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오 퇴직공무원협동조합 대의원
“친구가 마술을 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 근엄한 훈장님이 어울리는데 마술사라니 신기하기만 하네 그려~”
지인과 친구들을 만나면 듣는 말이다. 1970년대 후반에 교육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나는 36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2014년 퇴직했다. 퇴직 1년 전에 주어진 공로연수기간 중 받은 ‘배움과 나눔 아카데미’ 과정에서 접한 마술지도사 과정은 인생 2막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마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봉사공연을 하기는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던 차에 뜻을 같이하는 11명이 모여 ‘상록마술봉사단’이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요양원, 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벌써 3년 째. 그동안 90여회의 봉사공연을 하고. 지역방송에도 소개되는 등 마술봉사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복지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술지도를 할 때 학생들에게 ‘마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거침없이 ‘눈속임과 사기 아닌가요?’라고 답해 나를 당황시켰다. 그래도 마술은 도구를 이용하여 트릭으로 관객에게 호기심과 즐거움을 주는 활동이고, 다각적으로 사고하여 마술의 원리를 알아갈 수 있는 교육마술은 학교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하며 재미있게 마술을 시연하며 수업을 마쳤다. 24주째 마지막 수업을 하던 날 맏형격인 주형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마술을 배우니 학교공부도 재미있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전에는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려면 떨리고 말문이 막혀 중간에 들어오곤 했는데, 이제는 우리 반에서 인기 짱이 되었어요. 마술을 섞어서 발표하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호기심은 있지만 소극적이고 집중력이 떨어지던 학생들과 흥미 있는 마술시간을 만들어가는 데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과학과 수학적 원리가 도입된 교육마술을 6개월 동안 지도하면서 공부에 흥미를 갖고 적극적인 사고로 변해가는 모습에 흐뭇한 보람을 느꼈다.
지난 3월 한 요양원에 3번째 봉사공연을 갔을 때 일이다. 2번째 공연까지만 해도 큰 반응 없이 앉아서 가벼운 웃음만 보이던 환우들이 3번째 만남에서는 화려한 꽃 마술과 함께 배경음악이 흐르자 불편한 몸을 아랑곳 않고 박수와 함성으로 흥겨워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공연을 마치고 작별 인사를 하는데 환우 한 분이 다가와 손을 꼭 잡고 “고마워요~, 고마워요~, 마술사님! 꼭 또 다시 와야 해요”하는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100세 인생!! 아직도 청춘이라고 말하는 60대 초반, 인생 2막을 마술로 시작한 지금 더 배우고 열심히 익혀 많은 분들께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는 행복마술사로서 생활하고 싶다. 그래서 훗날 인생 2막이 저물 때 나 자신을 향해 ‘그래, 멋있게 잘 살았어!” 라고 말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