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긴급재난지원금 평가·분석 및 앞으로의 과제

2020.07.06 11:16:51

 

지난 5월 정부가 가구당 최소 4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제 이 지원금이 거의 다 지출된 지금 제2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배경이 된 국내외 경제 상황,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성과, 제2차 지원금의 필요성 등 향후 과제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경제활동의 질적 변화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경제적 파급력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사태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인 주가지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직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제지표를 거론하기에 앞서 적어도 몇 가지 ‘질적 측면’의 변화를 나열하는 것은 가능하다.

 

첫째,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전 세계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세계화(globalization)의 모양새를 결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중요한 생산요소 중 하나인 노동(사람)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것에 매우 강력한 제약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에서 협업의 이익 그 자체를 도외시할 수는 없기때문에 앞으로 생산의 양태는 오프라인에서의 물리적 협업에서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협업으로 급속하게 변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생산의 양태가 변화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주변 산업의 성쇠도 변모하고 있다. 노동의 물리적 이동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산업인 항공, 숙박업이 극도의 침체를 경험한 반면, 재택근무, 원격 지원 등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산업은 활황을 맞았다. 


셋째, 생산뿐만이 아니라 소비 양태도 큰 변화를 맞았다. 물리적인 공간을 방문하여 소비하는 대신에 비대면 방식의 소비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대형 쇼핑센터가 침체를 경험하는 사이, 택배업은 단군 이래의 호황을 누렸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해 급진전된 것이기는 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이미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쇠퇴 현상은 확연히 관찰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경제활동의 양적 변화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의 교역과 생산을 위축시켰다. 구체적으로 IMF가 지난 6월 24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의 부속 도표에 따른 세계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표 1>과 같다.

 

 

위의 <표 1>을 보면 우리나라는 상당히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올해 성장률은 –2.1% (지난 4월 전망치에 비해 0.9% 포인트 하향 조정)이지만, 내년에는 3%의 견조한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IMF보다는 낙관적으로 올해 성장률을 전망하여, 지난 2020년 5월 28일 올해 성장률을 –0.2%, 내년 성장률을 3.1%로 전망하였다. 이 성장률 수치는 비록 IMF의 6월 수정 전망치보다는 양호한 것이지만,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이래 11년 만의 마이너스 전망치이다. 한국 경제가 연간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그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래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 평가 및 분석
이 글을 쓰는 현재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보여주는 자료는 2020년6월 1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음식점·마트에서 많이 사용」이라는 보도자료와 여신금융협회의 2020년 5월의 카드 사용 승인금액 자료 정도이다. 5월 달의 경제활동 전반을 가늠해 볼 수 있는 5월 산업 활동 동향은 아쉽게도 이 글의 마감 시한 내에 발표되지 않아 참조할 수 없었다.

 

이 중 비교적 많은 자료를 포함한 자료는 행정안전부의 보도자료다. 이 보도자료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5월 31일까지의 신용·체크카드 사용 내역을 8개 신용카드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다. 물론 모든 긴급재난지원금이 5월 말까지 다 소비된 것이 아니므로 이 수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총 효과를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고, 또 소비가 생산을 유발하는 데에는 시차가 존재하므로 생산 유발 효과를 측정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이 어떤 분야의 소비를 제1차적으로 자극했는지를 살펴보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

 

 

<표 2>를 보면 업종별로는 음식점(1조 4,042억 원, 24.8%), 마트·식료품(1조 3,772억 원, 24.2%), 병원·약국(5,904억 원, 10.4%) 순으로 많이 사용되었고, 매출액 증가율은 안경(66.2%), 병원·약국(63.8%), 학
원(37.9%), 서점(34.9%), 헬스·이미용(29.4%) 순으로 높게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소비 진작 효과가 궁극적으로 생산과 고용을 유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반짝 효과만을 가진 소득 보조적 성격만을 가진 것인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보다 정확히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재난지원금 지원 여부 및 향후 경제정책 과제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점차 소진됨에 따라 경제계 일각에서는 제2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앙정부보다 훨씬 더 전향적으로 제2차 재난지원금의 지급을 검토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제2차 재난지원금의 지급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그 대답은 오로지 재원 확보 가능성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일회성이라는 인식하에서 지급된 것이어서 약간의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일종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처방’이라고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재난지원금부터는 ‘긴급 처방’이라는 명목으로 합리화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경제정책 수단의 성격을 더 강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 재원은 증세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증세를 통해서라도 제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어쩌면 1998년 외환위기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고, 이 위기를 ‘모두 산업현장에서 힘을 합쳐 극복’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업현장에 모이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낯선 위기극복 방식이다. 따라서 그 성패를 가늠하기도 어렵고 언제 성과가 도래할 지도 짐작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위기는 세계화라는 그동안 지극히 당연시 되어 왔던 경제 패러다임을 폐기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개방형 소국체제의 한국은 그 타격을 훨씬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위기는 과거의 경제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측면이 있다. 이것이 제2차 재난지원금의 지급을 재촉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그 재원은 어떻게 조달해야 할 것인가? 소득세나 법인세처럼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에게서 조달한다면 경제활동 그 자체에 대한 위축 효과가 심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한시적인 부유세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시적인 부유세는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미증유의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사회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자산 과세를 도입하는 첫걸음으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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