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축제인 화천 산천어 축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는 공무원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월간 지방자치》는 화천 산천어축제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나라의 협조를 얻어 산천어 축제의 성공 스토리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끝으로 이번호에는 화천군 산천어 축제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기획 편집부 협조 화천군, 재단법인 나라
지역민의 축제가 아닌 전 국민의 축제
2003년 22만 명의 방문객이 화천을 찾은 후, 매년 두 배의 방문객 성장세를 보이던 산천어축제는 2006년 처음으로 관광객 10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지역 어르신들은 그때 “6·25전쟁 때 중공군들이 내려온 이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후 10회 연속 100만 명 이상이 화천을 찾아주었고, 2016년까지 누적방문객 수 총 1486만 명이 화천을 다녀갔다. 지역경제 직접 파급효과만 봐도 2015년까지 누적 5968억 원 이상이 된다.
2011년 CNN에서는 화천 산천어 축제를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보도했다. 비단 CNN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중국, 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매년 300~500여 건 이상의 산천어 축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화천은 산천어 축제로 인구 2만 3000여 명이 모여 살던 작은 산골 마을에 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를 일궈낸 곳으로, 세계축제협회의 축제도시 ‘화천’으로 자리 매김해 놀라운 경제효과와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산천어 축제는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해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천을 겨울이면 다시 찾고 싶은 낭만과 추억의 겨울여행 1번지로 만든 것이다.
산천어 축제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민·관·군의 협동과 주민의 자발적 참여,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축제의 본모습에 충실한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 이후 우리나라 축제 양상은 관에서 주도 하고 민간에서 따라가는 식이거나, 민간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가는 형태의 크게 두 가지로 흘러가고 있었다. 축제를 위해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기득권을 주장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화천은 달랐다!’ 당시 우리나라의 실정은 순수한 민간의 힘만으로는 축제가 발전할 수 없는 구조였다. 특히 지방의 작은 자치단체의 경우는 인적, 물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축제의 소재가 좋고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어도, 그것을 제대로 운영하고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관(官)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힘이 필요하다. 크고 작은 각종 행사를 치르면서 쌓인 노하우와 체계적인 관리체계는 민간에 서는 쫓아가기 어려운 소중한 자원이다. 처음 축제에서 시작된 지역민들과 공무원의 협동은 지금도 산천어 축제를 지탱하는 큰 원동 이다. 또, 기존 축제가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것이 아닌, 전시 위주의 구성으로 전람회 양상으로 흘러갈 때, 산천어 축제는 축제만을 위한 축제가 아닌,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되었다. ‘보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잡고’, ‘타는’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관광객 참여를 우선시하여 보다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차별화를 꾀했다.
얼음 위에서 이뤄지는 축제는 어른에게는 유년 시절의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전통과 부모와 함께 즐기는 새로운 놀이의 장이 되어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형 축제의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축제 최초로 보여줬던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축제 기간 화천군 안이라면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축제 화폐(상품권)를 개발하여 관광객들의 체험료 대신 교환하여 사용하게 함으로써, 관광객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고, 지역주민들이 즉시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효과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 이다. 지금은 여러 지자체에서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상품권의 시초가 바로 화천이다.
지속과 발전을 위한 노력
축제 슬로건인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위해 매서운 겨울 바람에도 합심하여, 한 달간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사실은 다음에는 더 잘해내겠다는 반성과 다짐으로 다음 해를 기다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국에서 1년에 벌어지는 축제는 공식적인 것만 1000여 개가 넘는다. 그 대부분의 축제는 1년 주기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면, 종료와 함께 담당자를 제외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이 중에 지속되는 축제도 있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축제도 부지기수다. 가끔 타 지역에 자문을 하거나 강의를 가면 끝난 뒤 관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축제 끝났는데 사람이 왜 필요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럼 그들에게 되묻곤 한다. “작년에 그 축제에서 발생한 문제나 개선점, 아니 그때 축제에 참여하셨나요? 담당자님은 길어야 2~3년 있다가 바뀌지 않나요? 그럼 다음번 담당자는 무얼 가지고 축제를 할까요?” 아쉽게도 아직 이런 되물음에 답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산천어 축제가 성공한 축제가 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지역주민을 주축으로 축제를 전담하는 기구를 만든 점이다. 2회 산천어 축제가 끝난 뒤 화천군은 민간인들을 중심으로 한 재단 법인을 설립했다. 지금 재단법인 나라의 전신인 (재)화천군나라축제조직위원회가 그것이다.
연중 오직 축제와 지역발전을 위한 방안들이 주요 업무로 운영되는 (재)나라는 지역주민들의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관광객들의 의견, 행정적인 도움을 중계하며 축제가 끝나도 축제가 가졌던 문제점들과 발전 방안들을 수렴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진행함으로써 한 번 축제를 찾았던 관광객이 마니아가 되어 계속 찾을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준비한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외양 못지않게, 내실(內實) 있는 프로그램 운영 및 지역주민의 참여확대를 유도하여 그들 스스로가 지역 문화로 정착되고 지역을 대표하는 트렌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말한 “사회적 통합을 위해 기능하는 일종의 종교적 형태”의 축제나, 지그문트 프로이 트가 말한 “금기의 위반, 과도함과 난장 트기” 같은 전통적인 축제의 개념은 이제 접어둘 필요가 있다. 현재의 축제는 문화와 경제가 함께 접목되는 하나의 산업이다.
창조경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축제를 성장시켜 가면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고, 지역 주민이 함께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기회도 늘어난다. 축제의 무대도 지역일부에서 지역전체로 넓혀 갈 수 있고, 모두가 함께 경제적인 이득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 축제는 분명 지역 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화적 경제적 구심점의 역할이 가능하고, 사람들(지역주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화천 산천어 축제가 어떤 가시적 성과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주민들의 자신감과 애향심이다. 축제슬로건인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위해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합심하여, 한 달간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 냈다는 사실은 축제가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지역의 발전을 위한 인적 자원의 개발에도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