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율 85%,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는 나라 스웨덴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동화 같은 이야기에 절로 부끄러워지고 울컥해지는 스웨덴 정치를 소개한다.
기획 정우진 기자
스웨덴은 100년 전만 하더라도 국민의 20%인 150 여만명이 이민을 선택한 최악의 국가였다. 빈곤과 가난으로 살아남기조차 쉽지 않았던 스웨덴은 어떻게 기적처럼 오늘의 행복을 이룰 수 있었을까? 2부작 다큐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는 그 답을 ‘정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권을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얻은 스웨덴 정치
고급 리무진, 개인 보좌관, 전용 출입문. 우리나라 국회에서 상상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많은 요소가 스웨덴 국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용 사무실은 있지 만 4~5평 정도로 책상 하나와 소파 하나를 놓으면 끝이다. 급여는 국민 1인당 GDP의 1.79배로 5.27배라는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적다. 그러나 보수 대비 의정 활동의 효과성 비율은 OECD 국가 중 2위로 26위인 대한민국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회도서관과 의원 4명당 1명 꼴인 도서관 실무 보좌진 이외의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스웨덴의 국회의원들은 직접 발로 뛴다. 하루 100여통이 넘는 국민들의 이메일에 직접 답하고 서류철도 직접 꾸린다. 택시를 이용해도 되지만 되도록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고 해외 출장 시는 보통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탑승한다. 3선 의원인 올레 토렐 국회의원은 5일 간의 한국 출장 경비로 우리 돈 28만원가량을 지급받았다. 그는 한국 출장 시 대접받은 식사가 있어 규정에 따른 금액을 마이너스(-) 처리해 국회에 반납해야 했다니 시민활동가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경비 영수증은 국회 사무처의 담당 직원 650명에 의해 철저히 검증되며, 영구히 보관된다.
지방의회는 더욱더 빠듯하다. 헬싱보리 시의회는 1년간 시의원에게 84만원의 수당만 지급한다. 그 외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원하는데,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된다. 이토록 엄격한 잣대 위에서 국민건강보험, 국민기본연금, 연금보험, 상해보험, 실업보험, 주택보조금, 퇴직연금, 자녀수당, 학업수당, 아동연금, 교육보조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니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는 것은 당연하다.

길거리에서 만난 거의 모든 시민들은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말하고, 스웨덴의 중소기업인은 막중한 세금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복권에 당첨됐다”며, “스웨덴은 정말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노인행복지수 세계 3위, 살기 좋은 나라 세계 5위, 행복 지수 세계 8위, 청렴도 세계 4위 나라 국민들의 ‘분에 겨워 넘치는’ 인터뷰를 대한민국에서 보고 있노라면 절로 기분이 싱숭생숭해진다.
고난을 이긴 대타협의 정치
소탈한 정치가들이 오늘의 스웨덴 만들어
약 90년 전 세계대공황기의 스웨덴은 극렬한 노사분규로 군대가 동원돼 시위를 진압하는 게 일상화된 나라였다. 이런 시기에 스웨덴을 맡은 알빈 한손 당시 스웨덴 총리는 1938년 노동자와 기업 총수를 만나 극적인 노사대타협을 이뤄낸다. 노동자는 시위를 자제하고 사용자는 고용을 확대하고 보장하라는 것. 이를 계기로 스웨덴은 극적인 발전을 이룬다.
1946년 취임한 에를란데르 총리는 기업 총수와 노동자 대표를 수년간 목요일 저녁마다 정례적으로 만나 식사를 하며 정국의 현안을 풀어나갔다. 이 노력은 재계와 노동계의 이해를 이끌어내 스웨덴 사회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며 반대파도 모두 돌아서게 했다. 그 결과 23 년간 연임하며 재임 중 치러진 11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기도 했다. 그는 1968년 총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는데, 퇴임 후 돌아갈 집이 없을 정도로 청빈해 국민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뒤를 이어 총리에 오른 올로프 팔메는 공공의료, 교육비 지원, 아동복지 등에 심혈을 기울여 스웨덴을 최고의 복지국가로 만들었다. 그는 재임 시절 경호원 없이 다니는 소탈한 생활을 하다 1986년 괴한의 총에 피격돼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 세 명의 총리를 통해 스웨덴은 정치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며 부흥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의 어려움 극복 위해 우리 정치가들도 진정성 찾아야
참 어려운 시기라고들 한다. 그렇기에 우리보다도 더어려운 국난을 극복한 스웨덴의 정치는 우리가 교훈 삼기에 충분할 것이다.
정치 활동에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우리 정치가들의 속마음은 아마 ‘입신양명’과 ‘사회적 대우’일 것같다. 반면에 스웨덴 정치가들은 ‘국민을 위한 진정성’과 ‘뼈를 깎으며 헌신하는 보람’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정치의 차이가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차이를 만들었다. 아직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우리 정치가들의 마음도 바뀌어서, 두 나라의 차이가 줄어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