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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부담을 줄인 홍콩 도시철도, 답은 역세권 수익이었다 [월간 지방정부 7월호 기획]

아파트·쇼핑몰 개발이익을 도시철도 재원으로 돌린 MTR 모델,R+P


보조금에 기대지 않은 철도 모델

도시철도는 지방정부에 부담이 큰 사업이다. 건설비가 막대하고, 개통한 이후에도 차량·역사 관리, 안전 점검, 유지보수 비용이 계속 든다. 이용객이 많아도 운임 수입만으로 건설비와 운영비를 모두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도시철도는 중앙정부 보조금, 지방비, 공기업 부채에 기대어 추진된다.

홍콩 MTR(Mass Transit Railway, 도시철도)은 이 구조를 다르게 풀었다. 도시철도 운임 수입만으로 운영하는 대신, 역 주변 개발권을 활용해 아파트, 쇼핑몰, 오피스에서 나오는 분양 수익과 임대 수익을 도시철도 건설과 운영 재원으로 돌렸다. 이른바 R+P 모델이다. 철도(Rail)를 놓고, 그 주변 부동산(Property)을 함께 개발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철도가 들어서면 역 주변 토지 가치가 오른다.

홍콩은 이 가치 상승분을 민간에만 맡기지 않고 도시철도 재원으로 회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철도역을 도시개발의 출발점으로

R+P 모델의 핵심은 개발권이다. 홍콩 정부는 MTR에 철도 노선과 역 주변 토지의 개발권을 부여한다. MTR은 이 권리를 바탕으로 민간 개발사와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MTR은 철도역만 지은 것이 아니다. 역 위와 주변 부지를 함께 개발해 아파트, 쇼핑몰, 오피스, 보행통로, 환승시설을 한 곳에 배치했다. 주민은 역세권에 살고, 직장인은 역세권으로 출근하며, 소비자는 역과 연결된 상업시설을 이용한다. 이렇게 주거·업무·상업 기능을 역 주변에 모아 도시철도 이용 수요를 키웠다.

MTR은 단순한 도시철도 운영자가 아니라 도시개발 사업자가 된다. 역을 짓는 데서 끝나지 않고, 역세권 설계와 기능 배치까지 함께 맡는다. 도시철도 수요를 늘리는 개발, 개발 가치를 높이는 도시철도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다.

 

수익 절반 이상은 부동산에서 나온다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MTR의 기업 수입 가운데 부동산 개발이 38%, 상업·임대·자산관리 등 관련 사업이 28%, 철도 운영이 34%를 차지했다. 철도 운영보다 부동산 개발과 관련 사업 비중이 더 컸던 셈이다. 홍콩 MTR은 운임 수입에 역세권 개발 수익을 결합했다. 역 주변 아파트·쇼핑몰·오피스의 개발이익과 임대수익을 도시철도 재원으로 돌려 세금 부담을 줄인 것이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홍콩 정부가 MTR의 R+P 모델을 통해 얻은 순재정수익은 약 1,400억 홍콩달러, 미화 기준 약 180억 달러로 추산된다. 우리 돈으로는 현재 환율 기준 약 27조 5,000억 원 규모다.

 

역세권 개발이 교통 수요를 다시 키웠다

R+P 모델의 장점은 재정 확보에만 있지 않다. 역 위와 주변에 주거, 업무, 상업 기능을 함께 배치하면 도시철도 이용 수요도 늘어난다. 주민은 역 가까이에 살고, 직장인은 역세권으로 출근하며, 소비자는 역과 연결된 쇼핑몰과 상업시설을 이용한다. 자동차 중심 개발보다 대중교통 중심 개발이 쉬워지고, 역세권 생활권도 촘촘해진다.

홍콩 동부 신도시 지역인 취엔완오(Tseung Kwan O, 將軍澳)는 도시철도와 역세권 개발이 함께 추진된 대표 사례다. 도시철도는 신도시의 접근성을 높였고, 신도시는 다시 도시철도 이용 기반을 넓혔다.
 

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

한국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는 공간은 적지 않다. GTX 역세권, KTX 정차역, 신공항 주변, 도시철도 연장 구간은 모두 향후 토지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곳이다. 문제는 그 가치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역이 생긴 뒤 민간 개발이익만 커지고 지방정부가 교통 혼잡과 기반시설 부담만 떠안는다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홍콩 사례의 핵심은 분명하다. 철도역은 단순한 정차 공간이 아니라 도시 재원을 만드는 거

점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역세권 개발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개발 수익의 일부를 교통시설 유지와 확장 재원으로 적립한다면 중앙 재정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결국 홍콩 MTR의 본질은 “철도를 싸게 지었다”가 아니다. 도시가 만들어 낸 가치 상승분을 공공이 회수해 다시 도시철도 재원으로 돌렸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예산을 받아 사업하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사업을 통해 예산을 만드는 지방정부’다. 홍콩은 그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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