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의 AI 전환은 흔히 말하는 ‘스마트 시범사업’과 결이 다르다. 새로운 기술을 하나 더 얹는 방식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판단의 기준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데서 출발했다.
시는 이미 AI·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거주인구 중심 운영에서 벗어났다. 카드사·통신사 데이터를 결합해 생활인구 기반 체계를 구축하고,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 특성을 정책과 현장 운영에 반영했다. 시간대·권역·행동 패턴 분석을 통해 교통, 관광, 안전, 청소 등 자원이 필요한 영역에 인력과 예산을 정밀 배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같은 접근은 중앙부처 데이터기반행정 평가에서 ‘우수기관’ 선정으로 이어졌다. 속초시는 AI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동아리에서 시작된 변화, 조직 문화로 확장되다
AI 전환의 출발점은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 내부였다. 2024년 하반기, 속초시는 전 직원에게 챗GPT-4.0 유료 환경을 제공하며 활용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시의 판단은 분명했다. “계정을 나눠주는 것만으로는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
이후 공직자 중심의 AI 동아리가 자율적으로 구성됐다. 프롬프트 설계, 챗봇 개발, Open API 실습 등 실무 적용을 전제로 한 학습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동아리는 단순한 학습 모임을 넘어, AI 활용 경험을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는 내부 촉매 역할을 했다.
속초시가 주목한 것은 ‘일부 잘하는 직원’이 아니었다. 전 직원이 AI를 업무 언어로 공유하는 문화였다. 이 과정에서 AI는 개인의 기술을 넘어, 조직의 공통 역량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아닌 ‘업무’로 검증한 AI 경진대회
전환의 분기점은 ‘속초 AI 경진대회(SOKCHO AI 챌린지)’였다. 이 대회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공직자가 자신의 실제 업무를 AI로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공문·보고 고도화, 민원 응대 자동화, 요약·표 처리·대시보드, 홍보 콘텐츠 제작 등 4개 분야에서 총 41건의 과제가 접수됐다. AI 이해도, 업무 연관성, 창의성 등 8개 지표를 기준으로 심사가 진행됐고, 총 17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결과물의 수준은 이미 현장 적용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지방보조금·정책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AI, 민원 대응을 자동화한 AI 어시스턴트, 관광·전통시장 민원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대시보드, 공공 홍보물 제작을 표준화한 프롬프트까지—대부분이 즉시 활용 가능한 결과물이었다.
속초가 구축하는 ‘AI 전환의 기준’
속초시는 경진대회 성과를 일회성 이벤트로 남기지 않는다. 우수 결과물은 업무 매뉴얼과 사례집으로 체계화해, 전 부서가 공통으로 활용하는 ‘AI 표준 레퍼런스’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공직자 개인 역량에 의존하던 AI 활용을 조직의 제도와 기준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AI를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방식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핵심 단계다.
속초시는 이미 대규모 공연 ‘싸이 흠뻑쇼’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카드 매출, 유동인구, 숙박 데이터로 분석하며 데이터 기반 정책 판단의 실효성을 증명해 왔다. 여기에 경진대회 성과가 더해지며, AI는 기획–집행–평가 전 과정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속초시는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운영 모델을 가장 빠르게 구현해 온 도시”라며 “공직자가 스스로 활용 방식을 찾고 공유한 이번 과정이 시민이 체감하는 정확하고 신속한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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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지금, 이 도시는 AI 전환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와 문화에 달려 있다. 학습 문화를 만들고, 전 직원 참여로 저변을 넓히며, 실무로 검증한 뒤 기준으로 정착시키는 속초시의 단계적 접근은 다른 지자체에도 충분히 확장 가능한 모델이다.
속초시는 지금, AI를 ‘잘 활용하는 도시’를 넘어 AI가 기준으로 작동하는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그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