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치유를 공공의 영역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의 마음치유 정책은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에 맡겨진 영역을 행정의 책임으로 끌어올린다. 공무원, 은퇴자, 아이들, 사회적 약자와 만성질환자, 치매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치유의 대상은 특정 계층이 아니라 도시 구성원 전반이다. 이는 마음 건강을 사후 복지나 보완 정책으로 보지 않고, 도시 운영의 기본 조건으로 설정한 선택이다.
정읍시가 주목한 해법은 농업과 원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르는 감각적 경험은 정서 안정과 자기 효능감 회복으로 이어진다. 시는 이러한 변화를 일회성 체험에 머물게 하지 않고, 반복 가능하고 축적 가능한 정책 구조로 정리해 왔다. 치유는 더 이상 행정의 주변부가 아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돌보다
정읍시의 치유 정책은 행정 내부에서 출발한다. 격무와 민원 응대로 소진되기 쉬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마음건강 증진 프로그램은 장미꽃 라떼 만들기, 식물을 활용한 치유 음식 체험 등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를 낮추고 심리적 여유를 회복하도록 돕는다. 이는 ‘행정이 먼저 건강해야 시민을 돌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은퇴자를 위한 원예치료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은퇴 이후 역할 상실과 관계 단절을 겪기 쉬운 시기에, 식물을 함께 가꾸고 협동 화분을 제작해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과정은 치유를 넘어 사회적 역할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원예 활동은 취미가 아니라, 삶의 전환기를 지탱하는 정책 수단으로 작동한다.
가장 이른 순간부터 시작되는 치유
정읍시의 치유는 문제 발생 이후가 아니라 성장의 출발선에서 시작된다. 치유정원과 도시농업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식물을 심으며 감각을 깨운다. 반려식물을 가꾸는 경험은 정서 안정은 물론 책임감과 자존감 형성으로 이어진다. 치유는 치료가 아니라, 삶의 토대가 된다.
한편 이동이 어려운 만성질환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운영되는 ‘찾아가는 치유농업’은 정책 접근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허브 향기 체험, 천연비누 제작, 압화 활동 등 오감 중심 프로그램은 우울감 완화와 인지 기능 개선이라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정읍의 치유는 기다리지 않고 먼저 다가간다.
치유가 머무는 풍경을 설계하다
정읍시는 치유를 프로그램에 가두지 않는다. 치유농장 운영자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인력 양성 교육은 치유농업을 감성 체험이 아닌 전문 서비스 영역으로 정립하는 과정이다.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 설계와 제도 이해를 포함한 교육 체계는 치유의 질을 관리하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 내장호 치유관광지, 장금이파크의 치유 음식 체험, 치유의 숲과 무장애 숲길 조성은 마음 회복을 일상·관광·산업으로 확장한다. 숲은 경관이 아니라 회복의 공간이 되고, 음식은 소비를 넘어 치유의 경험이 된다. 치유는 정읍의 도시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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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지금 이 도시는 지금 정읍이 보여주는 것은 ‘잘 쉬는 도시’가 아니다. 잘 회복하도록 설계된 도시다. 공무원에게는 업무 회복의 시간을, 은퇴자에게는 다시 사회와 연결될 기회를, 아이들에게는 정서적 토대를, 취약계층에게는 먼저 다가가는 치유를 제공한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르고, 숲을 걷는 일상적 행위들이 행정의 구조 안으로 들어왔을 때 치유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도시의 책임이 된다. |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