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밥퍼‘ '의료 후불제' 등 복지 모델 성공" [김영환 충북도지사]

  • 등록 2025.07.03 09: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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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은 천혜의 중심지…지도자는 상상력 풍부해야
시인된 건 큰 축복... 사물 보는 관점 다양해져"

낮은 목소리가 상대 귀를 잡아당긴다. 과하지 않은 표정과 웃음으로 대화의 진폭은 자연스레 조절된다. 이야기 내용은 깊어지고 곧바로 나아가 군말 없는 시어(詩語)같은 압축미가 엿보인다. 김영환 충청북도 도지사는 리액션도 없이 취임 3년을 돌아보며 도정 성과를 하나하나 짚어간다.

 

자랑조차 저음에 묻혀 빛을 내지 않아 자랑 같지 않고 아쉬움의 가벼운 탄식도 눈치채기 어렵다. 질문에 막힘없는 답이지만 절대 ‘과속’하지 않아 ‘인터뷰 드라이브’는 정숙 주행이다. 모든 게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게 아니고 충북 자체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 일관돼 있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일하는 밥퍼’에 대한 자평조차 ‘중립’을 유지하며 도민 뜻을 더 받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도지사는 스스로 파란만장한 인생이라고 했다. 학생 시절은 운동에 투신하며 제적·투옥 등 고초를 겪었고 청년기 장년기는 공동체에 헌신하며 끓고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김 지사는 ’노래가 되어도 좋을 시를 쓰고 싶다‘ 했다. 충북이 펼쳐놓은 백일장 한마당, 김영환은 시를 쓰고 도민은 노래를 부른다

 

장소 충북도청 도지사 접견실 / 대담 이영애 발행인 / 정리 엄정권 대기자 / 사진 전화수 기자 / 영상 제갈욱 PD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도지사님 많이 바쁘시죠? 충청북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먼저 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죠?

김영환 충청북도 도지사_ 제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삶 자체가 파란만장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오래 정치를 하다보니…. 국민이 참으로 어려운 선택을 했고 또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정권이 출현했으니 나라가 잘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영애_ 주변에서는 도지사님이 다른 지사님들과 많이 다르다 라는 말이 나옵니다.

김영환_ 당연히 다르겠죠. 제가 다르니까 결국 다르다고 하는 거죠. 저같은 스타일의 도지사가 있지 않았죠. 저는 워낙 독특하게 살아왔으니까요. 제가 좀 다른 것을 좋아하고 다른 것이 바로 창조고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기존과 비슷하다면 실망스러운 거죠.

 

이영애_ 임기 3년이 지났습니다. 소회를 말씀해주십시오.

김영환_ 누가 어떻게 평가하느냐, 누가 어떻게 보느냐 하는 건 제 소관이 아니니 별개로 하겠습니다. 도민이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문제도 소관이 아닙니다. 저는 국회의원도 하고, 정부에서 일도 하고, 또 의사로 일하고 낙선도 하고 뭐 많은 경험을 했죠. 그런데 지난 3년이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에도 썼지만 고통과 행복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에 순탄한 삶을 살았다면 이런 고통도 없고 행복도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도정을 잘 이끌어왔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성과를 냈다고 할까 그런 것들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합니다. 잘 견뎠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행복합니다.

 

 

이영애_ 행복하신 지사님, 몇 시에 일어나세요?

김영환_ 원래는 늦잠도 자고 했는데 요즘 잠이 없어져서 보통 5시 정도, 어떤 땐 4시에도 일어납니다. 저는 언제나 웨이크업 상태입니다. 공무원들이나 친구들이나 누군가를 깨워야지 하면서 전화할 시간 기다립니다.

 

이영애_ 지사님은 시집도 여러 권 내신 시인입니다. 많은 경험이 가슴 속에서 묻어 나오는 건가요?

김영환_ 어쩌다 보니 시를 쓰게 됐고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건 큰 축복입니다. 시인이 됨으로써 한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이해하게 되고 또 새로운 발상을 만들어내는 토양이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연히 만난 시였지만 저에게 정말 축복이었고 다른 정치인과 차별화되는 점이죠.

 

이영애_ 분명 창의적이고 다른 정치인과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김영환_ 변호사 전원책이라는 분 있잖습니까. 저하고 잘 아는데, 미래의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느냐에 대해 전 변호사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지도자로 좋은 사람 조건이 있었는데 지금은 압도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영애_ 정치인에게 상상력은 어떤 건가요?

김영환_ 저는 창조적 상상력이라는 말을 쓰는데, 창조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여러 현안이나 사물이나 또는 문제를 대하면서 창의적인 대안이 나올 수가 있는데 과거 방식을 답습해서는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시대이니 창의적 삶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AI시대 아닙니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질문을 던지는 일은 지도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충청북도에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 지사님은 창의력과 상상력이 몇 점이라고 보시나요?

김영환_ 객관적으로는 알 수가 없죠. 저는 지금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도정에서도 상상력을 발휘했고 하고 싶은대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성과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고 봅니다.

 

이영애_ ‘일하는 밥퍼’는 충북 최고 발명품이라고 들었습니다. 타 지자체 관심도 높아 전국으로 확산될 것 같습니다.

김영환_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건 확실합니다. 창의적이고 폭발적 반응이 있으니 대중적 성과가 확실히 눈에 띕니다. 보시면 알아요. 현장을 보면 이게 얼마나 중요한 복지정책, 노인정책, 농업정책인지 알게 됩니다. 제가 만들었지만 참 놀라운 일입니다.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정책이고 교과서에도 안 나오는 정책입니다.

