ 답답할 때가 많으시겠어요? 의원님은 노동운동하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동운동 경력이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되겠죠?
김형동_ 노동운동 변호사라는 건 과찬이고요, 진짜 노동운동을 한 기라성 같은 선배들 많습니다. 한국노총에 15년 있었습니다. 재미있어서 15년이 어떻게 간 줄 모르겠습니다. 한국노총에서 월급받는 1호 변호사였습니다. 옛날에 저 혼자 근무했는데 지금은 20명 정도 됩니다. 그만큼 조직도 커지고 법률 수요도 많고 법률 이슈도 많다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사실 노동문제는 생각보다 꽤 복잡합니다. 정부 또는 야당 상대로 토론하고 입씨름할 때 전문성 없으면 안되죠. 예를 들어 고 오요안나 사건을 놓고 법을 적용하는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이 선의만 가지고 정치를 한다면 답이 없는 일입니다. 정치인들도 모르면 모른다, 알면 안다라고 제대로 말해야 해요. 조금 아는 걸 전문가인양 하다가는 실수하죠. 이재명 대표도 반도체법 만들자면서 주52시간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데, 참...
이영애_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좀 과격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요?
김형동_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참 짧게도 하시네요(웃음). 과격하다라는 말은 일부일 뿐이에요. 이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이미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관료화됐습니다. 기득권이라는 말과 상통합니다. 노동운동이 과거에는 모자라고 부족한 것들을 이만큼 끌어올리는 거였다면 지금은 올라온 것들을 누리고 지키기 위한 운동으로 변질됐다는 뜻이죠. 물론 잘하는 무분도 많지만요, 저는 그래서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이영애_ 네, 궁금해집니다.
김형동_ (사회 정치적으로) 엄청 덩치가 커졌는데, 그 덩치와 위치에 맞게 스테이크홀더(이해 집단)로서 제 역할을 해달라는 게 첫째 주문입니다. 또 하나는 연대의식 실종 또는 동지애의 실종입니다. 관료화의 연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MBC 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사건을 볼까요. MBC 핵심 세력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입니다. 그런데 언론노조가 갖고 있는 그 본연의 훌륭한 정신이 오요안나에게는 어떤 식으로 작동했냐는 거죠. 인권과 연대를 부르짖는 언론이 가장 옆에 있는 동료를 연대커녕 배척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방송계는 정말 부조리의 백화점입니다. 어쨌든 노동운동은 연대의 복원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할 거라고 봅니다. 가장 옆에 있는 친구 하나 챙기지 못하고 무슨 법 고치라고 타령합니까?
이영애_ 저희가 미처 몰랐던 탁견을 들려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지역구 얘기를 해볼까요? 안동·예천이 고향이자 지역구인데, 서울대 나오고 변호사 하셨으니 인재 나왔다고 칭송이 자자할 것 같습니다.
김형동_ 이이고, 별말씀을. 대한민국 독립운동 하신 분 절반이 영남에 있고 그 절반이 안동에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분들이 진짜 인재들이죠. 저는 쳐다도 못 볼 분들입니다.
이영애_ 안동·예천 자랑 좀 하시죠.
김형동_ 오래전 안동은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했습니다. 이젠 글로벌해져야 하니 네이밍을 새로 제가 해봤습니다. 영어로요. 코리아 인 코리아.(Korea in Korea). 그리고 예천은 충효의 고장입니다. 한여름 호랑이를 타고 구하기 어려운 홍시를 구해 왔다는 효자의 설화가 내려오고 있습니아.
이영애_ 코리아 인 코리아, 너무 멋집니다.
김형동_ 낙동강이 남북으로 길게 흐르다 문경 상주 예천에 와서는 동서로 200리 흐릅니다. 그 유장하고 도도한 물길은 대지를 풍요롭게 하고 민심을 후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내륙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안동·에천을 중심으로 정신 문화가 꽃피었고 그 정신 문화는 날 때부터 몸에 배어 있어, 그 고장 사람들은 80년을 살지만 태어날 때부터 지난 세월 800년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영애_ 지역구에서 재선을 시켜주신 어르신 등 유권자들에게 인사 말씀하시죠?
김형동_ 입춘 우수가 지났는데도 아직 날이 찹니다. 정부 여당이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큰 어려움 끼치고 있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반성을 하면서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더 열심히 국정을 돌보고 또 지역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동 예천이 경상북도의 중심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서 제가 공약했던 부분이 실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못한 것 있으면 회초리를 드십시오.
이영애_ 지역구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지역구에 바이오단지를 유치하고 하천 복원하는 등 일을 많이 하셨는데, 또 다른 현안들이 있나요?
김형동_ 현안이라면 역시 젊은이 유출을 어떻게 막고 정주 요건을 얼마나 개선하느냐 하는 거죠. 안동과 예천 사이에 바이오산업단지 후보지가 선정됐지만 교통 등 인프라 확충이 절실합니다. 안동은 경북 도청 소재지인데도 기차역이 없어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기차역 등 교통 인프라가 뒤따라야 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거는 의료 공백 개선입니다. 안동에서 대구까지 반경 100㎞ 안에 의대가 없습니다. 경북 북부지역 크기가 충북 정도 되는데, 의대가 없어요. 국립안동대에 의대를 신설해야 합니다.
이영애_ 대구와 경북 통합 논의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형동_ 대구 경북 통합은 단위가 너무 큽니다. 그렇게 큰 규모가 과연 도민 시민 삶에 도움을 얼마나 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잘 살펴야 합니다. 청주 청원, 마산 창원 진주 등 이른바 마창진 정도 크기가 적당하다 봅니다. 또 행정구조가 시민들 삶의 효능을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이영애_ 의원님, 원내 원외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하셔야 할 텐데요. 국민에게 다짐의 말을 하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김형동_ 어떤 역할을 하기 앞서 우선 헌정질서가 회복돼야겠죠. 화복 과정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국민에게 더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급하다고 봅니다. 제 정치적 모토는 ‘격차를 해소하자’입니다. 빈부의 격차, 이념의 격차, 성별의 격차 등 다양한 격차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런 격차를 줄이는 데 더욱 관심을 두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외교와 국익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외교를 통해서 우리 시장을 넓히고 인구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에 문호도 크게 열고,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국익을 도모하는 방법 중 하나가 외교라고 생각해 외교 공부도 하고 국제경제 책도 틈틈이 보고 있습니다.
이영애_ 요즘 국회의원들 욕을 많이 먹는데 김형동 의원은 확실히 예외로 해야겠습니다, 어려운 시기 여러분이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 공부하는 의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