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교육에 관한 나의 이데올로기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오직 아이들이다"

2018.06.14 17:30:23

 

김승환 교육감의 집무실 곳곳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삶을 가깝게 보겠다는 김 교육감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으로 전북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직접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북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타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이번에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호주로 보낸 아이들이 참 성실하고 열심히 배우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호주에서 들었는데, 교육감님께서는 청년일자리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김승환(전라북도 교육감)_ 재작년, 작년에도 보냈는데, 지난주에 결과보고회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아이가 말하기를 호주노동자들은 천천히 즐겁게 일하더랍니다.​ 굉장히 예리하게 본 거죠. 사실 아이들을 보내면서 일자리창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너희들이 스스로의 삶을 멋지게 그려봐라’ 이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이 대한민국, 전라북도에서 태어난 자체가 행운이라는 생각을 안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 일환으로 보내는 거죠.

 

이영애_ 그렇군요. 교육감님의 마인드가 한아이의 인생을 바꾸게 한다는 것이 중요한거죠. 전북교육청에서 교사를 위한 치유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이런 건 많이 확산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김승환_ 저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어요. 오죽하면 정호승 시인이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고 했겠어요? 본인이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알아야 그것을 치유하고 극복하려는 노력도 할 수 있습니다. 상처가 있는 교사에게 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2010년에 교육감이 되고 불과 한두 달 사이에 교사들이 힘들어하고 상처받는 게 보였습니다. 교육정책 성패의 열쇠는 교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유과정이 없으면 아무리 이상적이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책이라도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영애_ 교사들이 많이 와서 접하나요?
김승환_ 교육연수원 연수과정에 넣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 체계적으로 가려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북지부와 협력해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영애_ 요즘 어린이집 교사의 폭행사건으로 떠들썩한데, 사실 교사의 자질, 스트레스 문제가 심각해서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김승환_ 인간이 공동체 속에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인간에 대한 경외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똑똑하고 잘났다고 해서 다른 존재를 소홀히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특히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정중해야 합니다. 어려서 접한 공동체 분위기 자체가 인성교육의 교재가 될 수 있는데,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지금처럼 단기속성이나 온라인으로해서는 안 돼요. 정규코스를 탄탄하게 만들어놓아야 거기에서 일탈사례, 비정상사례의 발생 가능성이 최소화됩니다. 요즘 규제를 없앤다고 하지만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라면 더 해야죠.

이영애_ 며칠 전 스페인에 다녀왔는데, 3세 이상의 교육도 4년제 이상의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으면 절대 교사를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김승환_ 2012년에 정부에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내놨는데, 거기서 느닷없이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자고 했습니다. 당장 교사가없다고 지적하니 체육하는 분들을 채용하라고 해요. 그래서 저는 정규코스를 받지 않은 사람은 아이들 앞에 서게 할 수 없다고했어요.

 

 

이영애_ 정말 잘하셨어요.(박수) 어떤 상황에서도 어린아이에 대한 폭력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교육감님께서는 재선이신 만큼 시너지 효과도 내야 하는데, 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김승환_ 아이들은 생각할 것도 많고 봐야 할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습니다.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존재거든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아이들이 급하게 움직일까요? 조금만 자극해도 스트레스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죠. 저는 어른의 탐욕이 이렇게 만들었다
고 봐요. 국가차원에서는 학업성취도가 세계 몇 등인지,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어떻게든 우리 아이는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교육의 틀을 만들어 아이들이 꼼짝 못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는 이미 문장을 깨친 것을 전제로 만들어 놓았잖아요. 최상위 그룹을 위한 교과서의 수준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그렇게 해도 다 따라오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분량이 많은 우리 교과서에는 교사들의 여백이 없습니다.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어떤 개념이 나왔을 때 왜 이런 개념이 나왔는지 설명하며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교과서가 그냥 백과사전이 되어버렸죠. 제가 교과서를 만들고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데 교수들이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교과서는 교수 보다 현장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이 제일 전문가입니다. 사실 저도 수능시험을 출제해 봤는데요. 제가 해보니 교수들이 안 들어가도 아무 지장없어요.

 

이영애_ 이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논란을 보면서 전북교육감님이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강하게 내셔서 조금 의외였는데, 교육부와 잘 해오다가 왜 2015년 예산만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는등의 말을 듣기도 했는데, 배경설명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승환_ 시도교육감 협의회의 기록을 보면 이미 2012년 11월에도 이 부분을 문제삼았어요. 도대체 시도교육감이 어린이집 설립인가를 내주는 것도 아니고, 관리감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어린이집은 교육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관인데, 그때 문제제기를 하니까 교육부에서 다 대주겠다고 했습니다. 넘기려면 법률계통을 바로해서 시·도지사에게 넘겨야죠. 툭하면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자기들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법과 원칙을 유린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영애_ 그렇군요. 다른 곳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전북교육을 소개해주세요.

김승환_ 잘못하면 자랑이 되는데….(웃음) 우선 전라북도는 초등학교 방학숙제가 없습니다. 자기가 원하는거 하나씩만 주던지 아예 안 줘요. 엄마들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본인이 스스로 학습합니다. 중간·기말 시험도 없앤 학교가 많고, 또 작년 10월 1일자로 등교시간을 자율적으로 늦추고 있습니다.

이영애_ 맞벌이 가정의 아이는 더 일찍 등교할 수도 있나요?
김승환_ 일찍 등교할 수 있죠. 먼저 출근한 교사들이 돌봐줍니다. 9시 등교와는 다르며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또 ‘아침이 행복한 학교, 저녁이 자유로운 학교’가 있는데, 아침에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여유 있게 등교하고, 저녁에는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거죠. 학교에서 아이들 인생을 책임질 것도 아닌데 마치 책임질 것처럼 붙잡고 있잖아요. 작년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가 잃은 가장 큰 것이 국가에 대한 아이들의 신뢰입니다. 국가가 무슨 짓을 해도 아이들이 이제는 안 믿습니다. 아이들을 1명도 구해내지 못했잖아요. 또, 누가 책임졌나요? 책임에서 끝난 게 아니고 국민들 간에 싸움까지 벌어졌어요. 아이들 가슴속에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교사들의 책무가 높아진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건강한 교사들이 필요한 것이고 교원상처치유 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학부모도 내 아이 하나 잘 돼서 행복하고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아프게 경험하면서 더불어 가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영애_ 교육감님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공직자와 학부모들이 있어서 다양한 교육을 펼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승환_ 지난 4년, 저와 전북교육청을 둘러싸고 공격을 받을 때마다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아이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에도 아이들의 시선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55%의 지지를 얻었는데, 정당이 개입하지 않은 선거이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득표율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고맙고 고스란히 2기 4년에 대한 빚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신뢰보다 더 강한 무기는 없기 때문에 도민들께서 내 아이를 전북에 맡기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는 수준까지 신뢰도를 높여나가면 전북교육은 성공한 것이고, 그러면 앞으로 전북교육이 대한민국에서 일정한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아이들만 보고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언제든지 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손을 내밀면 바로 옆에 있는 교육감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영애_ 꿈을 현실로 만들고 계시는 분이 계셔서 전북의 아이들은 행복하고, 학부모는 감사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승환_ 지금 전북초등학교 아이들 중 ‘장차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교육감이요’하는
아이들이 많답니다. ‘레알’입니다. 장차 전북교육감은 경쟁률이 굉장히 높을 겁니다.(웃음)


이영애_ 그건 정말 크게 성공하신 건데요? 전북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교육감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게 해주십시오.

양태석 durey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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