 

 

‘일하는 밥퍼’는 어르신들을 생산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경험과 능력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한 충북의 혁신적인 사업으로 2024년 3월 경로당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한 이후 전통시장, 공공기관, 종교기관 등 115개 장소에서 농산물 다듬기, 공산품 조립 등을 하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15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최대 1만명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영애_ 의료비 후불제도 전국 최초입니다. 어떤 정책인가요?

김영환_ 제가 이거 하나만 성공해도 도지사로서 역사에 남을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독특하고 새로운 정책인데 성공을 해서 저도 꿈인가 생시인가 하죠. 병원에 먼저 가서 진료 받고 돈은 나중에 내는 겁니다. 분납도 됩니다. 65세 이상 등에게만 해당되지만 전 도민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돈을 그냥 내주는 게 아닙니다. 원금은 다 본인이 결국 부담하는 겁니다.

 

이영애_ 새로운 의료복지입니다. 이것도 전국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네요.

김영환_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의료복지 모델이 될 겁니다. 작년 말 서울시와 정책공약을 맺었으니 서울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겠죠. 9월부터 시범사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지자체도 문의가 많습니다.

 

이영애_ 관건은 지속가능 여부일 것 같습니다. 문제 없겠죠?

김영환_ 말씀드린대로 의료비 후불제도 모두 원금을 회수하는 거죠. 그러니까 물탱크는 그대로 있는 거죠. 저희 도에서는 돈 그냥 주는 정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도 그렇고 일부 지자체도 그렇고 그냥 막 돈을 주잖아요.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은 게 문제죠. 계속 주면 좋지만 그럴 여력은 없잖아요. 언젠가는 누군가는 갚아야 할 돈이죠. ‘일하는 밥퍼’도 1만5천원이라는 작은 돈을 드리지만 계속 드린다는 점이 장점이고 우리 예산은 그 중 3분의1이고 나머지는 일하는 데서 나오는 수익으로 채우는 거죠. 밑빠진 독이 되면 안되죠.

 

 

이영애_ 독특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이라고 하시는데 당사자들도 만족하고 있겠죠?

김영환_ 소문과 상관없이 우리 방식으로 일을 하는데, 최근 놀라운 얘기를 들었어요. 왜 이렇게 좋은 정책을 하는데 도민들이 체감을 못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아직 때가 안됐다는 겁니다. 씨 뿌리고 열매 맺는 때가 다 있다는 건데 지금은 추수할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얼마전 금·토·일요일 사흘동안 일하는 밥퍼 인력 1만7천 명이 투입됐답니다. 하루 평균 5천 명 이상 어르신들이 농촌에 가서 일을 한 거죠. 이 분들이 6만 원 받으니까 저녁을 드시든가, 순대를 드시든가 그랬겠죠. 그러니까 이 정도 돼야 기별이 조금 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영애_ 다시, ‘일하는 밥퍼’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건가요?

김영환_ 요란하게 소문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하루에 1600명이 일하거든요. 이래가지고는 경제효과나 승수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적어도 1만 명은 돼야 효과가 나는데 그걸 체감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밥퍼는 물이 100도로 끓는 일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이 흔들릴 만큼 큰 업적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영애_ 올 연말 안으로는 끓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영환_ 그렇게 빨리 끓을 필요는 없고요, 모든 정책이 좀 찬찬히 그리고 정확하게 하는 게 필요하니까요.

 

이영애_ 요즘은 지역 관광산업도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영동과 제천에서 국제 엑스포가 있죠?

김영환_ 9월에 거의 동시에 열리는데, 규모가 큰 행사인데 잘 치를까 걱정하지만 잘 될 겁니다. 군민들이 아주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 우리가 뒷받침하고 제가 역할을 해서 꼭 성공시켜야죠.

 

이영애_ 많은 군민들이 힘을 얻을 것 같습니다. 충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키우시겠다는 의지가 잘 실천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김영환_ 충북이 대한민국 중심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충북의 발전을 이끌고 싶지는 않고요. 저희가 지난 임기 3년 동안 60조 규모 투자를 이끌어 냈습니다. 5만 원권 지폐 늘어놓으면 지구 4바퀴 반 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고용률이 74.1%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이고 있고요, 출생 증가율은 3등이지만 세종시 같은 특수 경우를 빼면 사실상 1등입니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충북이 지리적으로 중심에 있어 그런 효과가 생기고 도민들에게도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영애_ 충북이 펄펄 끓고 있습니다, 지금. 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의 말씀 들으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영환_ 네, 청주공항도 이용객 수가 458만 명을 넘었습니다. 충북은 관광도 투자도 인구증가율도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일부는 제가 친일파라고 하면서 저를 괴롭혔고 궁평차도 사건을 오송참사라고 정치적으로 이용했어요. 제방붕괴 사고를 침수사고라고 해 우리 도민들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습니다. 불운과 고통, 이 모두를 도민과 함께 인내하고 견디어 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정이 큰 성과를 낼 수 있게 힘을 주신 도민 여러분에게 감사 드립니다. 남은 임기 동안 더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을 뵙겠습니다.

 

이영애_ 충븍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중심입니다. 다양한 복지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출생률 일자리 등 안정적입니다. 지자체장 여러분 충북을 벤치마킹하십시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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