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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불 켜진 편의점, 시민의 생명 지킨다 [월간지방정부 6월호 기획]

경남 양산시가 편의점을 ‘생명 안전망’으로 바꾼 이유


늦은 밤, 경남 양산시 한 편의점. 삼각김밥과 컵라면 사이로 술을 고르던 손님이 냉장고 문에 붙은 초록색 스티커를 마주한다. ‘마음을 듣는 109’. 계산대 옆에는 QR코드가 달린 작은 안내판도 놓여 있다.

 

양산시는 지금 편의점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생활 속 생명 안전망’으로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름은 ‘CU 투모로우’. 양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와 BGF리테일 CU가 함께 추진하는 생활밀착형 자살예방 사업이다.

 

행정이 주목한 건 병원이나 상담실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 동선이었다. 누구나 드나들고,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공간. 혼자 술을 사러 들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양산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살예방을 시작했다.

 

3개월, 600명이 검진을 받았다

양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 자살 현황을 분석하다 음주와 충동적 자살 시도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실제 양산시의 2023년 고위험 음주율은 13.8%로(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 기준) 전국 평균(13.2%)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소연 양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프로젝트 소개 콘텐츠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미 일상 안에 있는 공간에서 시작하고 싶었다”며 “편의점은 누군가에게 가장 외롭지 않은 공간일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창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은 편의점 안 풍경부터 바꿨다. 양산지역 CU 편의점 100여 곳 주류 판매대에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스티커가 붙었다. 계산대 주변에는 QR 기반 정신건강 자가검진 안내판이 설치됐다. 점주와 근무자들은 자살 고위험군 대응 교육도 받았다. 양산시는 이를 단순 캠페인이 아니라 ‘생활형 공공의료 안전망’으로 보고 있다.

 

술 냉장고 앞에서 발견된 이웃

사업은 실제 연결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QR 정신건강 검진 도입 이후 약 3개월 동안 600명 이상이 검사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80여 명(참여자의 약 13%)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조기 발견돼 상담과 치료 연계가 이뤄졌다.

 

 

현장에서 점주들의 경험도 쌓이고 있다. BGF리테일 측은 “매일 밤 술을 사러 오던 단골 손님이 있었는데 점주가 보기에도 많이 위태로워 보였다고 한다”며 “QR 마음 검진을 권유한 뒤 상담과 치료로 연결됐고, 이후 가족들이 점포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양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25년 ‘세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편의점 브랜드와 지자체가 공식 협약을맺고 추진한 생활밀착형 자살예방 사업으로는 국내 첫 사례다.


양산시의 실험은 거창한 시설 확충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계산대 옆 작은 스티커, 술 냉장고 앞 QR코드처럼 시민들이 매일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서 시작됐다. 양산시는 시민들의 생활 공간에서 조용히 “살자”고 말하고 있다. ‘CU 투모로우’라는 이름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다.

 

“내일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문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PS 지금 이 도시는

병원과 상담실 밖, 시민들의 생활 동선 안에서 자살예방 안전망을 만들고 있다. 편의점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문턱을 낮추고 있다.


* 본 내용은 BGF Live(www.bgflive.com)에서도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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