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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행정 AI 자동화(GovTech)

AI는 공무원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의 속도를 10배 만든다

 

해외 행정 AI의 가장 현실적인 성과는 거창한 예측모델보다 반복 업무 자동화, 요약, 분류, 검색, 안내, 문서 검토 보조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OECD는 정부의 AI 기대효과를 생산성, 대응성, 책임성 향상으로 정리하면서, 노르웨이 노동복지청의 대화형 AI ‘Frida’ 사례를 대표적으로 제시한다.

 

팬데믹 기간 이 시스템은 문의의 약 80%를 공무원 개입 없이 처리했다. 이는 사람을 줄인 것이 아니라, 반복 질문을 AI가 먼저 처리하고 공무원은 예외 상황과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바꾼 것이다.

 

영국은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제도화한 국가다. Government Digital Service는 2024년부터 공공부문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문서 요약, 정책 초안 작성, 민원 응답 보조 등 내부 행정 업무에서 AI 활용을 공식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Humphrey’라는 공공부문 AI 도구 세트를 시험 운영하며 정책 문서 요약, 법령 검색, 보고서 작성 보조를 자동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GovTech 전략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는가?” 영국의 핵심은 외부 기업에 단순 발주한 것이 아니라, 정부 내부에 디지털 전담 조직을 두고 직접 설계했다는 점이다. GDS는 총리실 산하 Cabinet Office와 긴밀히 연결된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 정부 서비스 표준과 플랫폼을 총괄한다. 여기에 Microsoft, Google Cloud, Amazon Web Services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보안·데이터 관리 기업들이 협력 구조로 참여한다. 즉, 정책 방향은 정부가 잡고, 기술 구현은 민간 전문기업과 함께하는 방식이다.

 

Humphrey 역시 단일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러 기능이 묶인 AI 업무 플랫폼이다. 법령 검색, 정책 비교,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록 요약 기능이 각각 연결되어 있으며, 공무원이 사용하는 기존 행정 시스템 안으로 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업무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AI를 넣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항이 적고 확산이 빠르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국회 보고자료를 준비한다고 가정해보자. 기존에는 수십 페이지의 정책 보고서, 과거 회의록, 관련법령을 직접 읽고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Humphrey는 관련 문서를 먼저 요약하고, 핵심 쟁점과 비교 포인트를 추출하며, 필요한 근거 조항까지 연결해준다. 공무원은 ‘찾는 시간’이 아니라 ‘판단하는 시간’에 집중하게 된다. 행정 속도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 지방정부 현장도 마찬가지다. Local Government Association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지방정부의 85%가 이미 AI를 사용하거나 탐색 중이며, 그중 70%는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활용 분야는 HR, 회의록 작성, 조달, 재정, 사이버보안 등 내부 업무가 중심이었다. 특히 문서 요약과 정보 검색에서 가장 빠른 성과가 나타났고, 직원 생산성 35% 향상, 서비스 효율 32% 개선, 비용 절감 22%가 보고됐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 현실적이다. 일부 지방정부는 AI 회의록 시스템을 도입해 2시간 회의 후 정리 작업에 반나절 걸리던 업무를 10분 내 검토 수준으로 바꿨다. 복지 부서에서는 지원 신청서의 누락 항목을 AI가 사전 점검해 담당자의 반복 확인 업무를 줄였다. 건축 허가 부서에서는 관련 조례 검색과 유사 사례 정리를 자동화해 민원 처리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시민은 “왜 이렇게 빨라졌지?”를 느끼고, 공무원은 “왜 이렇게 덜 지치는지”를 체감한다.


한국 지방정부가 여기서 배워야 할 핵심은 ‘챗봇 하나 도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AI를 민원창구에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행정 내부 프로세스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회의록, 보고서 요약, 조례·지침 검색, 복지·허가 서류 사전검토, 민원 답변 초안 작성처럼 피로도는 높고 반복성은 강한 업무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영역은 효과가 빠르고 저항이 적다.


예를 들어 주민센터 복지 상담에서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매일 반복된다. AI가 1차 안내를 하고, 담당 공무원이 최종 확인하는 구조라면 속도와 정확성이 함께 올라간다. 건축 인허가 역시 서류 누락 여부를 AI가 먼저 점검하면 불필요한 재방문과 민원이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AI 자동 판정’이 아니라 ‘AI 1차 처리 + 공무원 최종 책임’ 구조다.

 

결국 GovTech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행정 철학이다. 공무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도 이제 스마트시티 홍보보다 행정 속도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AI가 아니라, 빨라진 민원 처리, 정확한 안내, 덜 복잡한 행정이다. AI는 미래 기술이 아니라 지금 당장 공무원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가장 현실적인 행정 개혁 도구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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