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부문에서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많은 공무원들이 이미 챗GPT를 활용해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거나 민원 답변을 정리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부 기관에서는 내부 자료 요약이나 정책 자료 정리에도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바로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AI 에이전트는 기존의 AI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금까지의 AI가 질문에 답을 해주는 ‘도구’였다면,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부여하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까지 수행하는 ‘디지털 동료’이다. 예를 들어 “이 민원의 핵심 쟁점을 분석하고 관련 법령을 찾아보고, 대응 방안을 정리해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달라”는 지시를 하면, 에이전트는 이를 단순한 질문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대신 이 과업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며, 그 결과를 구조화하여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로 만들어낸다. 즉, ‘질문 → 답변’의 구조가 아니라 ‘목표 → 수행 → 결과’의 구조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기존에는 공무원이 직접 자료를 찾고, 관련 법령을 확인하고, 내용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이 전체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 보조를 넘어, 실제로 ‘일을 대신 수행하는 수준’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행정 업무는 ‘자료 수집 → 검토 → 판단 → 보고’라는 일련의 과정을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구조였다. 특히 공공부문은 책임성과 정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된다.
예를 들어 민원 처리 업무를 생각해 보자. 기존에는 민원 내용을 읽고, 유사 사례를 찾아보고, 관련 법령을 확인한 뒤, 답변을 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민원 내용이 접수되는 순간, 관련 법령과 유사 사례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초안 형태의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 담당 공무원은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역할에 집중하면 된다. 업무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동시에 품질의 일관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맞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전반에 걸쳐 AI 활용을 일상화하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는 보고서 작성, 정책 분석, 민원 대응의 상당 부분을 AI가 지원하고 있으며, 공무원은 이를 기반으로 더 빠르고 정교한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는 복지 행정에서 신청 절차를 최소화하고, AI가 대상자를 먼저 찾아 서비스를 제안하는 ‘선제적 행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행정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공무원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단순한 정보 처리와 문서 작성은 점점 AI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기본적인 정책 검토와 같은 영역은 빠르게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책 방향을 설계하며, 국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 공무원의 몫으로 남는다. 오히려 이러한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은 ‘대체’가 아니라 ‘재설계’이다. 공무원의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가치의 업무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는 점점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작은 변화의 시작이다. 자신의 업무 중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하나 선택해, AI 에이전트로 대체해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 자료 정리, 민원 답변 작성 등 작은 영역부터 적용해 보면, 그 효과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력한 동료가 될 수도 있고, 단순한 도구로 머물 수도 있다. 공공부문 역시 이러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때, 행정의 효율성과 국민 서비스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티비유=이경상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