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은 지속가능한 힘이 있다! 파주시 도서관의 산증인, 윤명희 파주시중앙도서관장

2021.12.26 16:33:16

윤명희 관장은 파주시 공공도서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도서관 활성화의 달인이다. 열악한 파주시 공공도서관을 대한민국 최고의 도서관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일한 파주시 사서가 되다

연세대학교 도서관학과를 졸업한 윤명희 관장은 결혼 후 첫 아이를 낳고 7개월이 되던 때 친구의 권유로 1개월동안 사서식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다. 정식 채용 전 수습으로 일하며 수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하고 밤 10시까지 근무했지만 월급은 30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300평 규모의 조그마한 도서관에는 180석 열람실이 있었다. 수습기간을 마치고 1995년 2월 도서관에 정식 발령을 받았는데 파주시에서 사서직 공무원은 윤 관장을 포함해 두 명에 불과했다. 남아있던 한 명의 사서도 고향에 내려가는 바람에 1994년 개관 당시 파주시 사서직 공무원은 윤명희 관장이 유일했다.

 

 

주민이 참여하는 공공도서관 고민 시작

윤 관장은 아침 8시에 출근해 공부방 좌석발급표를 끊어주는 일부터 청소 직원이 없어 도서관의 사소한 허드렛일도 도맡아야 했다. 학창시절 학과 이름이 무슨 건물 이름이냐며 비하하기도 했던 윤 관장은 도서관현장의 현실을 직접 겪으면서 비로소 전공분야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그 때 읽었던 책 중에 『공공도서관운영론』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열악했던 파주시 공공도서관

하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도에서 보조사업 예산이 내려오면 연말이었고, 책을 구입하려면 기안을 해서 시청 계약팀 담당자를 통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용자들이 희망하는 도서를 바로 구입하지 못했다. 당시 사서는 단순히 책이 들어오면 분류번호를 매기고 라벨을 붙이는 인원에 불과했고, 대출반납도 수기로 관리하다보니 기억력에 의존해 관리가 허술했다. 그래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무료로 보급하는 KOLAS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매뉴얼을 보면서 자료를 입력하기 시작했고 (파주)법원도서관이 생기면서 전산화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전반적으로 열악했지만 파주시는 더 열악했다.

 

이용자의 다양한 참여 이끌어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 만들어

윤명희 관장은 '사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그에 상응하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다. 쉬는 날이면 자비를 들여 서울의 각종 독서교육 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석하고, 비예산으로 실시했던 독서교실에서는 아는 지인을 불러 독서교육 강연을 열기도 했다. 도서관 이용법은 사서인 윤명희 관장이 주로 진행했고, 독서교육은 외부 지인을 초청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각 학교별로 우수학생을 추천받아 독서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학부모반은 별도로 운영했다. 잡지책의 자녀교육 칼럼을 복사해 함께 토론회를 가졌는데, 학부모들이 아주 활발하게 소통하고 대화를 나눴다.

 

이에 큰 보람을 느끼며 일할 동기가 생겼던 윤 관장은 더 열심히 공공도서관을 운영했다. 덕분에 척박한 파주시 도서관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1997년 여름독서교실을 시작으로, 1998년 순회독서교실을 진행하고, 1999년 자녀를 위한 어머니 독서교실을 열었다. 윤 관장은 책 반납을 하러온 시민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하며 글쓰기 교육, 신문활용교육 등 시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추가로 만들어 운영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서 결과물을 공유하는 낭독회와 같은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함께 공부한 시민들이 어우러져 동아리를 만들고 어린이책 읽는 어른 모임, 글쓰기 모임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 운영의 모델을 만들어갔다. 

 

 

파주중앙·교하도서관의 초석을 놓다

윤명희 관장의 여러 성과 중 파주 중앙도서관이 건립되기 전 건립담당이 아닌데도 사서들과 매일 회의를 하며 시민들에게 좀 더 편한 도서관을 만들도록 노력했다. 그동안의 도서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이용자 동선과 운영 동선을 반영시키려 노력했다. 중앙도서관이 건립된 후 후배 사서 8명이 충원되었고, 그동안의 도서관 활동으로 도서관에는 다양한 시민 동아리가 생겼고, 이들의 자발성이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 책읽고 글쓰는 일을 돕는 책글봉사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가장 밑 단위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산실인 실천하는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시민들의 수준이 날로 높아졌고, 도서관 운영위원회 내에 이용자 대표위원을 위촉하여 시민 중심의 도서관 운영에 제도적 토대를 만들었다. 

