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기능직 공무원들이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면서 일선 지자체나 교육청에서는 많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반직으로 전환된 기능직 공무원들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에 행정자치부가 나서서 기능직 공무원들이 일반행정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기획 편집부
일반직으로 전환된 1만4000명의 기능직공무원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전직 시험을 거쳐 기능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한 공무원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각각 5000여명과 9000여명으로 총 1만4000명이나 된다.
행정자치부의 경우 기능직으로 임용된 320여명 중 지금까지 170여명이 전직시험을 거쳐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기능직 공무원들은 과거에 타자 입력 등을 담당하는 직원으로 채용됐으나 1990년대 일반공무원들이 전산업무를 직접 수행하면서 기능직 공무원들은 민원처리, 비서, 서무 등의 역할로 바뀌었다. 고유업무가 점차 축소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09년부터 기능직공무원이 일반직공무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험을 시행했고, 2013년 공무원 직종 개편을 할 때 기능직을 아예 폐지했다.
그러나 일반직으로 전환된 기능직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역량과는 맞지 않은 업무를 하거나 교육과 승진 등을 할 때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왔다.
실제 일반직으로 전환된 기능직 공무원들에게 자신들에게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서면이나 카카오톡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1. 기능직 공무원 A씨
“무엇보다 승진에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적응하는 공무원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공무원들이 많다. 일단 주변에서 기능직 출신이라고 낙인을 찍어 더 나은 곳으로 승진하기 어렵다. 운영지원과와 같이 힘이 없는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높은 곳으로 승진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 기능직 공무원 B씨
“기능직 출신이라 주민들이나 동료들이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점이 많이 있다. 그러나 기능직에서 행정직으로 전환되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생겨 아무래도 더 근무를 열심히 하게 된다.”
3. 기능직 공무원 C씨
“신분상으로 일반직이 되어 좋고 승진기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 행정업무가 미숙하다보니 그 업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직으로 전환하면 업무를 새롭게 배워야 하는 부담이 있고 책임 있는 업무를 맡음으로써 업무에 부담을 과중하게 느낀다. 30~40대 젊은 기능직 공무원들은 행정직으로 전환해 업무를 배우려고 하지만 50대 이상 공무원들은 그대로 기능직으로 있는 경우가 많다.”

승진 차별대우에 시위하는 교육 기능직 공무원들
경기지역의 일선 학교 기능직 공무원들은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인사 차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도교육감을 향해 ‘공정한 인사정책 시행’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교육 기능직 공무원들은 그동안 계속 이어져 온 경기도 교육청의 불공정한 인사 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더 나은 경기도 교육을 위해 하루빨리 제대로 된 인사정책과 차별해소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위대는 직종개편 이전부터 극심한 재정 부족을 대외적으로 발표하며 내부적으로 교육행정직만을 위한 온갖 인사정책과 내부규정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 공무원 직종 통폐합으로 기능직 공무원들이 일반직으로 변경됐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기존 교육행정직과 직종개편 직렬로 구분해 직종개편 이전의 직급에 따른 정원을 현재까지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현재 교육행정직의 8~9급 공무원은 전체의 9.5%에 불과하지만 직종개편 직렬에서는 73%나 된다며 인사 불평등을 제기했다.
더군다나 직종개편 직렬에서 5급 이상 간부는 한 명도 없지만 교육행정직에서는 11%, 4급 이상은 2.5%나 된다고 덧붙였다. 작년 교육행정직렬과 시설관리직렬 승진 현황은 1620명대 160명으로 10대 1의 비율을 보여 시설관리직렬이 승진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행정직 출신 공무원이 바라보는 기능직 공무원
1. 9급 공채 출신 6급 공무원 A씨
“정식적인 절차에 입각해 시험을 보고 들어오지 않은 기능직 공무원을 상사로 모시기 어렵다. 매번 차 운전만 하던 사람이 문서 하나 제대로 검토할 수 있겠는가? 기획서 하나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데, 과연 기획한 내용에 대해 맥을 짚어가며 후배 공무원들에게 적절한 코멘트나 지시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나름대로의 매뉴얼이 있어도 제대로 해내기가 어렵다. 또한 그 뿌리 상 공직에 처음 입문했을 때를 거슬러올라가면 기능직 공무원 출신이어서 승진에 제한이 생길수 밖에 없다.”
