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한 걸음, 시흥시 교육자치의 큰 걸음

2019.08.13 11:51:42

 

 

교육자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가치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된다”고 정하고 있다. 시흥시는 최근 ‘한국형 지방교육 자치모델(가칭)’이라 일컫는 지방교육자치 플랫폼을 구축하며 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혁신교육 지방정부 컨퍼런스’에서 교육부와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방정부 간 교육적인 교류와 소통을 증진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교육 혁신의 가장 흔한 형태는 수업을 바꾸는 것이었다. 강의에서 실험으로, 실험에서 체험으로 수업의 모습을 바꾸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많이 겪어왔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정착되지 않는 데 있다. 더욱이 이 중 대부분은 정부나 교육부 주도로, 교사와 학생은 객체 취급을 받아왔다. 이는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교육이 휘청거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시흥도 몇 년 전부터 교육의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흥의 혁신은 조금 결이 다르다. 시흥교육이 갖는 특징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교육 혁신 과정에 학생과 교사, 시 정부와 교육청, 지역의 교육 모임까지 모두 함께 틀을 만들어간다는 것, 두 번째는 교육에 그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시흥시는 마을, 학교, 교육청, 의회와 함께 공동기획단을 구성했다. 20명의 공동기획단은 총 19회에 걸친 논의를 통해 생소한 지방교육자치 개념을 확립하고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시흥교육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했다.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분리돼 있는 일반 행정과 교육 행정이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여기에 마을도 함께 들어가 지역 교육 전체를 한 판에 놓고 조율하는 센터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모든 과정을 시민·지자체·교육청·학교·연구소가 함께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가 주도하는 상명하달식의 개혁을 벗어나 일선에서 활동하는 교육 주체들로부터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일어나는 형태다. 

 

공교육의 모범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핀란드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교육적 실험을 꾸준히 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장 올리 페카 헤이노넨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정책을 추진할 때 첫 단계부터 교사들 이야기를 들어야 나중에 실행이 잘된다”며 교사와 학생 등 교육 주체의 자율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자치를 말하면서 시 정부나 교육청의 역할 설정에만 매몰되는 것은 핵심을 놓치는 꼴이 된다.

 

시흥교육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마을과 학교를 구분 짓지 않고 일반 행정과 교육 행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 시흥이 만드는 교육과정은 교육을 매개로 마을도 살고 학교도 살며 모두가 성장하는 상생을 추구한다. 초·중·고등학교가 마을의 평생학습과 넘나들고, 학교의 리듬에 맞춰서 마을이 움직인다. 시청과 교육청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는 곁을 내주며 그 리듬에 귀 기울인다.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는 ‘원클릭시스템’을 구축해 시흥시 모든 교육활동을 관할한다. 이를 통해 지역 특색에 맞는 교육도시 모델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교육인프라를 조성해나가고 있다. 시흥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시도는 기록으로 가치를 다져가고 있다. 수시로 일어나는 모든 논의 과정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의 홈페이지를 아카이브화했다. 

 

시흥시 교육자치 공동기획단은 더 많은 시민 참여를 위해 두 차례 전국적인 시흥포럼을 열었다. 시흥지역 교육의 플랫폼이 될 새로운 센터 모델 구축과 실행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 현장 토론 등을 진행했다. 앞으로 열리게 될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에서는 29개 지방정부가 연대한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주제 포럼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새로운 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실행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교육자치는 모든 사람에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교육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행복한 배움이 있는 학교, 더불어 마을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금 시흥 사람들의 노력이 나아가 한국 교육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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