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방은 지금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청년을 붙잡을 것인가.”
이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대학도시, '스테이트 컬리지'(State College)를 직접 찾았다. 현장에서 주민과 '펜 스테이트'(Penn State) 재학생과 졸업생을 만나 인터뷰와 좌담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 지방이 놓치고 있는 전혀 다른 답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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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진 행_ 최강 참석자_ 재학생 알렉스(Alex), 옴(Ohm), 이바(Eva) 졸업생 오스틴(Austin) 주 민 앤(Anne) |
1. 이 도시는 청년을 붙잡지 않는다
최강 인구학 박사_ ‘스테이트 컬리지’에 대해 소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Anne 지역 주민·15년차 드라이버_ ‘스테이트 컬리지’는 대학교 때문에 생겨난 도시예요. 농업 고등학교에서 시작한 ‘펜 스테이트’가 이제 종합대학이 되었지요. 인구 대부분은 학생들이에요. 대부분의 커뮤니티가 대학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은퇴자를 위한 커뮤니티도 활발해요. 범죄율이 낮고, 즐길 거리도 많은 도시죠.
최강_ 왜 ‘펜 스테이트’를 선택했나요? 펜실베니아주 거주자와 외지 학생의 등록금 차이가 연간 약 2만 2,000달러(약 3,000만 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Eva 2학년·펜실베이니아 출신_ 네. 큰 혜택이죠. 그리고 솔직히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커뮤니티’가 마음을 끌었어요. 사람들이 진심으로 ‘펜 스테이트’를 사랑하잖아요. 그게 정말 특별하다고 느꼈고, 저도 그 일부가 되고 싶었어요.
Alex 1학년·생체의공학 전공_ 캠퍼스가 멋진 게 한몫했어요. 그리고 저는 소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큰 커뮤니티를 원했어요.
Ohm 1학년·전기공학 전공_ 집에서 너무 멀지 않으면서 좋은 학교를 찾아서 오게 됐어요. 원할 때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거리라 좋았어요.
최강_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스테이트 컬리지’는 어떤가요? 더 나은 점이 있나요?
Eva_ 대도시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오히려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어딘가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기서는 진짜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느낌이에요.
Alex_ ‘스테이트 컬리지’는 걸어 다니기 편하고, 대도시보다 훨씬 안전해요. 뉴욕 같은 곳에서는 걷다 보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밤에 친구들과 돌아다녀도 아무 걱정이 없어요.
Ohm_ 저도 여기서는 안전하다고 느껴요.
최강_ '스테이트 컬리지'는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도 청년이 계속 들어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Eva_ 여기는 우리를 ‘남게 하려는 곳’이 아니에요. 대신 ‘성장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Alex_ 졸업하면 더 큰 도시로 가는 건 당연해요. 그런데 여기서 준비된 상태로 가는 게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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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생활비 안전한 환경 실패 가능한 구조 성장 실험 가능 |
“청년은 ‘일자리’보다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안정’을 먼저 본다”
2. 지방의 경쟁력은 ‘네트워크’다
최강_ 학교 밖에서 취업이나 인턴십 기회가 많은가요?
Alex_ 100%입니다. 4학년 때는 캡스톤 프로젝트*를 하고, 여름방학엔 필수로 인턴십에 참여해야 해요. 학교 밖에도 실질적인 취업 네트워킹 기회가 많아요.
*캡스톤 프로젝트는 학부 과정 동안 배운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결과물을 만드는 졸업 설계 프로그램이다.
Ohm_ 커리어 페어(기업 채용 설명회)도 열려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킹하고 링크드인(LinkedIn) 연락처도 받을 수 있어요.
Eva_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펜 스테이트’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어요. ‘동문 네트워크’가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거죠.
최강_ 졸업한 후에 ‘동문 네트워크’ 덕을 보셨나요?
Austin 졸업생_ ‘펜 스테이트’를 졸업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동문 네트워크 중 하나에 속하게 돼요. 큰 이점이죠. 대략 75만 명이 속해 있는데, ‘펜 스테이터’(Penn Stater)라고 부를 만큼 소속감이 강해요. 서로를 먼저 챙기고, 그야말로 가족 같은 느낌이에요. 전 세계 어디에든 흩어져 있죠.
Anne_ 택시 기사로 일하다 보니 학생들을 매일 만나요. 왜 여기로 왔냐고 물으면 다들 ‘펜 스테이트’ 교육을 받고 싶었다고 해요. 특히 동문 네트워크가 엄청나니, 이후에 취업할 때 덕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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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십 연계·커리어 페어 지역·글로벌 네트워크 75만 명 동문 네트워크 |
"지방의 경쟁력은 일자리 ‘개수’가 아니라 기회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
3. 지방은 ‘인큐베이터’다
최강_ 졸업한 이후, 이 지역에 머무를 계획인가요?
Ohm_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좀 더 큰 도시로 이사할 계획이에요.
Alex_ 저도 대도시로 갈 것 같아요. 엔지니어링 분야의 일자리가 대부분 대도시에 있어서요.
Eva_ 잠시 머무는 거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 남아도 행복할 것 같아요. 고모와 고모부가 여기 사시는데 동네를 너무 좋아하세요. 커뮤니티가 잘 발달되어 있고, 범죄율도 낮고, 안전한 곳이에요.
Austin_ 처음 왔을 때는 대학교 안에서만 유대감을 느꼈지만, 지내면서 마을 자체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어요. 졸업생 중에는 이곳을 좋아해서 남은 친구도 있고 대도시로 간 친구도 있어요. 청년들은 다들 다양한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잖아요.