2. 기초자치단체 6급 공무원 B씨
“기능직 출신 공무원들이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대접만 받으려고 한다. 동료직원들도 같이 근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3. 광역자치단체 서기관 C씨
“기능직 출신 공무원들은 일반 행정을 모릅니다. 잡일을 하거나 간단한 일만 해본 사람들이 기획 업무나 행정업무를 보기 어렵습니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과 경쟁이 안 됩니다. 기능직을 일괄적으로 행정직으로 바꿨는데, 농업직이나 기술직에 있는 사람들이 볼 때 많이 샘이 나고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그들도 일반 행정직으로 바뀌고 싶어 하는데, 기능직만 바뀌니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직으로 바뀌고 싶어 야단이거든요.
그런데 기능직 공무원들은 기획이나 생각하는 사고가 많이 뒤쳐집니다. 과거에 기능직을 사용직, 고용직 등으로 불렀는데, 기능직으로 오래 있었던 사람일수록 더 안 됩니다. 당장 시험을 치는 것도 머리가 아파서 안 되겠다고 합니다. 일을 시키면 일단 겁부터 냅니다. 기능직을 무조건 다 일반직으로 전환시킬 게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맞춰 농고를 나왔으면 농업직으로 갈 수 있게 한다거나 기술을 배운 게 있으면 기술직으로 갈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능직 공무원을 위한 서무 매뉴얼 전파와 적극적인 교육에 나선 행정자치부
행정자치부는 기능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공무원의 역량강화와 사기진작을 위해 앞장선다. 전환시험에 합격한 공무원은 수년 간 수행해 온 기존업무에서 벗어나 공채 출신 일반직 공무원과 같이 각종 기획, 분석, 보고서 작성 등 한층 난이도 있는 업무를 수행하며, 책임도 더욱 무거워지게 된다.
행정자치부가 앞장서서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조직성과향상 및 인사혁신을 위한 「전환공무원 사기진작및 역량강화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모범·선도 사례를 확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개인역량에 부합하지 않은 업무를 맡거나 전환자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과장이 전환자 개인의 역량을 분석하여 업무를 맡기고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 역량강화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원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또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환공무원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행정자치부 소속 전환공무원을 대상으로 6월 29일부터 지방행정연수원에서 3주간 진행되는 집합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국회답변자료 작성요령, 성과관리제도 등 실무에 필요한 내용을 보강했다.
8월 말에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전 부처 전환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이 실시된다. 각 부서에서는 고유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문행정가 양성과정을 활용하고, 멘토-멘티를 지정하여 상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간담회 시 서무업무를 처음 담당하며 어려움을 호소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서무업무종합 매뉴얼」을 발간해 업무의 길잡이가 되도록 하고, 매뉴얼을 다른 기관이나 지자체에도 배포하여 혁신사례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베테랑 서무’를 양성해 서무업무도 전문성을 강화시키려는 것이다. 승진·근무성적평정 등에도 일반직 공채출신에 비해 차별이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하고 성과에 따른 인사운영을 할 계획이다.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은 “사무기능직으로 수십 년간 공직에 봉사하다가 전환시험에 도전하여 일반직이 된 분들은 업무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국가와 조직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남다른 분들”이라며, “행정자치부가 조직내에서 차별 없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고, 특화된 교육훈련 기회를 마련하는데 솔선수범하는 것을 계기로, 각 부처와 지자체에도 우수사례가 공유되어 전반적인 공직역량이 향상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