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래에서 시작된 지방자치와 지역협치의 산물인 무상급식은 복지가 아닌 교육입니다!" -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

2018.06.15 16:39:03



 

도의 갑작스러운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종훈 교육감을 만나 그의 진솔한 입장을 들었다. 박 교육감의 눈망울에 스치는 이슬에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박 교육감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급식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소|경상남도 교육감실 대담|이영애 《월간 지방자치》 편집인 정리|양태석 기자 사진|정예원 기자

​(인터뷰를 하기 전 이영애 편집인은 최근 EBS에서 낸 《싸가지도 스펙이다》는 본인의 책을 저자 사인을 한 후 박종훈 교육감에게 전달했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최근 경남에서 무상급식비 지원을 전면 중단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텐데요. 이번 사안에대해 진심어린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유스트림 생방송과 페이스북으로도 잠깐씩 촬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종훈(경상남도 교육감)_ 20대 이래 지금까지 군더더기가 없는 체형으로 몸무게의 변화가 거의 없었는데요. 최근 몸무게가 2㎏정도 빠졌습니다.

이영애_ 교육감님의 심정이 한마디로 표현되네요. 살이 없는 사람에게 2㎏는 엄청나거든요.
박종훈_ 그렇죠. 있는 사람들의 10㎏정도는 될 겁니다.(잠깐 말을 잇지 못하고 눈에 이슬이 맺혔다)

이영애_ 급식비는 무조건 다 안 주는 것인가요?

박종훈_ 지금까지 관행대로라면 도가 256억원, 18개 시·군이 386억원, 합쳐 642억원을 교육청이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경남도에서 지원금을 끊겠다고 하니 시·군에서도 지원을 중단했어요. 전례가 없는 상황이죠. 저로 인해 돈을 못 받게 된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도민들의 아우성, 시민단체의 몸부림, 도의원의 단식투쟁 등으로 정말 제자리가 가시방석입니다.


이영애_ 무상급식에 대해 평소 어떤 소신을 갖고 계셨나요?

박종훈_ 급식을 복지에 포커스 맞추는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학교급식은 교육이에요. 헌법에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하게 돼 있고, 의무교육은 무상이니만큼 교육인 학교급식도 무상으로 해야 합니다. 교재나 교복과 같은 다른 의무교육은 국가에서 시작했지만 무상급식은 거창군에서 초·중·고 급식비를 대겠다고 해 전국에 퍼진것입니다. 아래로부터 확산된 지방자치의 산물이요,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한 지역협치의 산물입니다. 지난 8년 동안 점진적으로 확대

되어온 무상급식을 한 순간에 뒤집어버리니 도민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영애_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다 하시죠.

박종훈_ 고 노무현 대통령은 비가 와도, 안 와도 자기 책임이라고 했는데요. 무상급식이 안되니 제 책임인 것 같습니다. 지사님이 처음에 도 감사를 받으라고 하셨는데, 그건 법적인 근거가 없는 이야기예요. 도가 감사를 요구하는 건 아이들 밥 안 굶기게 해줄 테니 마누라를 내놓으라는 격입니다. 대한민국 어느법에도 도가 교육청을 감사할 권한은 없어요. 학교급식 예산은 교육청, 교육부, 감사원, 국무총리실 사정반의 감사를 다 받습니다. 그동안 급식비지원조례에 있는 대로 도의 지도·감독을 받았고, 작년 8월 지금까지의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공문까지 받았습니다. 느닷없이 감사를 받으라고 하니 이해가 안 됩니다.

이영애_ 지사님이 검사출신이라 법적인 관계는 더 잘 아실 텐데요.
박종훈_ 제가 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받지 않은 것이라면 저를 고발하라고 했어요. 대신 무상급식 지원은 하라고 하고 말이죠. 그래도 묵묵부답이에요. 무상급식을 계속 하겠다고 말씀하셨으면서 갑자기 진보좌파의 포퓰리즘이라고 합니다. 그럼 그동안 보수진영을 대표했던 전임 교육감들도 다 진보좌파입니까? 이건 진보진영 교육감인 제가 당선된 후 대선고지로 나아갈 발판을 삼고자 보수의 아이콘으로 본인을 띄우려는 노이즈 마케팅입니다.



이영애_ 교육청은 돈을 받아서 쓰는 곳이지, 버는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박종훈_ 도교육청 세입의 99%가 의존재원입니다. 우리 예산은 고작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영애_ 교육청에서는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요?