최강_ ‘스테이트 컬리지’는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Eva_ 고향인 시골에서 바로 도시로 갔다면 여러모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여기서 잘 준비해서 대도시로 가면 성공적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Alex_ 저는 농장으로 둘러싸인 소도시 출신이에요. 어느 나라든 지방과 소도시가 살아 있는 게 중요하잖아요? 특히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요. 거대한 도시 하나만 존재한다면 다양한 사람들이 살 수 없잖아요. 여기는 좀 더 새로운 환경이예요.
Ohm_ 바로 대도시에 가서 부딪혀 보는 것도 좋지만, ‘스테이트 컬리지’ 같은 곳에 살아 보는 것도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Anne_ ‘펜 스테이트’를 졸업하고 성공한 사람 중에는 자기가 교육받은 공동체에 보답하러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참, ‘펜 스테이트’는 학생 자선 활동으로도 유명해요.
쏜*을 꼭 찾아보세요. 매년 2월에 캠퍼스 안에서 열리는 댄스 마라톤이예요. 학생 댄서 700여 명이 46시간 동안 앉지도 자지도 않고 춤을 춰요. 암과 싸우는 아이들과 연대한다는 의미예요. 이 자리에서 일 년 내내 모은 치료 기금을 발표해요.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기획하고 진행해요. 학생들이 주도하는 자선 활동 중 최대 규모예요.
*쏜(THON: Penn State IFC/Panhellenic Dance Marathon, 학생 주도 댄스 마라톤)은 1977년에 시작되었고, 2025년까지 누적 2억 7,200만 달러(약 3,750억 원) 이상을 소아암 어린이를 위하여 모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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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네트워크 취업·커리어 연결 지역-글로벌 연결 |
"지방 대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평생 연결 플랫폼’이어야 한다"
4. 문화가 지방을 살린다
최강_ 이 도시가 살아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nne_ 축제와 행사입니다. 도시가 계속 살아 움직이죠.
최강_ 대학과 지역이 함께하는 지역 행사를 소개해 주세요.
Eva_ 여름에 열리는 ‘아츠 페스트(Art Fest)*’는 정말 인상적이에요. 지역 예술가들이랑 주민들이 한데 모여 이곳의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을 나누는 자리거든요. 축제 덕분에 지역 커뮤니티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Anne_ ‘포스 페스트(Fourth Fest)’는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열리는 큰 행사예요. 예전엔 세계 10위 안에 드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유명했답니다. 코로나 때 흐지부지되었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올해는 미국 건국 250주년이라 기대가 더 커요. 그리고 ‘포스 페스트’가 열리고 일주일쯤 후엔 ‘아츠 페스트’가 열리는데, 세계 각지에서 예술가들이 와서 멋진 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센트럴 펜실베이니아 예술 축제’(Central Pennsylvania Festival of the Arts, 이하 '아츠 페스트')는 1967년 상공회의소 회장 월리스 로이드가 “방학에 학생들이 떠나면 시내 상권이 죽는다”며 예술건축대학에 공동 기획을 제안해 시작되었다. 학생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만든 축제가, 이제 연간 12만 5,000명을 불러들인다. 게다가 ‘아츠 페스트’는 재학생뿐 아니라 동문들이 ‘스테이트 컬리지’로 돌아오는 계기가 된다. 주최 측은 이 축제가 “풋볼 경기 외에 ‘펜 스테이터’들에게 중요한 귀환 행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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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Festival 지역 축제 대학-도시 공동 문화 |
"지방의 활력은 산업이 아니라 ‘경험의 밀도’에서 나온다"
5. 한국이 놓치고 있는 단 하나
한국 지방이 바꿔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청년을 그곳에 남게 하려 하지 말고 성장시키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정착지’가 아니라 ‘성장지’로 우선 자리매김해야 한다. 다른 말로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거쳐 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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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남기려는 정책’ → 실패 청년을 ‘성장시키는 구조’ → 성공 |
‘스테이트 컬리지’는 이미 그것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청년을 남게 하기보다, 머무는 동안 성장하도록 설계된 도시다. 대학과 지역,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 인턴십·연구·창업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는 졸업 이후에도 기회로 연결된다. 낮은 생활비와 안전한 환경, 활발한 문화와 공동체는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완성한다. 청년은 이곳을 떠나지만,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
한국 지방정부도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붙잡는 정책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이 이 도시를 거쳐 성장했고, 다시 연결될 이유를 남기는 것, 그것이 지방을 살리는 새로운 전략이다.
"지방의 목표를 ‘인구 유지’가 아니라, ‘성장 경험 제공’에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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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Writer’s Insight 이번 취재에서 확인한 ‘스테이트 컬리지’는 그 답을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이곳은 청년을 남게 하기보다, 머무는 동안 성장하도록 설계된 도시다. 그동안 많은 지방정부의 청년정책은 ‘정착’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청년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가, 떠난 뒤에도 다시 연결될 수 있는가를 본다. 스테이트 컬리지가 보여준 힘은 여기에 있었다. 머무는 동안 배우고, 일하고, 도전하고, 관계를 쌓게 만드는 도시. 그래서 떠남 이후에도 또 다른 연결이 시작되게 하는 도시였다. 한국 지방정부도 정책적 전환을 해야 한다. 청년이 지방에서 성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청년이 이 도시에서 성장했고, 이후에도 계속 연결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방을 살리는 새로운 전략이다.
지방의 미래는 청년을 붙잡는 데 있지 않다.
청년을 키워 더 큰 세계로 내보내고 다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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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티비유=최강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