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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국가대계, 해외는 왜 청년 소개팅에 예산을 쓰는가

선진국 지방정부, 만남 설계 정책

청년이 떠나는 도시보다 더 위험한 것은 청년이 만나지 않는 도시다. 지금 전 세계 지방정부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히 인구 감소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관계가 사라지고, 만남이 없어지고, 공동체가 붕괴하는 구조적 위기에 맞닥뜨린 것이다. 연애가 줄면 결혼이 줄고, 결혼이 줄면 출산이 줄고, 출산이 줄면 지역공동체가 무너진다. 이 연결 구조를 직시한 나라들이 있다. 그들은 ‘개인 영역’이었던 소개팅을 ‘지방소멸 대응 정책’으로 내놓았다.

 

일본은 공무원이 직접 소개팅 사회를 보고, 싱가포르는 국가가 인증한 만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국은 국영 기업 소개팅 행사를 지역축제로 만들었고, 덴마크는 공동체 기반 관계 구조를 설계했다. 공통 메시지는 하나다. ‘집만 지원한다고 청년이 정착하지 않는다. 사람이 만나야 지역이 산다.’

 

이번 해외 특집에서는 해외 지방정부가 만남을 왜, 어떻게 정책으로 설계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한국 지방정부에 적용 가능한 모델을 제안한다.

 

공무원이 소개팅 사회를 보는 나라, 일본


연애도 행정이다

일본은 지방정부가 청년 만남 정책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단순한 이벤트 차원이 아니다. 저출산,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국가 과제와 직결된 공식 행정 서비스다.

 

2023년 기준 일본의 합계 출산율은 1.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농촌 지역 청년인구 유출과 결혼율 하락 때문에, ‘만날 누군가가 아예 없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지방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혼활(婚活) 지원 사업’을 공공 서비스로 제도화했다. 현재 약 40개 수준의 광역 지자체가 결혼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는 공무원이 직접 만남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를 보는 사례가 많다.
 

*혼활: 일본에서 쓰이기 시작한 신조어로, 결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만남과 정보를 탐색하는 ‘결혼 활동’을 뜻한다.

 

AI 매칭·궁합 분석 서비스

일본 지방정부의 결혼 지원 정책은 형태가 다양하다. 가장 기초적인 것은 지자체 주관 만남 행사다. 예를 들어 시마네현의 경우 직속 기관인 ‘시마네혼활서포트센터’가 연간 수십 회의 만남 이벤트를 직접 기획, 운영하며, 공무원이 현장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는다. 참가자에게 교통비를 일부 지원하고, 행사 후에 매칭 여부를 공무원이 직접 확인한다.

 

여기에 AI 결혼 매칭 시스템도 확산되고 있다. 도쿠시마현, 아키타현 등 여러 지자체는 AI 기반 궁합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외모나 조건만 보고 매칭 하는 게 아니라 가치관, 생활 습관, 미래 계획까지 분석해 최적의 파트너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아키타현 등 일부 지자체는 AI 매칭 도입 이후 행사 참여율과 최종 커플 성사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정량적 성과도 확인된다.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 결혼 지원 서비스를 이용한 상당수가 결혼한 것으로 보고되며, 이것이 지방 중소도시 인구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거 지원, 취업 연계, 지역 정착 프로그램과 패키지로 연결되는 구조가 핵심이다.

 

일본 사례가 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만남 지원을 복지부서의 단발 이벤트로 접근하지 말고, 인구정책의 공식 서비스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무원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일본은 이를 행정 역량으로 공식화했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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