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 동물 국회 오명, 반목과 갈등 반복 국회 이제는 변해야 한다

2020.05.04 10:17:04

 

민주화, 경제발전 이뤘지만 헬조선 
비정규직으로 비참한 죽음을 당한 고 김영균 씨의 어머니는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라고 말했다. 필자가 생각해도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다. 한국은 정치 민주화를 이뤄 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고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30~50 클럽(인구 5,000만이 넘고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 든 나라가 됐다. 

 

다른 한편 한국은 16년째 자살률이 전 세계 1위, 25년째 산업재해 사망률이 세계 1위이다. 또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전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노동하는 나라이다. 
2000년 이후 일하다 죽은 노동자가 4만 명이 넘는다. 이것은 사실상 자본과 노동 사이의 전쟁 상태와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국민은 이런 상황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당연시한다. 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출생률이 꼴찌다. 아이를 안 낳는다. 대학원생들과 이야기하다 충격을 받았다. 함께 얘기하던 5명 전원이 아이를 안 낳겠다는데 “이 지옥 속에 내 아이를 집어넣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헬조선’이란 말은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정치 민주화, 경제 성장의 이면이다. 왜 그런가?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의 부재, 정치의 무능함에 기인한다. 누가 법안을 만드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국회 구성 자체가 잘못돼 전 세계 유례 없는 구성이다. 300명 중 295명이 자유시장경제 지지자
이다. 유럽에서는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의 지지도가 대개 10% 내외밖에 안 된다. 우리 국회의 이런 비정상적 구성이 결정적으로 한국 사회를 가장 불평등하게 만든 원인이다. 

 

수구보수 정당의 적대적 공생 
한국 정치의 핵심 문제는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수구와 보수 두 정당이 70년 동안 사실상 손잡고 적대적 공생을 하면서 지배해왔다는 데 있다. 과거와 비교해 한국에서 수구는 줄어들고 보수는 늘어나고 진보도 확장됐지만, 그에 비례해 국회 구성이 바뀌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선거법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정치 지형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오른쪽 끝으로 몰린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독일의 가장 보수적 정당 시각에서 봐도 한국의 여당은 진보는커녕 매우 보수적인 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불평등, 생태 문제 등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에 혐오까지 느낀다. 내 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그대로 여의도에 반영되는 그런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 소수 정당에는 표를 던져도 사표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차악투표를 한다. 그렇게 대의가 왜곡된다. 
그래서 고용안정, 불평등 해소 등을 정말 잘할 수 있는 정당에 표를 줄 수 없다.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까지 만들어 대의민주주의의 헌법 정신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는 것이 민변의 입장이다. 

 

흔히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경쟁하고 번갈아가며 정권을 주고받아 왔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100% 거짓말이다. 한국에서 보수라고 하는 정당은 사실은 보수를 참칭한 수구 정당이다. 보수는 훌륭한 가치이다. 한국 사회의 비극은 좋은 보수가 없다는 데 있다.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은 한국 보수의 전형이다.

김구 선생이 가장 중요시하는 첫 번째 가치는 공동체였다. 공동체보다 개인을 더 중시하는 것이 자유주의다. 한국에선 공동체를 중시한다고 하면 빨갱이라고 공격한다. 이 공동체의 집단적 원형인 민족을 보수주의자는 중시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민족을 중시하면 좌파라고 공격한다. 또 보수가 중시하는 가치가 역사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왔던 전통과 역사를 중시한다. 한국에서 보수를 자칭하는 자들은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다 도망가고 역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려 한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의 나를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나와 가장 가까운 근현대사가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게 역사 교육의 핵심이다.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비극적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역사교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인 대부분이 신라, 고려사는 알아도 최근의 나를 있게 한 근·현대사를 잘 모른다. 한국의 여당이 진보라고 불리지만 국제적 표준에서 보면 보수정당이다. 노동, 교육, 경제정책, 재벌정책 이런 걸 보면 상당히 보수적이다. 한국의 정의당보다도 독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독일의 보수당인 기민당이 더 진보적이다. 그 정도로 한국의 정치지형은 극단적으로 우경화돼 있다. 

 

원외 반대기구 출현 기대 
국회는 본질적으로 전문기관, 연구기관이 아니라 대의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 구성은 민의를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사회의 여러 직능이 의회에서 대변되고 세대와 성이 제대로 대의돼야 한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국회의원 중에 교사가 교수보다 많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휴직하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교단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직능 대표성이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어려운 것 같지만 사실 어려운 게 전혀 아니다. 간단히 말해 “내 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그대로 여의도에 반영되는 비례대표제”를 말한다. 지금 우리의 선거제도는 내 표를 사표로 만드는 선거제도이다. 지금 선거제도는 민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현재의 국회가 스스로 변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급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 2가지다. 국회를 통해 새로운 것이 개혁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국회를 시민들이 직접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가 거대한 기득권 집단이 됐기 때문에 올바른 선거법 개정을 위해서는 1960년
대 말 대연정을 통해 의회의 90%를 장악한 ‘민주독재’에 맞서 독일의 시민운동 세력이 만든 아포(APO, AuBerparlamentarische Opposition)와 같은 원외 반대기구가 한국에서도 필요할 것 같다. 왜냐하면 거대 양당이 스스로 민의를 정의롭게 반영하는 올바른 선거법을 만들 능력도, 의사도 없음이 최근 선거법 개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을 위한 거대한 시민운동이 일어나 선거법을 개혁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국회가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 위 원고는 티브로드 서울방송에서 김누리 교수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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