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지역소멸, 청년유출, 복지재정 한계 등 대한민국 지방정부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행정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 기존 정부 모델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하위 집행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삶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정책 설계자이자 실험자로서의 위상을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방분권 강화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모델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문제들을 지방 차원의 혁신과 실천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정부는 실험과 참여를 위한 제도적 공간이 부족하고, 재정 및 권한의 비대칭 속에서 실행력이 제약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야 말로 지방정부가 국제적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적기다. 특히 북유럽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지방정부가 복지, 기후, 정부 전환을 선도하고 있으며, 중앙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를 구축해왔다. 정책 실험, 주민참여, 수익공유, 제도개혁 등 다양한 측면에 서 유의미한 접근들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해외 사례 중에서 구조적 전환을 이끌어낸 대표적 지방정책 사례 네 가지를 선정하여, 한국 지방정부가 실천할 수 있는 교훈과 적용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북유럽, 유럽 등에서 이미 지역 차원의 구조적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네 가지 지방정책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지방정부가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훈을 함께 제시한다.
주민이 입법자 돼야 실행력 강화
지방은 중앙의 자율적 동반자로
핀란드, 독일 바이에른주, 캐나다 BC주, 스위스 취리히의 사례는 모두 지방정부가 정책 실험의 주체가 되어 국가의 비전과 지역의 현실을 연결해낸 성공적 전환의 사례이다. 이들 사례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정책 실험의 현장으로서의 지방의 위상 강화가 중요하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처럼, 중앙이 설계하더라도 지방이 실행의 중심이 되어야 현실을 반영한 피드백이 가능하다. 지방정부는 실험과 평가의 유기적 순환 고리로 기능해야 한다.
둘째, 주민참여의 제도화가 정책 수용성과 지속가능성의 열쇠다. 독일과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에너지 정책이나 입법 과정에서 주민이 ‘구경꾼’이 아닌 ‘투자자’이자 ‘입법자’로 참여할 때 자치의 정당성과 실행력이 강화된다.
셋째, 재정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스위스 취리히의 기후예산과 배당제도는 예산을 단순한 지출계획이 아니라, 정책 철학과 시민 계약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지방정부가 예산과 세입 구조를 재정의하는 데에 있어 강력한 영감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복지국가와 지역 균형 발전은 지방정부가 혁신의 실험장이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법적 자율성, 재정 자율성, 정책 실험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동반자적 협력 구조로 연결해야 한다. 지방이 단지 행정 하위 단위가 아니라, 미래사회의 실험실이자 시민과 국가를 잇는 자치의 허브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지방에서 시작되는 전환’을 제도화할 적기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