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갑질 논란 천국이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중앙의 갑질 또한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도대체 어떤 갑질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기획 편집부
성공한 지자체 행사인 국제소방안전박람회, 지역 행사 지원 못할망정 빼앗기?
대구가 10년간 일궈놓은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위기에 처했다. 국민안전처가 소방분야를 포함해 제1회 안전산업박람회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잘하고 있는 사업을 지원해주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훼방을 놓은 꼴이 될 수도 있다. 정부의 ‘갑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지자체에서는 손 쓸 방도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국회의원(대구 달서구병)이 지난 9월 15일 안전행정위 국감에서 국민안전처의 안전박람회가 올해 12년째를 맞는 대구 국제소방안전박람회와 유사해 대구의 박람회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중앙정부가 이런 지역행사를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유사한 행사를 중복으로 여는 것은 지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1년간 박람회는 국제전시협회(UFI) 인증을 받았고 소방산업 관련 박람회 중 세계 5대 박람회가 됐다. 내수와 수출을 합해 6000억원에 가까운 큰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국내 각종 박람회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잡았다.
지역경제활성 기여는 감안하지 않은 채, 경비절감으로만 단순 비교 자체가 갑질!
중앙정부가 교부금 지원에서 행사 및 축제경비 절감 노력 여하에 따라 강원도 정선군에 28억6600만원의 패널티를 주고, 철원군에는 7억280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하지만 행사와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장부상에 드러난 결산액 대비 축제 경비를 단순비교만으로 산정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중앙정부가 자치단체들에게 행하는 일종의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패널티를 받은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같은 경우 경제기반이 약한 자치단체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은 반드시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가로막는 중앙정부의 무료 배포 시스템!
중앙정부가 민간 시장에 개입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저해한 사례는 사실 무수히 많다. 먼저 2008년 행정자치부는 ‘온나라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소프트웨어는 100개가 넘는 공공기관에 무료로 배포됐는데, 정부가 전자문서 관리 시장에 개입하자 민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었다.
중앙정부 등 공공기관은 연평균 3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ICT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서비스에 나서면서 ‘무료 SW 배포→개발업체 도산→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또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에 대해 공공사업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2013년부터 시행됐는데, 그때 당시 대기업에서 공공사업을 담당하던 직원 중에는 일자리를 잃고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사람이 많았다. 원래 정책 취지는 대기업에 대해 시장 진입을 억제해 중견 및 하도급 업체에 사업 기회가 확대되도록 만들자는 게 목표였는데 부작용이 생겼던 것이다.

정부의 지방정부를 평가하는 방식은 비효율적, 그럼 정부를 평가하는 곳은 어디?
행정자치부 주관하에 30여개 가까운 정부부처 합동으로 올해 238개 지표를 평가한다.
그리고 개별평가도 있다. 이것은 정부 각 부처가 업무 특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하는 평가로 항목은 100개가 넘는다. 합동과 개별평가까지 합하면,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일 년 내내 중앙기관의 평가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개별평가의 경우 합동평가와 별개로 해야한다. 사실 중복되는 사례가 많고, 두 평가지표 모두 지역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등 형평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정부 부처를 평가하는 곳도 있긴 하다. 국무총리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매년 중앙행정기관등이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직접 각 부처의 정책과 사업을 평가할 수 있는 공식 통로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