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哭聲)’과 다른 ‘곡성(谷城)’이야기

2019.09.20 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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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기 전라남도 곡성군수

 

​“오히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군에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록잎의 발랄함과 갈맷빛 사철나무의 들뜨지 않는 엄정함에 감탄할 수 있다면 우리 곡성에 올 자격이 충분하다. 유리창에 낀성에를 지워가며 그리웠던 사람들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곡성에 와야 한다.”

 

곡성이 소란스럽다.

나홍진 감독의 범죄스릴러 영화 ‘곡성(哭聲)’때문이다. 영화 곡성 (哭聲)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미스터리하게 엮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지역의 이름과 영화 이름의 소리가 같은 것이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주민들의 ‘설마’ 하는 우려에 우리 군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사측에 우리 군의 입장과 요구 사항을 전달하였다.

그 결과 영화 포스터에 ‘곡성’이라고만 표기되었던 것에 한자를 병기하여 ‘곡성(哭聲)’으로 표기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영화 상영 시 자막으로 ‘본 영화 내용은 곡성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허구의 내용’ 임을 내보내기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우려’를 뒤집어 생각하면 ‘기회’의 순간이 온다. 1991년 일본의 아오모리현 사과농장에서는 태풍으로 90%에 달하는 낙과 피해를 입었다. 모두가 망연자실했다. 위기의 순간에 아오모리현에 서는 10%의 남은 사과를 태풍에도 떨어지는 않는 ‘합격사과’로 마케팅했다. ‘합격사과’는 다른 사과 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려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다. 

 

우리 민족은 낙천적이다. 우리의 고전을 살펴보면 부조리한 현실을 그릴 때도 비장함보다는 해학으로 엮어내곤 했다. 영화와 우리 지역이 무관하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사람들의 머릿속 연상마저 막을 길은 없다. 우리 민족의 낙천성을 믿고 역발상을 통해 곡성군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남는 장사다.

 

오히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군에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록잎의 발랄함과 갈맷빛 사철나무의 들뜨지 않는 엄정함에 감탄할 수 있다면 우리 곡성에 올 자격이 충분하다. 유리창에 낀 성에를 지워가며 그리웠던 사람들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곡성에 와야 한다.

 

지금은 사라진 제도지만 우리 군은 ‘범죄 없는 마을’ 사업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마을을 배출하였다. 2000년부터는 60% 이상의 마을이 9회 연속 선정되었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영화 속 음산한 기운과 우리 군을 함께 연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우리 곡성군의 봄날을 경험한다면 영화와는 완벽한 대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봄날의 곡성은 아침이면 김승옥 작가가 ‘무진기행’에서 표현한 대로 ‘피부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으로 상쾌하다. 해가 산머리 위로 오르면 따스한 봄볕은 어느새 새벽의 기운을 물리치고 섬진강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온기를 나눈다.

 

10km에 이르는 강변길에는 가지와 이별한 벚꽃잎이 강바람을 타고 미처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철쭉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5월이 되면 열흘간 열리는 곡성 세계장미축제에는 1004종 수천만송이 장미가 내뿜는 향기가 가득하다. 또한 곡성은 길의 고장이다. 하늘 닮은 섬진강은 쉴 새 없이 흐르면 서도 속도로써 우리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 옆에는 물길 따라 자전 거 길, 자동찻길, 기찻길, 숲길이 겹을 이루고 있다.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서는 사람도 서로 만나 소담한 마을이 만들어지고, 마을마다에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우리네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그리워 어깨를 한껏 낮춘 산들은 토란과 능이버섯을 아낌없이 베풀어 준다.

 

들녘에는 새벽이면 이슬로 변하는 섬진강을 머금은 채 딸기, 멜론, 블루베리 등이 영글어 간다. 저녁이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정담을 나눈다.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희망 들이 섬진강 윤슬처럼 함께 반짝 이는 곡성은 그야말로 자연 속의 가족 마을이다.

 

‘곡성(谷城)’.

50여 년간 부르는 이름이지만 여전히 촌스럽다. 우리네 부모들의 골짜기 같은 주름을 옛날처럼 닮았다. 세련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이름이 투박하다. 그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이라면 태어난 곳과 상관없이 곡성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될 수 있을 것이다.

 

행여 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 (谷城)’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도 하나 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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