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가에는 벌써부터 내년 트렌드를 예견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내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생각으로부터 내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미리 살펴보도록 하자.
기획 양태석 기자
김난도 교수가 제시하는 2016년 트렌드
플랜 Z 시대가 되고 있다. 플랜 Z는 최선인 플랜 A, 차선인 플랜 B가 모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를 뜻한다. 일명 ‘구명보트 전략’이다. 풍요와 빈곤이 극적으로 교차되는 시대에 나타나는 플랜 Z 소비는 ‘통장 잔고가 0원일지라도 삶은 우아하게’를 모토로 삼는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 푼이라도 절약해주는 ‘앱테크’의 도사로 거듭나고 샘플세일과 리퍼브 제품의 마스터가 되는 방식으로 ‘우아한 서바이벌’을 이어간다. 플랜 Z 시대의 또 다른 풍속인 ‘가성비’의 약진은 브랜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아예 브랜드 없는 브랜드인 ‘노브랜드’가 각광받는 시대에 사람들은 브랜드는 뒷전이고 내용과 품질을 먼저 따진다. 소비자는 이미 브랜드의 후광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품질을 판단할 정도로 정보에 민감하고 똑똑해져 있다.
우아한 서바이벌을 도와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SNS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있어보이는 것’. 주변의 너저분한 현실을 쏙 빼고 멋져 보이는 것들만 프레임에 담는 기술이야말로 ‘있어빌리티(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의 핵심이다. SNS에 뭔가를 올릴 때는 해시태그를 잊으면 안 된다. 21세기 취향공동체는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SNS와 인터넷의 강력한 영향력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마을공동체나 가족공동체가 아니라 인터넷공동체에 의지해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엄마들은 부모 세대의 조언보다 인터넷 선배들의 말을 더 따른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거대해지고 있지만 TV가 바보상자의 오명을 벗고 가장 강력한 소통의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현재 N스크린을 휩쓸고 있는 것은 공중파 TV도 케이블 TV도 아닌 개인이 제작해 송출하는 방송이다. 1인 미디어의 무서운 확장세는 기존 시청률 산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게 만들었고 공중파 방송시스템의 체질 변화를 몰고 왔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야기된 전반적인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과잉근심’이 도처에서 감지된다. 조그만 위험에도 극도로 몸을 사리는 사람들은 위험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눈을 돌린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에너지 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도래한 100세 시대는 우리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삶의 양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불안과 근심 속에서도 소비는 계속 되고 그것은 이 짜증나는 현실을 타파할 새로운 재밋거리의 추구와 연결된다. ‘원초적 본능’에 대한 몰두다. 이왕이면 재미있게, 좀 더 신선하게, 아니면 아주 다르게. 너무 잘 나가는 것들만 보는 것도 지겨워진 시대. 사람들은 이제 싼 티 나는 B급 정서를 더 반기고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들을 신선하게 바라본다.
끝으로 이렇게 변하는 것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즉,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욕망들이다. 인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먹고 자고 입어야 하며, 나아가 권력과 명예와 성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 개성을 타인에게 과시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두드러지는 시대 현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키워드로 ‘1인 미디어 전성시대’와 ‘취향 공동체’, ‘있어 보이게’를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