 

교하도서관장 시절에는 2,500평 이상되는 큰 규모로 서로 열린 소통하는 도서관을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했다. 당시 도서관의 현실을 보면 좋은 책을 사달라거나 커뮤니티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보다 공부방을 이용하는 다수의 이용자들이 불을 켜달라, 덥다, 똑딱이는 소리가 시끄럽다 등의 요구가 많았다. 윤 관장은 교하도서관은 공부방이 아닌 갤러리가 있는 도서관으로 개관하여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도록 했다. 특히 파주출판단지 출판사와 사서간 교류도 이어지도록 했다.

 

 

시장이 바뀌어도 도서관 정책은 계속 된다 

윤명희 관장의 도서관에 대한 확고한 정책과 비전은 정책결정자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2008년 이화여대가 교하도서관을 민간위탁으로 운영했다. 당시 위탁에 반대한 윤 관장은 류 전 시장에게 4페이지 분량의 편지를 보냈으나 류 전 시장은 강행했다. 2010년 '책읽는 도시'를 고민하던 류 전 시장에게 10페이지 분량의 책읽는 파주 정책보고서를 만들어 도서관정책팀이 만들어졌다. 도서관정책팀은 읍면동마다 도서관을 만들고, 도서관을 중심으로 책읽는 시민이 많아지도록 도서관 활성화에 나섰다. 당시 읍면동마다 도서관을 만드느라 두 달에 한번씩 개관식을 했다. 북파주의 작은 규모의 유휴공간을 찾아 공간개선을 하여 격이 있는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주민설명회로 주민들에게 교육을 시켜 신문도 만들고 상근하는 주민에게 월급도 주고 명예관장도 주어 운영협의회를 만들어줬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도서관 관련 책을 내기도 했다.

 

도서관에 관심이 없는 단체장도 도서관에 관심을 갖도록 한 윤명희 관장은 책만 빌리고 공부만 하는 도서관이 아닌 지역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되는 장소로 만들었다. 이인재 전 시장 시절에는 교하도서관을 시가 다시 직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도서관 체계를 다시 잡고자 윤 관장은 당시 1과 5팀이었던 조직을 2과 9팀으로 확대 개편시켰다. 

 

 

맞춤형 전천후 정보 제공으로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다

직영체제로 바뀐 교하도서관장에 부임한 윤명희 관장은 이용자 중심으로 도서관을 바꿔나갔다. 사서를 어린이, 청소년, 성인, 지역연계 담당 등으로 전문화시켰다. 무엇보다 사서들이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각 분야에서 책도 구입하고, 컬렉션도 진행하고, 강좌와 동아리도 만들고 다양한 피드백도 받게 해 사서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위탁에서 잘 하던 것은 배우고, 직영도서관의 장점을 살려 교하 운정지역에 확대하고자 청소년문화연대, 출판사 도서관 말걸다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청소년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토론하는 청소년토론회도 개최하고, 각 출판사의 대표적 책들을 전시하고, 출판사대표와 독자간의 만남을 개최하기도 했다. 해마다 9월에는 도서관 개관기념행사를 마을과 함께 진행하는 ‘동네사람들, 도서관에서 만나다’ 등을 기획하기도 하였다.

 

특히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도서관 정보 외에 보건소나 농업기술센터 등 다양한 행정 정보를 연결해주는 ‘파주라이프’사업을 전개해 시민들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보건소의 치매검사, 농업기술센터의 귀농귀촌프로그램, 선관위의 교육 자료집 배포, 세무서의 연말정산 자료 등 다양한 생활정보를 여기저기서 끌어온 것이다. 이처럼 도서관은 파주시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도록 했다.

