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디는 미래세대의 국가 모습을 동네공공자치제에서 찾고자 하였다. 그는 나눔과 배려라는 복지의 원형이 동네와 만나고, 공동체문화, 공동체경제, 공동체교육이 어우러진 동네공화국의 완성을 꿈꾸었다.

전병관 충청남도 아산시 온양3동장
‘복지동장’을 자처하는 나는 어릴 적 느꼈던 동네의 살가운 문화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동네복지의 첩경임에 착안하여 다양한 복지사업을 시행했다.
나는 동네에 ‘나눔 DNA’가 있다고 믿는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도 서로 필요한 것들을 나누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를 복원하면 나눔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결국 이것은 동네복지를 실현하는 기초가 된것이다.
동네는 기본적으로 주민과 공간이라는 두 요소로 형성된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게 되고 소속감, 정체성, 연대감을 이루고 있으며, 수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동네에는 나름의 ‘항상성을 갖춘 사회 시스템’이 있다. 동네의 구성원들은 동네에서 재충전을 하고, 자원을 조달하며, 긴장과 갈등을 스스로 해결한다.
특히 인류가 존속할 수 있었던 사회적인 협력시스템은 인류가 경쟁보다 상호부조를 통해 진화해왔다는 크로포트킨의 사상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러한 시스템이 가능했던 것은 동네에 호혜를 바탕으로 하는 평등과 자치의 사상, 공유하고 나누는 문화, 상생과 조화의 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는 기본적으로 국가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 형성되어 있어 국가의 형태에 따라 경제원리가 결정되지만 동네에 존재하는 공유의 개념과 의식은 자본주의적 속성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는 반세기도 못 가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성장 중심의 탐욕을 멈추지 않는 자본과 선심성 공약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제공된 복지는 대폭적인 축소나 파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더 이상 국가재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복지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공공급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보편적 복지논쟁으로 확대됐다. 선거가 끝난 뒤 공공보육, 공공의료의 영역까지 번지더니 재정확보에 따른 증세 논쟁을 유발했다.
지금까지 복지전달체계는 정부나 지역사회에서의 돌봄과 보살핌을 개별적인 욕구나 필요라고 인식해왔다. 국민 개개인이 시장에서 복지상품을 구매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정부의 공공적 사회보험 체계도 보장성을 강화해왔지만 복지자원의 고객을 삶의 주체가 아닌 수동적인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는 전문성, 효율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더 이상 복지수혜자를 수동적인 대상자로 고착시키지 않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만들고, 생활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복지가 중요해졌다.
동네복지를 실현하려면 가장 먼저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만 한다. 동장은 동네복지에 대한 기획안을 만들고 동네의 상황과 실정에 맞게 잘 적용시켜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동장은 절대로 관리자의 입장에 서면 안 된다. 지원자의 입장에 서서 소통의 장을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의 추진자인 복지동장이 동네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동네복지를 만들어가기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동장은 소통의 장이 비록 작은 단위라고 하더라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성을 갖고 참여하도록 지원해야만 한다. 그것이 동네복지를 앞당기는 첩경이다.
동네복지는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 이웃이 이웃을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동네복지체계는 더불어사는 동네공동체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 공간을 바꾸더라도 보행조건을 감안하고 자전거 길을 활성화하여 사람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 지역화폐나 협동조합과 같은 연대경제시스템을 통해 골목경제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이웃 간의 정을 느끼고, 범죄나 폭력을 예방하고, 머물고 싶은 동네가 된다. 놀이와 여가가 상호작용하는 동네가 바로 동네복지가 추구하는 미래의 동네이다.
우리는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동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를 복원하고 이웃과 더불어 공생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에서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시대의 스승 마하트마 간디는 무엇보다 ‘자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동네공동체는 일명 ‘동네공화국’이라고 표현한다. 간디는 미래세대의 국가 모습을 동네공공자치제에서 찾고자 하였다. 동네공화국 수십만 개가 인도라는 국가를 이루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는 나눔과 배려라는 복지의 원형이 동네와 만나고, 공동체문화, 공동체경제, 공동체교육이 어우러진 동네공화국의 완성을 꿈꾸었다.
20년 이상 복지를 업으로 삼아 온 나는 이제 복지가 단순 수혜식 시스템에서 벗어나 서로 돕고 살피는 우리의 옛 전통을 살린다면 진정한 복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행정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에서 복지의 원형을 찾는 시도를 담은 나의 책 《국가복지에서 동네복지로》으로 동네공동체가 생겨나고, 진화하고 있는 지금 왜 하필 동네복지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동네의 복지에 관심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동네 안에서 자조와 자치를 이루어내고, 이웃이 이웃을 돕는 동네복지체계를 구축하여 새로운 동네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바람,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나눔과 배려를 실천해 보고자 하는 노력, 복지동장 및 동네복지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와 다른 지역의 살맛나는 동네복지 이야기를 통하여 왜 동네복지가 필요한지,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행복한 동네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함께 그려보고 공감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