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을 통보했다. 여기에는 보건복지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유사·중복 정비대상이라고 판단한 1496개, 총 9997억원에 해당되는 사업 목록도 함께 첨부돼 있다(표1).

일부 지자체들은 해당 복지사업의 2016년도 지방예산을 미편 성하거나 관련 조례를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또 다른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여론을 살피며 고민하고 있다. 성남시 등 26개 지자체에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까지 청구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서울시와 성남시에서는 ‘청년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중앙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복지사업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의 갈등이 예견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중앙정부 관여의 배경과 이유, 근거 및 한계 등을 살펴보고 그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여
(1) 관여의 배경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중앙정 부의 관여는 2012년 전부개정 된 「사회보장기본법」이 시행된 2013 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2년 개정에서는 당시 사회보 장정책이 여러 부처에 의해 추진 되면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문제의식 하에 기존의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사회보장위원회로 격상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 시 보건복지부와의 사전협의 및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신설· 변경되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하여 2013년에 61건(중앙부처 30건, 지자체 31건), 2014년에 81건(중 앙부처 14건, 지자체 67건)을 협의·조정하였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성남시 공공 산후조리원’도 협의 대상에 해당된다. 나아가 기존의 복지사업들에 대해서도 정비할 필요성을 느낀 정부는 2015년 상반기 중앙 부처 소관의 360개 복지사업을 297개로 정비하였고, 그 연속선 상에서 지자체의 기존 자체 복지사업에 대해서도 정비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2) 관여의 이유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하여 중앙 정부가 관여하고자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4가지 정도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 유사·중복 등으로 인한 비효율성 문제이다. 우선, 수혜자 측면에서 동일인에게 동일 사유의 급여가 이중으로 지원되는 경우 중복 되는 재원은 다른 복지사업에 사용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한편 업무담당자 측면에서는 유사한 사업을 다른 부처에서 각각 실시할 경우 선정기준이나 행정절차 등을 별도로 적용해야 하는 비효율성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 간 형평성 문제이다. 주민복지에 관한 사항은 해당 지자체의 자치사무영역이라고 볼수 있지만, 지역에 따라 그 수준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사회보 장기본법」 제25조에서는 사회보 장제도의 급여 수준과 비용부담 등에서 형평성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법」 제1 조에서도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동 법의 목적 중 하나로 정하고 있다.
셋째, 선심성 복지공약의 문제이다. 지방선거가 직선제로 바뀌면서 지자체장은 선심성 공약에 대한 강력한 유인을 느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성숙된 지방자치를 통해 제어되어야 할 부분이겠지만, 단기적으로 중앙정부의 일정한 견제가 필요하다. 복지제도는 그 특성상 일단 시작되면 후퇴할수 없는데, 이제 막 복지국가로 진입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에 대한 역할 구분 및 방향성이 확립되지 않아 무분별한 복지 확대를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복지재원에 관한 중앙과 지방의 불가분적 관계이다. 중앙정부의 복지사업들은 지방정 부와 매칭으로 재원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지자체 통합재정(순계기준)에서 사회복지 분야의 경우 자체사업 예산(3.6조 원)은 보조사업 예산(40.2조원)의 9%에 불과하다.
한정된 지방재원에서 자체 복지사 업의 확대는 중앙정부 매칭사업에 투입되어야 할 재원의 부족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지자체는 복지사업의 중앙정부 분담비율 증가나 중앙 환원을 주장하는 반면,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자체 복지사업에 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3) 관여의 근거
그렇다면 지자체의 복지사업에 대하여 중앙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가능할까? 복지사업을 신설 또는 변경하는 경우 「사회보장기 본법」 제26조에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두고 있으며, 더욱이 정부는 최근 「사회보장기본법」상 사업 신설·변경 시 협의 및 조정의 의무 위반 시 지방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그 실효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존의 복지사업에 대하여 유 사·중복 등을 이유로 정비하는 것은 명시적인 법률 근거가 없어, 일반조항인 「지방자치법」 제166 조에 따른 조언·권고 등 비권력적 관여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의 사업이라도 그 예산 이나 범위를 확대할 경우 복지사 업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앙정부 관여 시 고려사항
지자체의 복지사업에 대하여 중앙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1) 지방자치와의 관계
중앙정부의 관여는 지방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자치사무의 경우 중앙정부의 관여는 원론적으로 적법성 감독에 그쳐야 한다. 다만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지자 체장으로 하여금 사회보장에 관한 지역계획을 수립토록 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립하는 기본계획과 연계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중앙정부가 평가할 수있도록 하여 사회보장에 관한 국가사무와 자치사무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게끔 설정해놓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방의 자율 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여야 할 것이다.
(2) 실제 주민복리에 미치는 영향
「사회보장기본법」이 국민의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듯이,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여도 주민의 복리가 실질적 으로 향상되는 방향으로 작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유사·중복 복지사업의 정비는 체계적이고 충분한 복지시스템 구축을 전제로 한다. 즉 전체 복지사업을 영역별·소득별·특성별로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소외되는 대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표준화하는 작업과 함께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화 작업과 재원 마련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완벽하게 중복되는 복지사업은 발견하기 어려우며, 유사한 사업이라도 중앙정부사업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사업들은 오히려 필요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의 공공부조제도인 SSI(Supplemental Security Income) 급여에 대하여, 대부분의 주에서 부가적으로 급여(State Supplemental Payment) 를 제공하고 있다.
(3) 사실상 강제력의 범위 문제
중앙정부의 관여가 비권력적인 조언이나 권고의 형태로 이루어질 경우 원론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조직, 인사, 예산 등을 통해 사실상의 강제력이 행사된다.
이러한 사실상 강제력은 문언 그대로 사실상 발휘되는 강제력일 뿐 법령이나 이론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허용될 것인지를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앙정부는 이러한 조언 및 지도를 함에 있어 비권력적 사실행위라는 본질에 어긋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하고 유의하여야 한다.
개선과제
지방자치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 되지만 어디까지나 법령의 범위 안에서의 권한이므로 관계 법령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기본법」은 국가와 지자체의 사회보장에 관한 책임과 역할 분담을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전적으로 행정부에 위임하고 있어, 법률에서 중앙정부(사회보장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는 조정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명확하다. 그렇다면 지자체 복지사업에 관한 중앙정부의 권한과 한계를 입법적 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오히려 갈등을 원활히 해소하는 방안이 될수 있다. 참고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지방자치와 관련되는 법령을 제· 개정하는 경우 지방분권의 기본 이념에 적합하도록 하며, 관련 현행 법령을 조속히 정비토록 하고 있다.
한편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중앙과 지방 간 갈등의 원인이 되는 재원부담의 문제를 법률로 명확히 하는 방안도 갈등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컨대 법률에서 중앙과 지자체 복지사업의 구분기준, 부담비율및 한계 등을 설정해 줌으로써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헌법에서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경우 동일 규모의 재원도 함께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의 역사적 경로는 우리의 중앙과 지자체를 수직적 관계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민주화, 지방화를 거치며 더 이상 수직적 권력 작용으로는 국정 수행이 어려워졌다. 특히 국민(주민)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상호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위 원고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