 

시민의 일상을 차곡차곡 담아 오늘과 내일을 담는 파주중앙도서관

교하도서관에서 중앙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윤명희 관장은 1층부터 공간을 하나 하나 바꾸었다. 1층을 커뮤니티 자료실로 바꾸고 외부서비스들을 연결시켜 이용자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고, 사서들이 좀 더 자긍심을 갖고 보람을 느끼도록 내부교육을 진행했다. '휴먼in Paju'를 전시를 하고 파주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3년간의 기록활동을 ‘파주에 살다, 기억하다’라는 책으로 만들었다. 도서관에서 지역주민들의 삶을 기록해줘 주민들이 도서관을 고마워하며 새로운 이용층이 생겼다. 또한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이웃과의 만남, 젊은 세대와의 만남으로 이어져 세대간의 소통으로 이어졌다.

 

 

전국 최초로 기록관리팀이 생겨나고 학예사, 기록연구사 등 5명이 팀을 이루게 됐다. 2019년에는 디지털기록관으로 바뀌어 스튜디오실도 만들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온라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2020년에는 분절된 각 층을 연결하기 위하여 ‘내 삶의 중앙, 시간을 담다’라는 슬로건으로 시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담는 공간으로 각 층의 가치와 비젼을 제시하여 리모델링하였다.

첫째, 그동안 빽빽했던 책들과 서가를 좀 덜어내어 책들이 더 잘 보이고, 사람들과 창 밖의 계절의 변화가 보이도록 했다. 둘째, 지속가능한 삶을 고려하여 환경을 생각하는 소재와 가구를 선택했다. 셋째, 전 층이 연결되고 안과 밖이 연결되도록 했다. 1층 정문에서 한 번 게이트를 통과하면 5층까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고, 안에서 하는 일이 밖에서도 보이도록 수서정리실, 회의실을 자료실내에 배치했다. 5층은 만들어보고 실천해 보는 실천공간으로 메이커스페이스와 휴게공간을 설치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파주시 도서관은 “파주시 도서관은 다르다”, “사서들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이고 활기가 느껴진다”, “도서관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 등 시민들이 도서관을 자랑스러워하고, 직원들도 도서관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윤 관장은 “직원들이 고생은 하지만 성과를 만끽하고 보람을 느껴 가장 큰 자랑”이라며, “도시 변화의 원동력은 시민이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의 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윤 관장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숙의하는 시민들이 지역의 커뮤니티로 다양하게 생성되어 있을 때 각 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도시재생이나 주민자치 등이 보다 성숙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을 함께 만들어보고 시도해 보는 메이커 공간을 통해 전 지구적 고민거리인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일상적 문화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명희 관장은 장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다이나믹한 현장의 사례들을 문헌정보학의 연구과제로 던져주고 있다”면서 “파주시 도서관이 걸어온 길을 책으로 좀 정리해야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도서관을 넘어 이제는 세계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파주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윤 관장은 다양한 이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발빠른 피드백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윤명희 관장 약력 

파주 도서관정책팀장(2010-2013)

파주 교하도서관장(2014. 1 – 2016. 6. 30)

파주 중앙도서관장(2016. 7 - 현재)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박사졸업

7기, 8기 경기도 사서협의회 회장

제28대 한국도서관협회 이사

전) 연세대 시간강사/ 숙명여대 겸임교수

 

윤명희 관장은 시민과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도서관 운영을 구현하고자 파주시 도서관정책팀 신설, 교하도서관장을 거쳐 현재 파주 18개 공공도서관 중 9개관을 총괄하는 파주 중앙도서관장을 맡고 있다. 현장의 고민을 풀어보고자 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 박사과정까지 공부해 9년 만에 졸업했다. 

 

28년동안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사실, 대학교에서 보다, 현장에서 직접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현실을 겪으면서 답답함이 많았고, 이 답답함을 풀어보고자 공부하였고, 다시 배운 것을 실천하고자 애써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왜 공공도서관이어야 하는지? 사서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 질문들에 하나씩 해답을 찾아가면서 <왜?>라는 의문이 다시 확신으로 변하고 그것이 다시 실천동력이 되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파주중앙도서관 스케치 홍보영상

(유튜브에서 파주중앙도서관을 구독하시면 보다 다양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양태석 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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