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개헌과 주민자치권

2019.07.04 14:57:32

김찬동 충남대학교 교수 

 

주민자치 도입 28년, 그러나 관치적 요소 강하다
주민자치가 도입된 지 28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의 주민자치는 형식적이고 관치적 요소가 강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앞으로 한국의 주민자치는 어떤 이론적 토대 위에 재설계해나가야 할 것인가? 


지방자치권과 주민자치권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바탕으로 최근 개헌과정에서 주민자치 관련 규정을 어떻게 신설할 것인가와 현재 주민자치 관련 제도적 논의의 문제점을 분석, 주민자치의 실질적 제도화를 위해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하는지를 제언한다. 

 

동네와 커뮤니티에 상향적 주민자치제도 설계
자치권은 포괄성과 자주성을 가치로 지향해야 하고, 주민주권 사상에 입각해 제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가 민주공화정이라면, 지방도 민주공화정의 원리에 따라 자치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주민자치권은 주권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생활상의 필요에 의해 자치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의미한다. 주민이 자치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주민자치는 성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방정부를 구성할 수도 없다. 


그런데 주민은 지방정부를 삶의 근린영역에서부터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들의 근린영역은 동네에서시작되고 도시화된 지역에서는 근린영역이 점점 확장하고, 인구밀도가 높아져 전통적 동네는 사라지고 커뮤니티가 발생하게 된다. 


동네는 사람들이 친근하고 일상적이며, 공동체 문화를 이루면서 사는 곳이다. 이웃이 어려우면 손을 잡아주고, 운명을 같이하는 곳이다. 동네에서는 동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친해지고, 공동의 감정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공동체의식도 생겨나고, 그 공동체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 교류하고 참여하게 되는 공간이 동네인 것이다. 


커뮤니티는 비대면성을 가지고 거주하는 공간으로서 공동체와는 다소 구분되는 개념이다. 즉 도시화된 마을은 동네로서의 특성을 잃어버리고, 원자화된 개인들의 거주 공간으로서 변화하게 된다. 이렇게 변화되는 대표적인 공간이 재개발된 아파트 공간이다. 


동네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자연·생태적 특성이 강하지만, 커뮤니티는 도시화로 인해 단기간에 계획적으로 조성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장소에 기반을 두면서 거주하는 공간이고, 간혹 직접적인 대인관계를 가지면서 특별한 연대감과 정체성을 느끼기도 한다. 동네는 관계가 중시된다면 커뮤니티는 목적이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간이다. 


생활자치의 토대로서 동네자치와 커뮤니티 구역자치를 바탕으로 상향적으로 주민자치제도가 설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행 헌법과 지방자치법에서는 단체자치의 개념만 들어 있고, 주민자치의 가치와 제도가 형해화 되어있다. 


주민자치권은 기본적으로 필요
국회특위 안에서는 주민자치권을 헌법 조항으로 명시하여 총회제자치를 도입하였으나, 대통령 안에서는 참여권리만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비주민자치라고 할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권을 기본권으로 헌법조항에 넣어야 하고, 집합주거단지에 대한 자치관리제도를 활성화하고 확대 적용해야 한다. 


집합주거단지로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자치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법률에 의해 제도적으로 아파트 주민들의 자치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아파트주민에게는 자치관리를 위한 자치권이 부여되어 있다. 이것은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임에 비해 주민자
치는 법률상의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지방자치법에도 주민자치란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읍·면·동 폐지, 통·리제도 전면 개혁
행정통제관리제도인 읍·면·동을 폐지하고 통·리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대의제도만이 민주주의 방식이라는 인식의 틀을 깨고, 총회제에 입각한 주민자치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치관리구역이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규모와 단위여야 한다. 


한국에서 주민자치의 재설계를 통한 지방자치와 지방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는 현재의 읍·면·동사무소는 폐지하고, 여기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시·군·구로 복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농촌지역에서는 읍·면을 지방자치단체로 승격시키고, 선거를 통해 읍·면의회를 구성하고, 통합형의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리 단위나 마을 단위에서는 총회형의 주민자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설계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 제대로 할 수 있는 헌법 개정 이뤄져야
21세기 한국은 국가운영을 위한 가치와 철학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대적 전환기에 있다. 이러한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성숙한 시민사회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지역의 문제와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주민자치권이 법률이나 헌법으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명확한 법의 흠결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성보다는 민주성의 가치를 우선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한국이 당면한 지역격차의 문제, 지방소멸의 문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 리바이어던화하는 중앙정부 행정 관료제의 문제, 고령화 저출산의 문제, 자본주의적 대기업 중심의 불공정거래관행,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와 낮은 행복지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한국의 지방자치법이나 헌법에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설계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지방자치는 대의제와 총의제의 조화를 통해 발전하는 것인데, 한국의 경우 총회제의 경험이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대의제에 의한 지방자치만을 지방자치로 여겼던 것이 바로 그러한 착각의 하나였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 위 내용은 한국지방자치학회보에 발표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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