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메르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신생아에게는 소두증, 성인에게는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GBS)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지카(Zika)바이러스로 지구촌은 지금 공포에 휩싸였다.
기획 편집부
지카바이러스, 왜 문제인가?
1947년 우간다에 사는 붉은털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지카바이러스는 5년 후인 1952년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사람에게 처음 전염됐다고 알려졌다. 주로 이집트 숲모기에 의해 전파되며,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거나 성적인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2~7일, 최대 2주 안에 발열이나 발진, 충혈 등의 증상이 약하게 나타난다. 혹자는 2년 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증상이 나타나도 3~7일 정도 충분히 휴식하고 수분을 섭취하면 자연스레 회복된다.
바이러스 자체는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지만 지카바이러스가 공포의 대상이 된 이유는 신생아에게는 소두증을 성인에게는 길랭-바레 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신체의 면역계가 신경계 일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팔·다리·상체 등의 근육을 약화시키며, 전신마비를 일으켜 환자의 3~5%는 사망에 이르게 한다.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과 길랭-바레 증후군의 원인? 정확한 근거는 없어…
아직까지 소두증과 길랭-바레 증후군이 지카바이러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그러나 브라질에서는 연간 150건에 그치던 소두증 의심 사례가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하며 폭발적으로 늘었다.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신고 된 소두증 의심 환자 5079명 가운데 462명이 소두증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중 소두증으로 사망한 신생아에게서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마르셀로 카스트로(Marcelo Castro) 보건장관도 “소두증과 지카바이러스는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두 번째로 많은 콜롬비아에서도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성인이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하며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도 급속히 증가했으나 브라질에서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신생아 소두증과 길랭-바레 증후군 모두 발생한 반면 콜롬비아에서는 소두증에 대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마거릿 찬(Margaret Chan) WHO 사무총장도 “사태의 수준이 심각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지만, “지카바이러스가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과 길랭-바레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정확한 근거는 없는 셈. WHO는 지카바이러스와 소두증, 길랭-바레 증후군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약 4~8주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아르헨티나의 한 의사단체는 지카바이러스와 소두증이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1960년대에 처음 발견된 지카바이러스가 4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갑자기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 예전에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서는 소두증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것, 매년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콜롬비아에서는 소두증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면서 이들은 브라질에서 2014년부터 식수에 살충제인 ‘피리프록시펜(Pyriproxyfen)’을 사용한 지역에서 소두증이 발생한 사례는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의문은 많이 남아있다. 대만에서는 중남미를 방문한 적이 없는 남성이 감염되는가 하면 태국에서 대만으로 입국한 남성도 지카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아프리카와 태평양 등 세계 곳곳에서 속속 감염자가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딱히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될 경우 질병관리본부 콜센터(국번없이 109)나 거주지 보건소에 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마다 방역활동을 실시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 따른 해외 여행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이나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