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주보다 먼저 ‘관계’를 만든다 [월간 지방정부 9월호 기획]

  • 등록 2026.09.08 21: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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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역정책을 읽을 때도 ‘탈도쿄’가 이미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도쿄 23구는 2022년 21,420명의 순유입을 기록했고, 2023년 53,899명, 2024년 58,804명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팬데믹 초기의 이동 변화 이후에도 도쿄 중심부로의 집중이 다시 커진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전체로 보아도 이동은 여전히 크다. 2024년 한 해 시, 구, 정, 촌 간 국내 이동자는 520만 7,746명이었다. 전년보다 1.1% 줄었지만, 지역 간 이동을 둘러싼 경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지방정부가 ‘도쿄 이탈자의 최우선 선택지’라고 주장하려면, 해당 지역의 전입, 전출뿐 아니라 다른 현과의 비교, 연령대별 이동, 취업, 주거 사유, 장기 정착률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나가노가 제공하는 것은 이주 결정보다 앞선 접점이다
나가노현은 도쿄 긴자에서 긴자 나가노(Ginza NAGANO)라는 정보, 상담, 행사 거점을 운영한다. 이곳은 지역 특산물 홍보에 그치지 않고, 지역 정보와 체험, 이주 관련 상담을 제공하는 접점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도시 내 거점은 ‘지방에 갈 의향이 있는 사람’이 실제 이주 결정을 내리기 전 낮은 비용으로 정보를 얻고 지역과 접촉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 사례의 핵심 개념은 관계인구다. 관계인구는 주민등록을 옮긴 정주인구와 관광객 사이에 있는 사람을 포괄한다. 반복 방문자, 지역 프로젝트 참가자, 농번기 자원봉사자, 세컨드하우스 이용자, 지역 상품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소비, 지원하는 사람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개념은 ‘완전히 이주할 사람만 정책 대상’이라는 좁은 접근을 벗어나게 한다.


다만 관계인구가 곧 이주자라는 뜻은 아니다. 관계인구 정책은 먼저 접촉의 기회를 늘리는 전략이며, 실제 이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 문제다. 나가노현이 일본 전체에서 가장 선호되는 이주지이거나 관계인구 정책 때문에 이주가 크게 늘었다고 쓰려면, 공식 현별순이동 통계와 참여자 추적조사 결과가 필요하다. 그러한 비교 근거 없이 성과를 단정하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일본의 이주 지원금은 ‘정액 100만 엔’이 아니다

일본의 지방 이주 지원사업은 2019 회계연도부터 운영돼 왔다. 일반적으로 도쿄권에서 지방으로 이주해 취업, 창업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지원하지만, 지원금액과 대상은 가구 구성, 자녀 여부, 참여 지방자치단체, 해당 연도의 사업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도쿄 23구 거주자가 지방으로 이주하면 최대 100만 엔을 받는다”라는 한 문장으로 제도를 설명하면 자녀 가산, 가구, 단신 차이, 지역별 요건을 놓칠 수 있다.


일본은 2024년 3월 외국인의 원격근무를 위한 디지털 노마드 체류 자격도 도입했다. 일정 소득, 보험 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최대 6개월 체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나가노현 전용 정책이 아니라 일본 중앙정부의 체류제도다. 지역 사례를 설명할 때는 국가 제도와 지방정부 사업을 분리해야 정책의 주체와 책임이 분명해진다.

 

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
‘방문-관계-정착’ 퍼널을 만든다
한국 지방정부의 ‘한 달 살기’와 워케이션도 단순히 체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문 전에는 일자리·주거·교육·창업 정보를 제공하고, 체류 중에는 주민 모임과 지역기업 프로젝트, 빈집·임대주택 탐방 등을 결합해 지역과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다. 체험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이주 의향이 높은 참가자를 취업·창업 상담과 주택 계약, 전입 절차 등 다음 단계의 정착지원으로 연결하고, 실제 이주 이후에도 주거·교육·돌봄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성과도 참가자 수보다 재방문율, 주거상담 전환율, 취업·임대계약 연결률, 실제 전입률, 1년·3년 거주 유지율로 평가해야 한다. 지역에 한 번 와보게 하는 것보다 방문이 관계로, 관계가 정착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후연구원]

최원경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후연구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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