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꿈' 엮어가는 서초 블록체인 아카데미

2019.09.06 10:44:54

 

“19세 청년이 어느 날 저희 청사에 찾아와 말했지요.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다른 도시에서는 아무도 안 믿었지만 우리는 믿었지요. 그것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스위스 추크시 경제지원국장 로만 바이스의 말이다. 당찬 19세 청년은 가상통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2014년 여름 그에게 거주허가를 내준 추크시는 4년여 만에 세계적 블록체인 메카가 됐다. 서초구의 절반만 한 크기에 인구 3만 명에 불과한 추크시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3만 2,000여 개의 기업이 몰려들어 지역경제와 스위스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세인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을 무렵 추크시를 먼저 방문했던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관련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발동했다. “와, 추크시 공무원들은 정말 대단하다.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우리 서초구 직원들은 부테린 같은 청년이 찾아왔다면 그렇게 오픈 마인드로 대해줬을까?”

 

언젠가 추크시를 직접 방문해야겠다고 벼르던 중에 기회가 왔다. 올해 3월 민선7기 목민관클럽이 유럽으로 정책연수를 떠나게 되었는데, 예정된 일정 한 곳을 포기하고 따로 기회를 만들어 스위스 추크시로 발길을 돌렸다. 도시에 들어서자 비트코인 그림과 조형물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기업에게 필요한 건 전화 한 통화뿐”이라는 경제지원국장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관료주의에서 벗어난 발 빠른 기업친화 행정이 세계적 블록체인 성지가 된 비결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겼다. 

 

스위스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크립토밸리(Crypto Valley)’의 협회 관계자도 만났다. 정부와 비영리 협회가 협업하여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수많은 스타트업 및 전문기업을 지원하고 관련된 국제행사를 주도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추크역 근처에 자리한 CV랩스(크립토밸리 실험실)에는 “e메일이 우편산업에 한 그 일을 비트코인은 은행에 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블록체인을 단순한 암호 화폐와 같은 투자 수단으로만 알고 있었던 안이함이 후회가 되었다. “어서 서둘러야겠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마음이 바빴다. 

 

우선 ‘서초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4차 산업시대를 이끌어갈 실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함이다. 추크시를 방문했을 때 “블록체인 분야는 2022년까지 17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데,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은 많이 부족하다”는 설명이 기초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6월17일부터 21일까지 블록체인 입문과정을 진행했다. 과학기술정통부에서 운영 중인 블록체인 교육커리큘럼과 강사진을 활용하고,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초보자도 지루하지 않게 했다. 청년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웠다. 모집 인원을 30명 정도로 잡았는데, 두 배나 많은 60여 명이 지원했다. 서울시 25개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시작하는 사업이라 호응이 어떨지 미지수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입문과정을 마친 이들은 개발자 양성과정으로 약 2개월간의 심화교육을 받게 되고, 국내 블록체인 기업체에서 3개월간 인턴십을 거쳐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무 인력으로 양성된다. 또 이 중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해 스위스의 블록체인 기업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해외 인턴십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도시와 크립토밸리 협회와의 업무협약도 적극 추진 중이다. 


서초구는 양재R&CD특구가 예정돼 있는 첨단 미래도시다. ‘CV랩스’가 있는 추크시와 닮은 점이 참 많다. 삼성R&D캠퍼스를 비롯해 LG전자, KT,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연구소들이 300개 가까이 몰려 있다. 편리하고 쾌적한 연구 환경 때문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R&D 클러스트인 셈인데, 그 중심에는 ‘양재R&CD 혁신허브’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30개 가까운 스타트업 기업이 모여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스마트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곳이다. 

 

이런 지역 특성을 바탕으로 서초구는 블록체인 등 스마트기술을 활용하여 각종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스마트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위해 전국 최초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활용한 시니어 키오스크 교육, 어르신들의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AI 로봇체험과 VR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서초코인 프로젝트’다. 어르신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거나 치매예방 교육을 수강하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코인(서초코인)을 적립해주고, 이것을 복지관이나 자치회관 강좌를 수강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오는 10월부터 시범 실시할 예정인데 어르신들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치매 등 노인성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디지털 ID와 서초코인을 연계한 ‘서초 통합서비스 앱’을 개발하여 원클릭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블록체인은 행운의 고리인가? 지난 6월24일 다시 스위스 추크시로 날아갔다. 첫 번째 방문이 인연이 되어 국제 행사인 ‘크립토밸리 컨퍼런스’에 공식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학자, 교수, CEO 등이 모여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 변화를 탐색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그리고 나는 크립토밸리 협회의 다니엘 하우덴차일드 회장과 함께 웰컴 연설자로 나서는 영예를 안았다. 블록체인 어소시에이션 회장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차례의 의례적인 방문으로 그치지 않고 첫 방문 후 3개월 동안 직접 운영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재방문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며 이런 점을 인정받아 웰컴 연설자로 선정했다고 한다.

 

“헬로, 레이디스 앤 젠틀맨. 마이 네임 이즈 은희 조. 더 메이어 오브 서초 시티.” 호기심에 귀를 쫑긋 세운 좌중을 향해 블록체인 아카데미와 서초코인 프로젝트 등 서초의 첨단 비전에 대해 소개하고, 인턴십과 인재 교류를 제안했다. “에너지 넘치는 젊은 도시 서초가 크립토밸리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멋진 미래를 열어가고 싶다”는 말에 공감의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 언론사 2곳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이며 블록체인의 첫 걸음마를 뗀 서초구에게 따뜻한 호평과 환대를 보내주었다. 

 

블록체인은 ‘유엔 미래보고서 2050’에서 미래를 바꿀 10대 기술로 선정될 만큼 중요한 4차 산업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것이다. 해외로까지 이어진 서초구의 열린 행보는 다가오는 미래를 축복으로 바꾸기 위한 바쁜 걸음이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서초구의 꿈이 다른 자치단체들과 함께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던 19세 청년의 꿈이 추크시와 스위스의 성공스토리가 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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