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에 시달리던 전라남도 진도군 가사도가 요즘 확 달라졌다. 빈번하던 정전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대형 김치냉장고에 수산물 건조기까지 모든 전기 설비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KBS 특집다큐-에너지 혁명 세상이 바뀐다’를 따라 변화 과정을 소개한다.
기획 편집부
도서지역이나 오지·사막지역에서 전력 걱정은 일상이다. 항상 전력이 부족할까봐 맘을 졸이며 전전긍긍하던 가사도 주민들도 형편은 다르지 않았다. 식당에서 냉장고 여러 대를 동시에 가동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식당에서 김치 냉장고 한 대와 일반 냉장고 두 대를 동시에 돌릴 수 있다. 가사도가 전기를 풍족하게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이크로그리드란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말한다. 즉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융·복합된 차세대 전력 체계다.
과거 사용했던 디젤 발전기는 기름값이 많이 드는 비효율성으로 인해 멈춘 지 오래다. 대신 가사도 통합제어센터에서는 실시간 전력 생산량과 사용량이 나타난다. 남은 전력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된다. 현재 가사도에는 풍력 발전기 4곳 외에도 8곳의 태양광 발전기가 전력 생산을 담당하며 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8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전라남도·한국전력에서 지원을 받아 가사도는 풍력과 태양광만으로 100% 에너지 충당이 가능한 ‘에너지자립섬’이 될 수 있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1년에 3억원 이상의 연료비 절감과 함께 소나무 15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은 소음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에너지 혁명 시대에 발맞춘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과거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이 있었다면 이제는 에너지혁명의 시대다. 정부는 이미 작년부터 에너지 신산업 발전을 위해 ‘에너지자립섬’을 확산하고 있다. 울릉도 에너지자립섬 모델은 작년 9월에 착공했다. 2020년까지 태양광·풍력·지열·ESS 등 친환경 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하게 된다. 정부는 울릉도를 시작으로 전국 62개 도서 지역에 친환경 에너지자립섬을 조성키로 하고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경기도 안성시의 금광저수지와 충남 홍성군 죽도도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죽도는 섬 근처를 지나가는 배들이 풍력발전단지를 조망할 수 있다는 이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한전은 가사도 마이크로그리드 운영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작년 3월 캐나다 전력회사인 파워스트림 사와 1500만 달러(CAD)의 기술 수출에 합의했다.
생활 속 에너지를 사고 파는 에너지 재테크 시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신재생에너지는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2012년부터 제주도에서 전기차 렌터카 사업이 실행되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나 경유차에 비해 소음이 발생하지 않고 주유비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 덕분에 인기가 높다. 경북 구미시에도 무선으로 충전되는 무선 전기버스가 운행 중이다. 충전 장치가 묻힌 곳에 주차하기만 하면 충전이 된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세계 최초의 무선 충전 버스로, 세계 50대 발명품에 꼽히기도 한다. 경유차나 일반 자동차에 비해 연간 2000만 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전기 자동차도 각광받고 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는 아예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2000년 20명의 주민들로 시작된 솔라 협동조합은 지역에 필요한 에너지를 30년 안에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지역 학교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모듈이 출발점이었다. 다양한 소수력 발전소와 바이오 열병합 발전소는 6만 개의 모듈로 늘어났다. 협동조합은 약 10%의 지분을 가지고, 투자한 조합원들은 가동된 시설의 전력을 통해 수익을 낸다. 2050년까지 에너지 산업이나 나머지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0%에 근접한 수 치로 내리는 것이 솔라 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달성하려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에너지 생산에서 나아가 남는 에너지를 이웃에 판매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등장했다. 경기도 수원시 솔대마을이 그 무대다. 솔대마을의 주민은 태양광을 사용하면서 전기 요금이 한 80% 정도 줄었고, 프로슈머를 진행하면서 전기 요금이 또 80~90% 줄었다고 밝혔다.
이제 화석연료의 시대는 갔다. 바야흐로 신재생 에너지를 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에너지 재테크의 시대다. 우리 공무원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