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분야로 인사제도(32%)를 뽑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모든 일의 시작이다. 지방공무원의 사기를 높이고 공직사회를 혁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기획 편집부
현재까지 운영되어 온 지방공무원 인사제도는 국가공무원 인사제도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어 지자체의 특성 및 주민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비정상적인 인사 관련 비리(지자체장의 인사 개입, 무분별한 특별휴가 신설, 징계대상자 솜방망이 처벌 등)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도 또한 낮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인사담당자를 중심으로 한 지방인사혁신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인사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의 현장수용성을 제고하고, 이와 함께 학계·연구원 등 다양한 인사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함으로써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지방인사제도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행정자치부가 나섰다. 지난 8월 16일 행정자치부는 지방인사혁신 활성화를 위해 17개 시·도 및 관련 전문가로 이루어진 ‘지방인사혁신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행정자치부 및 지자체 인사담당관, 학계·연구원·컨설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현 인사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과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전문적인 정책제언을 통해 지방인사혁신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행자부에 따르면 이들은 인사혁신 주제별 포럼 운영, 학술대회 및 공청회 개최, 인사혁신 우수사례 발굴·확산, 지자체 인사컨설팅 지원 등 지방인사혁신을 위한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행정자치부는 추진위원회 운영과 함께 ‘지방인사혁신 대상’을 신설해 지자체의 인사혁신 우수사례를 발굴·공유·확산하고 11월 말 발표대회를 거쳐 최종 우수사례 10개를 선정할 예정이다. 또한 인사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특성 및 수요에 맞는 맞춤형 인사자문상담도 제공한다.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은 “지방인사혁신 추진위원회를 통해 지자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혁신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행정자치부도 인사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고 경쟁력 있는 공직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지자체 인사관리 실태와 과제
인사불만, 인사비리 팽배한 공직사회
지난 7월 경기도 평택시청에서 한 공무원이 시청 본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공무원은 옥상으로 향하기 전 인사부처를 찾아 인사불만을 토로하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무원은 종전의 근무지에서 다른 곳으로 전보를 희망했으나 인사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관내 체육행사에 참석했다가 인사에 불만을 품은 시 소속 공무원에게 멱살을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이 공무원은 경찰조사에서 승진심사에서 번번히 누락돼 억울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조직관리에서 인사의 공정성은 조직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인사에서 공정성이 확보되면, 조직구성원의 조직몰입도와 직무만족도가 향상되고 이를 통해 성과도 높아진다. 따라서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조직관리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앞선 사례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인사에 대한 지방공무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단체장이 근무평정을 무시하고 특정인을 서열명부 상위에 배치하도록 지시하거나, 인사위원회 개최 전 승진자를 내정하고, 이와 관련해 금품과 각종 청탁이 오가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와는 거리가 먼 행태가 이어져 왔고, 인사제도 운영과 관련한 신뢰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경북 영천에서 공무원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시장의 친척 A씨와, 지역의 자재 납품업체 관계자에게 돈을 받아 A씨에게 건넨 시청 공무원 B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B씨가 돈을 건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관으로 승진한 것을 파악하고 현금이 인사 청탁에 사용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인사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오던 박철환 해남 군수가 구속됐다. 박 군수는 수년에 걸쳐 직원들의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조작해 부당한 인사를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해남군이 직원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박 군수에 대해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뇌물수수 혐의로, 박 군수의 비서실장은 알선수뢰와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정부패,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멋대로, 봐주기식 징계도 문제다. 행정자치부가 2015년 일부 자치단체의 솜방망이 징계와 자지단체 간 징계 수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방공무원 징계 시행규칙을 제정했음에도 일부 자치단체의 비위공무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문제는 끊이지 않고 대두되어 왔다.
2015년 충청북도 감사결과 영동군의 한 공무원은 1993년 임용된 후 사기, 공무집행 방해, 음주운전, 무전취식, 폭행, 무단결근 등으로 10회에 걸쳐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보다 못한 해당 부서장이 징계를 요청했으나 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두 차례나 무전취식으로 경찰에 입건됐을 때도 감봉과 정직 등의 처벌만 받았다. 이 공무원은 결국 폭행, 사기, 무면허 음주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퇴직했다.
지방인사 공정성 10점 만점에 6.242점
인사권자의 자의적 권한 행사가 제일 문제
2014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광역·기초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832명을 대상으로 ‘지방인사의 공정성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90.2%가 공정한 인사관리를 위한 조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인사공정성은 10점 만점에 6.242점으로 보통 수준이었는데, 그 원인으로는 인사권자의 자의적인 권한행사(40.2%)를 가장 많이 꼽았고, ‘개인별 객관적 실적평가의 어려움’(31.7%), 청탁 등 비리관행(11.8%)이 그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특성과 부서 및 공무원의 업무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지표의 개발이 중요하며, 합리적인 평가지표의 개발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중앙정부에서 다양한 표준안을 개발해 활용할 수 있는 지원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승진 및 전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각의 사안에서 단체장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지방공무원 인식조사에서 단체장의 자의적 권한행사가 인사공정성을 저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평가된 만큼 이를 위해서는 평가체계의 합리화와 지방인사위원회의 개선, 공모직위제의 확대 및 활성화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제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때
그동안 지방공무원의 인사제도 혁신을 위해 중앙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수많은 노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미래행정환경에 대응하고 지자체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행정자치부와 지자체, 지자체와 지자체 간의 인사혁신 활성화를 위한 교유와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행정자치부가 이를 위해 새롭게 출범한 지방인사혁신추진위원회는 현 지방인사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인사혁신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통해 지방인사혁신방안 마련과 제도화를 목표로 활동하게 된다.
또 매월 1회 정기적인 회의를 열어 해외·민간 사례를 소개하고 지자체별로 운영되는 인사혁신 우수사례를 공유한다. 필요할 경우 보다 다양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학술대회와 공청회 등을 추진하며 회의안건 및 결과는 인사랑 시스템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야말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방인사제도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주민의 신뢰는 물론 공직사회 내부의 사기도 떨어뜨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처럼 인사관리는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과 신뢰성 제고를 위한 지방인사제도의 혁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