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3, 대한민국 그리고 지방소멸 [최원재 칼럼]

  • 등록 2025.07.03 17:02:26
크게보기

 

스트릿 우먼 파이터 3(이하 스우파3)를 보셨는가? 인기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우파가 올해 시즌 3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은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국제 참가자들이 포함되어, 무대를 한국에서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각국을 대표하는 댄서들이 자국의 자존심을 걸고 뜨거운 춤 대결을 펼치는 모습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스우파 공식 유튜브 채널의 한 영상은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고, 댓글 창에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 있다. 그만큼 전 세계 팬들이 각국의 댄서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그램 자체를 응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한국 경연 프로그램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사례는 많다.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 글로벌 주간 조회수 톱 3에 오르며 한국형 서바이벌의 잠재력을 증명했고, 흑백요리사는 나탈리 포트만, 앤 해서웨이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중에서도 스우파는 유독 특별하다. 단순한 경쟁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감탄하고 연대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춤을 통해 세계가 소통하는 ‘댄스계의 올림픽’인 셈이다.


언제나 이기는 쪽은 ‘하우스’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콘텐츠의 구조와 수익 모델이다. 올림픽에서도 그렇듯, 언제나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주체는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를 주최한 ‘하우스’다. 올림픽은 선수에게 금메달과 소정의 상금을 지급하지만, 실제 수익의 대부분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 돌아간다. 카지노에서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어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지만, 항상 돈을 버는 쪽은 카지노다.

 

스우파 역시 마찬가지다. 각국 댄서들이 출전해 열정적으로 무대를 꾸미지만, 진짜 승자는 이 판을 짠 제작사와 방송사, 그리고 플랫폼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단순한 경연을 넘어 한국의 음악(K-pop), 음식, 패션, 관광지 등 다양한 문화 요소들이 자
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한국팀의 ‘몽경’ 퍼포먼스는 수원시, 국가유산청, 스튜디오 지니 등 공공기관과 기업의 바이럴 마케팅 참여를 유도했으며, 해당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1위를 기록했다. 스우파는 이처럼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유튜브 채널을 통한광고 수익과 콘텐츠 판권 수익까지 확보하며 수익성도 놓치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열어야 할 새로운 ‘판’
우리는 왜 콘텐츠 산업에서 이토록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돈이 되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는가? 오징어게임이 조 단위의 수익을 냈지만, 그 대부분은 넷플릭스가 가져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원천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국내 구독자 수 증가가 정체되어 있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높이고, 방송·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대기업에게 세액공제나 지원금을 몰아주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글로벌 판’을 열 수 있는 구조, 즉 세계 각국의 창작자와 자본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글로벌 공동제작 시스템과 자체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스우파가 보여주듯, 콘텐츠는 우리만의 무대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세계인을 초대해 ‘함께 노는 판’을 만들 때 경쟁은 자연스럽게 분산되고, 국내의 과잉경쟁 구조도 완화될 수 있다. 이는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인 ‘과도한 수도권 경쟁’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콘텐츠와 지역이 만날 때
이런 맥락에서 넷플릭스가 미국 뉴저지에 건립 중인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넷플릭스 하우스는 단순한 브랜드 체험 공간이 아니라, 자사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상업 공간이다. 내부에는 레스토랑, VR 게임장, 기념품 매장, 미니 골프장 등이 들어서며, 콘텐츠 팬들이 실제로 방문하고 소비하는 장소로 만들어진다.


그 경제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뉴저지 스튜디오 건설로 약 1,500~2,000개의 직접 고용과 3,000~4,000개의 간접 고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10년간 지역경제에 수천억 원 이상의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브리저튼(Bridgerton) 역시 촬영지 지역에 3,5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고, 5,000개 이상의 지역 소상공인이 간접 수혜를 입었다. 콘텐츠 하나가 지역을 살리는 실질적 수단이 된 것이다.

 

지방이 세계의 무대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모델을 한국의 지역으로 가져오면 어떨까? 지금처럼 수도권에만 문화 인프라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콘텐츠 기반의 복합문화공간이 지방에 만들어진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청년 인구 유입, 관광 활성화, 지역 브랜드 제고,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스우파의 글로벌 팬덤은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이 반드시 서울일 필요는 없다.

 

지방은 콘텐츠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방이 콘텐츠 산업을 단순한 외부 유치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창조하고 확장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선제적 투자와 함께, 중앙정부의 정책적 유도, 그리고 민간의 혁신적 기획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워스트(worst) 댄서가 한국?
스우파 미션 중 ‘워스트 댄서’를 지목하는 장면에서 한국 댄서가 선택된 적이 있다. 이유는 춤 실력보다는 영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팀 내에서 소외되고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예능 장면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보여준다.

 

지방소멸 시대에 국내 인구만으로 지역을 유지하는 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주인구든 생활인구든 외국인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언어는 AI가 도와줄 수 있지만, 문화적으로 외국인을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는 또다른 문제다. 한국의 진정한 세계화 그리고 지방의 외국인 유치를 위해 꼭 논의가 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스우파를 보며 다시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였는지를 실감했다. 우리나라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청자, 출연진, 제작사 모두가 진심으로 몰입하고,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다.

 

이러한 한류의 성공은 콘텐츠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 높은 피드백과 깊은 애정 위에 세워진 결과다. 이제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국민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 피드백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정부, 그것이 진짜 선진국의 시작이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재 연구원]

최원재 연구원 nlncm@naver.com
tvU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지방정부 tvU(티비유)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영애 | (본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1, (분원) 서울 종로구 경희궁3나길 15-4 | Tel : 02-737-8266, 02-739-4600| E-mail nlncm@naver.com 등록번호 : 서울, 아04111 | 등록일ㆍ발행일 : 2016.07.19 | 사업자정보 : 101-86-87833 | 청소년 보호 관리 담당자: 편집부 차장 /청소년 보호 관리 책임자: 발행인 지방정부 tvU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