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보통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많은 해외 컨설팅 업체에서도 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만 단편적으로 말하지만 이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격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O2O: Online to Offline)이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화에 따른 물질의 양적 공급 확대를 이루었고, 2차 산업혁명은 질적인 확대로 인한 오프라인 혁명이었다.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화를 통한 온라인 혁명이고, 4차 산업혁명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이른바 ‘사이버 피지컬(Cyber Physical)’ 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의 단적인 사례는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은 ‘도로’라는 오프라인을 온라인상에 복제해 분석한 뒤 최적의 경로를 제시한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경제 산업계를 뿌리부터 변화시킬 것이다. 거대한 지층이 충돌해 거대한 산맥을 만드는 것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하는 곳에 우버와 같이 1조 원이 넘는 거대한 스타트업 기업 즉, 유니콘기업이 탄생한다. 이제 전 세계 총생산의 절반인 50조 달러가 바뀔 것이다. 이는 일자리의 절반도 함께 변한다는 말이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데, 먼저 아마존은 고객의 구매 물품을 분석해 주요 구매 물품을 고객과 가까운 물류 센터에서 미리 보낸다. 고객이 내일 주문할 것을 오늘 배송하는 것이다.
독일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도 현실의 공장과 가상의 공장을 1 대 1로 대응해 어떻게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시뮬레이션한다. 최적의 공장 운영 방식으로 신제품 출하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불량률도 40분의 1로 줄였다. 미국의 중장비 제조사 캐터필러도 온·오프라인 융합기술로 기계의 고장을 사전에 발굴해내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생산을 넘어 분배혁명을 일으킬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의 1단계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O2O 융합 기술로 초생산 혁명을 이룩하는 것이다. 4차 산업사회의 총생산은 과거에 비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인건비 문제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 인공지능 3D프린터, 지능형 로봇, 산업 인터넷 기업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 21세기 최대 생산 국가는 미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 과제는 초생산물의 분배 문제가 될 것이다. 인간의 가장 유토피아적 미래상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고, 고대 그리스인과 같은 문화적 삶을 즐기는 것이다. 이제 획기적으로 증가한 초생산성으로 유토피아의 필요조건은 만들어졌고, 충분조건인 분배구조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초생산성의 혁신 사이클과 분배 사이클의 상호 연동이 미래 사회의 과제다. 혁신 사이클이 과학기술과 경제의 문제라면 분배 사이클은 정치와 사회의 문제다. 초생산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분배를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 거버넌스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본질적으로 의사 결정 시스템이다. 현재 대의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리인 문제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복잡한 미래 사회의 다원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과거 20세기의 구조로 유지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일일이 들어볼 수 없어서 도입된 대의 민주제에서 이제 직접 민주주의제도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스마트폰상에서 안전한 비밀직접투표를 공짜로 보장할 수 있고, 1회당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국민투표를 거의 제로의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다. 덕분에 직접 민주제의 확대가 어렵지 않다. 개별 정책의 결정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는 대표자 선발까지 확대될 수 있다.
호모 모빌리언스의 탄생
소셜네트워크로 하나가 되는 세상에서 ‘호모 모빌리언스’가 탄생했다. 과거 인류의 역사는 네트워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육상 네트워크인 실크로드, 해상 네트워크인 대항해 시대, 그리고 온라인 네트워크인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의 발달이 사회의 발달을 촉진했고, 이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세력이 역사를 이끌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역사 속에 과거와는 매우 다른 초강력 네트워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바로 모바일 네트워크다. 즉,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를 주도하는 신인류가 바로 ‘호모 모빌리언스’인 것이다. 모바일 네트워크는 스마트혁명을 맞아 진화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 똑똑해진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기기들은 인류를 사이보그로 변신시키고, 모바일 네트워크로 더욱 강력해진 소셜네트워크는 인간을 슈퍼맨과 같은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의 집단지성이 호모 모빌리언스 힘의 원천이다.
