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경기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작은 것도 아껴야 사는 시대다. 나갈 돈을 어떻게든 줄여보고자 대안으로 나온 게 바로 렌털이다. 꼭 필요한 물건은 렌털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다. 비행기를 통째로 렌털하는가 하면 지자체는 가로등 LED 등을 렌털하기도 한다.
기획 양태석 기자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위워크(www.wework.com)는 ‘구독형 임대 서비스’를 벌이고 있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위워크는 1인당 매월 일정한 요금을 받고 세계 각지에 확보한 사무실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매월 약 40만원만 내면 미국은 물론 영국, 이스라엘에 마련된 46개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볼 수 있다.
위워크가 제공하는 사무실에는 초고속 인터넷, 맥주,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고 회의실도 사용할 수 있다. 사무공간이 닫힐 때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약 112만원을 내면 개별 사무실을 사용할 수도 있다. 대도시의 비싼 임대료를 따져볼 때 상당히 저렴한 것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패스트파이브도 이와 같은 구독형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월 19만9000~54만9000원을 내면 사무실과 편의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위위크처럼 일정액을 내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하는 ‘구독형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임대뿐만 아니라 음악과 동영상 등 콘텐츠나 소프트웨어와 반찬 배달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음악서비스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데, 매월 정액 요금만 내면 수백만 곡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 스트리밍이라는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스트리밍 기술은 음악들을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게 아니라 음원을 판매하는 사이트 서버에 접속해 바로 듣도록 하는 것이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도 최근 구독형 서비스로 바꿨다. 100만원 가까이 하는 소프트웨어를 사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1만1000원부터 내고 쓰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덕분에 어도비의 구독자 수는 360만명에 이르렀다. 그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오피스도 월 1만원 수준의 구독형 모델을 도입했다.

이처럼 렌털하는 사업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최근 한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내년에 국내 렌털 시장의 규모가 25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수기, 비데, 제습기 등과 같은 제품을 넘어 이제 안마의자 등 고가 가전제품의 렌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갈수록 불경기가 이어져 이제 B2B 시장도 렌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포크레인, 크레인 등 토목건설장비와 전산관리 장비, 공작기계, 고가의 의료장비 등의 렌털이 크게 늘었다.

한국렌털협회가 최근 조사한 국내 렌털사업의 종류 및 카테고리별 업체 수는 총 2만4000여개나 된다. 최근에는 애완동물, 명품가방, 3D프린터, 의료장비, 타이어 뿐만 아니라 비행기까지 렌털 대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저가항공사로 알려져 있는 제주항공은 190인승 보잉 737항공기를 통째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겉모습을 바꿔주고 승무원 복장까지 맞춰준다. 주로 기업체 행사나 연예인, 기업CEO들이 주로 이용한다.
경기도는 작년 하반기부터 가로등이나 터널 등에 널리 쓰이는 LED조명을 구입하지 않고 렌털 방식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그동안 할부로 조명을 구입한 지자체는 소유권을 갖게 되면서 부채가 증가했었다. 그러나 렌털을 하면 소유권이 렌털기업에 있어 재무제표에서 부채로도 잡히지 않고 AS를 정확히 해준다. 가뜩이나 어려운 불경기에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