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촌, 관광에서 체류로 전환된 골목의 변화 [월간 지방정부 2월호 기획]

  • 등록 2026.03.17 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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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객실로 바꾸고 주민이 운영자가 되다

경주시 황오·성동동 일대, 이른바 ‘황촌’은 경주역 동편에 위치한 오래된 역무원 관사촌이다. 일제강점기 철도 개설과 함께 형성된 이 지역은 철로와 문화재 보호구역 사이에 놓이며 오랫동안 개발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전체 건축물의 대부분이 4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었고, 좁은 골목과 빈집 증가는 지역 쇠퇴를 가속화했다. 경주시는 이 지역의 문제를 단순한 물리적 노후가 아닌, 지속적으로 작동할 경제 구조의 부재로 진단했다. 그리고 도시재생의 해법을 ‘시설 조성’이 아닌 운영 모델의 전환에서 찾았다.

 

 

‘마을호텔’이라는 도시재생 해법

황촌 도시재생의 핵심은 커뮤니티 기반 관광(CBT:Community Based Tourism)을 적용한 ‘마을호텔’ 모델이다. 이는 하나의 숙박시설을 짓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 곳곳의 빈집과 빈방을 객실로 활용하고,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로비·부엌·커뮤니티 공간처럼 기능하도록 연계하는 구조다.

 

숙박, 식음, 세탁, 청소, 시설관리까지 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역할을 나누고, 관광 수익이 특정 사업자에 집중되지 않고 마을 전체로 순환되도록 설계했다. 특히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따라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에 한해 내국인 투숙을 허용하는 특례를 적용함으로써, 실험적 모델을 합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로 전환했다.

 

 

교육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사업으로

황촌의 변화는 4년에 걸친 단계적 추진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2021년 도입기에는 주민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운영 교육과 게스트하우스 이론·실습 교육, 선진지 견학을 진행하며 공감대와 기초 역량을 축적했다.

 

2022년에는 협동조합 설립과 예비마을기업 등록을 통해 조직 기반을 다졌고, 식음료 메뉴 개발과 마을부엌 운영 교육을 병행했다. 2023년부터는 빈집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집수리 사업이 본격화되며, 폐가가 숙소로 전환되고 ‘행복꿈자리’, ‘황촌정지간’ 등 거점시설이 실제 영업에 들어갔다. 현재 황촌에는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호텔 숙소가 다수 조성되었고, 협동조합은 행정안전부 지정 마을기업으로 성장하며 주민 투자 기반의 지역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게 됐다.

 


골목이 머무는 공간이 되다

성과는 공간의 변화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방치되던 빈집은 숙소로 바뀌었고, 폐업한 슈퍼와 적산가옥은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황촌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은 하루 머무는 관광객이 아니라, 며칠을 체류하며 지역을 소비하는 생활 관광객으로 전환되고 있다.

 

관광 수익은 마을부엌 운영과 주민 일자리로 다시 환원되며, 골목 상권과 공동체가 함께 회복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경계해 일부 거점시설을 주민 문화·복합공간으로 유지한 점도 이 사례의 특징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이 지역 상권과 공동체를 함께 살리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PS. 지금 이 도시는

경주 황촌 사례는 도시재생의 성패가 ‘얼마나 지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마을이 호텔이 되고, 주민이 운영자가 된 이곳에서 도시재생은 더 이상 일회성 사업이 아니다. 황촌은 지금, 일상이 곧 산업이 되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한승구 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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