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렌드] 의심 가는 모든 것에 귀 기울여라!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 등록 2018.06.25 09: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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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총 22만7608건으로 2013년에 비해 6만건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자책감과 두려움, 미래에 대한 걱정, 경제적인 문제로, 주위 사람들은 남의 가정사라는 생각에 신고를 꺼린다고 한다.


기획 황진아 기자



인천광역시 연수구에서 2년여 간 아버지와 동거녀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한 11살 소녀의 이야기가 공분을 샀다. 소녀의 아버지는 딸을 집에 가둔 채 먹을 것을 주지도 않고 툭하면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추운 겨울에 얇은 옷차림과 맨발로 2층 집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소녀는 키 120cm, 몸무게 16kg에 불과했다. 소녀를 발견한 슈퍼 주인은 “아이가 너무 말랐고 몸에는 상처도 있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신고했다”고 전했다.


사실 소녀는 더 빨리 구조될 수도 있었다. 소녀는 이미 지난해 굶주림과 폭행을 참지 못해집 밖으로 탈출했었지만 이를 발견한 행인은 온 몸에 상처가 있는 소녀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이웃 주민들은 여름 내내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소녀가 다니던 학교의 담임교사는 친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종신고를 하지 못했다.


1964년 3월 13일, 뉴욕 퀸즈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간범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 당시 30여명의 주민이 비명 소리를 듣거나 사건 현장을 목격했지만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제노비스 신드롬’, ‘방관자 효과’ 라고도 알려진 이 사건은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게 되는 심리현상을 이르는 말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관심과 개인의 고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미국에서 911에 피자 주문전화를 건 여성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겼다. 침착한 목소리로 피자 주문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처음에는 장난전화라고 생각했으나 이내 심상치 않은 전화임을 직감했다. 경찰은 ‘긴급 상황인가?’, ‘집에 누가 있는가?’ 등을 되물었고 여성은 짧게 ‘네’, ‘아니오’로만 답한 채 급히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으며 검색한 주소는 이전에도 몇 차례 가정폭력 신고가 있었던 곳이었다. 여성의 기지와 경찰의 빠른 판단력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구해낸 것이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은 쉽게 신고하거나 겉으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 못한 다. 수치심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이처럼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힘겨운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블랙 닷 캠페인(Black Dot Campaign)’이 전개되기도 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 손바닥에 검은 점(Black Dot)을 찍어 ‘나를 구해달라’는 무언의 메시 지를 보내도록 하는 이 캠페인은 시작된 후 1주일 만에 500만명에게 전파되었고 49명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구해 냈다. 가해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캠페인의 공식 페이지는 폐쇄됐지만 이 캠페인은 전 세계 곳곳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의식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가정폭력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남성, 여성, 노인과 아이 모두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가정폭력이 지속되는 기간은 평균 11년 2개월이라고 한다. 내 주변의 의심 가는 모든 것에 귀 기울이고 눈을 떼지 말자. 나의 작은 관심과 용기가 지옥 같은 시간 속에 떨고 있을 피해자를 구하는 빛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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