박종훈_ 저희는 특별히 내놓을 카드가 없습니다. 지사님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편지를 써 보내고, 설 연휴에 관사로 찾아뵙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국회의원과 도의회를 통해 중재도 요청했지만 적극적이지 않아요. 아주 거대한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영애_ 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박종훈_ 이번 무상급식 문제는 경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지자체든 단체장의 마음이 바뀌면 이럴 수 있습니다. 이에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급식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일정 부분 학교급식 비용을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자고 주장할 것입니다.

이영애_ 무상급식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지 않는 분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박종훈_ 사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신문 조사에 의하면 부산, 울산, 경남이 보수적이지만 무상급식을 확대하거나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영애_ 사람들에게 줬다 뺏는 것보다 상처를 주는 게 없는데요. 만약 무상급식을 중단하더라도 이렇게 갑자기 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

박종훈_ 저도 만약 돈이 없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무상급식 축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은 안 됩니다. 도의회, 학부모단체, 도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협의기구에서 결정해야죠.

이영애_ 행정과 교육은 따로 갈 수 없는데요. 교육부와 중앙부처와 함께 상생하며 나가겠다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박종훈_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습니다. 교육청 자체보다 시군의 도움을 받아서 협력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요. 지금의 혼란으로​교육적 손실이 얼마나 큽니까? 특히 자유학기제는 교육부 사업 중 제가 마음에 드는 정책이에요. 서울교육청은 자유학년제를 하는데, 저희도 바로 도입할 겁니다. 특히 학생들이 직업과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제일의 멋진 직업체험센터를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이영애_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어야 하는데, 애들이 너무 힘들어하잖아요.
박종훈_ 맞습니다. 학생들이 급식소에 갈 때 얼굴표정이 가장 환해집니다. 학생들이 예습, 복습은 안 해도 식단표는 다 외웁니다. 선별적으로 급식을 지원하면 당장 선생님들이 말을 가려서 해야 해요. 말 한마디로 돈 안 내고 밥을 먹는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있거든요. 그만큼 교육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살얼음판 디디듯이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이영애_ 정부나 경남에 전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죠.
박종훈_ 지금 이후라도 지사님을 만나 뵙고 지원을 재개해달라고 요청드릴 것입니다. 경남의회도 이번 사안이 도와 교육청의 힘겨루기라고 보지 마시고 교육적인 관점에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학교급식법 개정이 아니고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

이영애_ 요즘 경남의 유치원은 어떤가요?

박종훈_ 유치원은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 공교육에 곧 편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사립학교가 현재 공립학교와 전혀 다르지 않듯이 유치원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직 연착륙 못하고 덜거덕거리는 것이 있습니다. 감사나 회계가 서툴러서 말이죠.

이영애_ 경남도청에서 급식비를 갑자기 자르듯 누군가가 가르쳐주는 과정이 없이 시행해서 그렇습니다.

박종훈_ 잘 알겠습니다. 연간 유치원에 학교운영비, 도서구입비 등 1년에 지원하는 게 수백억원인데 사립유치원도 지적만 하지 않고 지도·연수해서 잘 이끌어가겠습니다. 또한 사립유치원이 학부모의 신뢰를 확보하도록 차근차근 챙길 예정입니다.

이영애_ 학부모와 교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박종훈_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교육에 소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좀 더 많은 고통과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교사들에게는 아이들을 선생님 곁으로 돌려드리겠다는 공약을 지키겠습니다. 행정업무를 보느라 학생들의 수업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교육본질 회복의 원년으로 교사들이 더욱 가르치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과 상관없는 비본질적인 것을 하나하나 제거하겠습니다.



이영애_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박종훈_ 학생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아직 미성년자로 사리분별을 못하는 면에서 학생들은 교육의 대상이니 만큼 하고 싶은 것을 조금은 절제하고 어른들의 지도를 잘 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개성 있는 아이로 자라도록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영애_ 내일의 교육감님은 이렇게 될 것이라고 한 말씀 해주시죠.
박종훈_ 저는 손에 묻은 분필가루를 탁탁 털면서 퇴직하는 게 제 꿈입니다. 20년 교사생활을 했고, 8년은 교육의원, 4년은 한데서 고생한 후 교육감에 당선됐습니다. 저는 교사의 마지막은 교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기를 마치고 교사 혹은 교수가 되어 마지막 정년을 교실에서 마치고 싶습니다.
이영애_ 멋진 꿈이시네요. 꼭 그렇게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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