앞으로 미래 인재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 선진국을 추격하는 모방경제에서는 정답을 빨리 맞추는 교육이 필요했다. 이제 반복되는 업무는 급속히 사라지고 창조적 협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시대다. 또한 구글 등 인터넷 검색의 발달은 단순 정보의 가치를 별로 중요하지 않게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창조성과 협력성을 바탕으로 모방을 위한 정답보다는 선도를 위한 문제의 발굴에 주력하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 정답(Content)교육에서 맥락(Context)교육으로의 대전환이 한국의 창조경제구현을 위한 창조교육의 근간인 것이다. 카이스트에서는 특허청의 지원을 받아 2009년부터 5년동안 연간 400시간이 투입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발명능력(IP)과 기업가정신(CEO)의 결합어인 IP-CEO라는 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우선 미래 기술과 인문역사를 통해 미래 사회의 문제를 도출한다. 융합기술을 통해 푼 문제를 지식재산(IP)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정신(CEO)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연습을 한다. 이러한 교육은 온라인 콘텐츠 교육과 오프라인 콘텍스트 교육으로 나눠 각각 연간 200시간을 투입한다.
콘텐츠 교육은 5개 과목의 공통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학습하고, 콘텍스트 교육은 실제 문제 발굴과 해결을 하는 오프라인 협업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프로젝트 교육은 문제를 푸는 맥락을 스스로 학습하는 교육이다. 미래 문제에 대해 강사들이 화두를 제시하면, 팀 프로젝트로 각기 다른 문제를 발굴하고 밤 새워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지식재산(IP)과 사업계획(BM)으로 만들어 간다.
자신의 특허와 사업계획을 만들어본 학생들은 세상을 보는 깊이와 넓이가 한 단계 승화된다. 프로젝트의 결과는 집단평가 과정을 통해 압축 학습을 하고 자기 진화적 발전을 위한 피드백을 받게 된다. 선배들의 멘토링, 집단 지능의 발현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자기 진화를 위한 성장 노트가 IP-CEO 교육의 마무리다.
‘창조성 교육체계’를 도입하고 ‘기업가정신 교육’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국가관을 바꾸고 도전정신을 함양시킬 수 있다. 청년들이 돈이 아니라 꿈을 갖는 국가가 발전한다. 꿈을 위해 국가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중요하며, 역사적 정체성 확립이 중요 과제다. 고대사와 현대사는 사실에 입각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개방 역사관의 확립이 필요하다.
미국의 일류대학 출신들의 첫 번째 선택이 창업인 이유는 실패해도 재도전이 가능한 혁신의 안전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혁신의 안전망이 취약한 탓에 공무원, 교사 등 지나치게 안전한 직업에 사람이 몰린다. 혁신에 비례하는 보상체계가 구축되면 기업가적 혁신국가가 이룩되고 이를 통한 조세 수입이 복지의 재원이 돼 인력 양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회 전반에 혁신에 비례하는 보상체계와 혁신의 안전망이 구축되면 한국의 청년들은 도전할 것이고, 4차 산업혁명의 승자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어린 왕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생텍쥐페리가 “배 한 척을 만들려거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나무를 해오게 하거나 이런저런 일을 시키려 하지 말고 끝없이 망망한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어라”고 말했듯이 정답교육이 아닌 기업가 정신 교육을 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4차 산업혁명과 8대 국가과제
1. 융합을 촉진하라(탈규제, 데이터 개방, 기업가정신 고취(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3대 요소))
2. 혁신에 비례하여 분배하라(혁신이 없는 지대 추구를 저지하라)
3. 사회혁신의 안전망을 구축하라(사회혁신의 양대 안전망인 재도전 장려, 최저생활보장)
4. 투명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라(기업 재무 개방, 개인세금 공개, 스마트 화폐, 거래기록 공개)
5. 분산된 민주제를 도입하라(투명한 정책, 블록체인 민주화, 로드맵의 방향(주민자치→지자체→정부→국
회의원))
6. 가치 교환구조를 구축하라(경제 가치와 사회가치의 교환: 사회적 자산 은행(신뢰, 명예), 소셜 브랜드)
7. 창조와 협력의 교육으로 혁신하라(추격경제의 스펙형 인재에서 탈추격의 기업가정신 중심 교육)
8. 선순환 철학을 정립하라(양극에서 태극으로 가는 홍익 철학)
※ 위 내용은 제10회 인적자원개발컨퍼런스에서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석좌교수의 강연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