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분야는 AI가 가장 빠르게 행정 성과로 이어지는 영역 중 하나다. 체코의 브르노는 이를 실제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브르노는 유럽C-ITS(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실증 프로젝트의 핵심 도시 중 하나로, 차량·교차로·관제센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V2X 기반 교통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차량 간(V2V), 차량-인프라(V2I), 인프라 간(I2I)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 데이터를 공유하며, 교통 흐름과 위험 상황을 즉시 반영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브르노의 핵심은 ‘신호 최적화’가 아니라 ‘교통 의사결정의 자동화’다. 대중교통차량에는 위치, 속도, 운행 상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전송되고, 교차로는 이를 기반으로 신호를 실시간 조정한다.
이를 통해 버스와 트램은 교차로에서 우선 통과하며 정시성이 개선되고, 일반 차량 흐름도 함께 최적화된다. 동시에 스마트 교통 시스템은 교통량, 속도, 혼잡 발생 가능성까지 사전에 분석해 신호 체계를 선제적으로 조정한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대 특정 구간에서 교통량이 급증하면, 기존 방식은 정해진 시간표대로 신호가 반복된다. 그러나 브르노의 시스템은 차량 흐름을 실시간 분석해 혼잡 방향의 녹색 신호 시간을 자동으로 늘리고, 반대 방향은 조정한다. 단순히 “신호를 빨리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구조다. 시민은 이유를 설명받지 않아도 체감한다. “오늘은 왜 덜 막히지?”라는 변화가 바로 행정 성과다.
특히 브르노는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을 실제 운영 수준에서 구현한 도시다. 소방차·구급차 등 긴급 대응 차량에는 V2X 통신 장치(OBU)가 장착되어 있으며, 교차로와 직접 통신해 신호를 자동으로 변경한다. 현재 20대 이상 긴급차량이 이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고, 차량이 접근하면 주변 차량에도 경고가 전달되어 교차로 통과 안전성과 속도가 동시에 개선된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시민 생명과 직결된 행정 성과다.
브르노는 2018년부터 약 90개의 교차로에 RSU(Roadside Unit)를 설치해 V2X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무선 기반 통제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유지비는 줄고 정확도는 높아졌다. 특히 사고다발 지역에서는 차량 속도, 정체 발생, 보행자 이동 패턴까지 함께 분석해 사고 예방형 신호체계로 전환했다. “사고가 난 뒤 대응”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막는 행정”으로 바뀐 것이다.
정량 효과도 분명하다. 평균 통행시간 10~20% 감소, 정지 횟수 감소, 교통 흐름 안정화, 버스 정시성 향상, 사고 위험 감소, 연료 소비 절감 등은 이미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곧 예산 절감이다. 교통 민원이 줄어들고, 공무원의 반복 대응도 줄어든다. 결국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공무원이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게 만드는 행정 도구다.
한국 지방정부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스마트시티 홍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구조 설계다. 교통 AI의 목표를 이미지 사업에 두면 실패한다. 대신 평균 통행시간 감소율, 응급차 통과시간 단축, 버스 정시성, 신호민원 감소, 사고다발 교차로 개선 같은 KPI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은 출퇴근 정체, 부산은 항만 물류 교통, 제주와 강릉은 관광철 집중 교통, 세종은 공공기관 출퇴근 패턴처럼 도시마다 문제는 다르다. 따라서 AI 교통도 도시별 맞춤 전략이어야 한다. 브르노가 보여준 것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행정은 데이터로 더 정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시를 운영하는 기준이 감이 아니라 데이터가 되는 순간, 시민은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한 삶을 체감하게 된다. AI 교통은 보여주기 사업이 아니라 도시 운영비용과 시민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지방정부 혁신이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